2024-03-29 01:06 (금)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6.08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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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48)
 이때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던 철종은 멀리서 운봉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옷을 챙겨 들고 도망쳐 버렸다.

 나중에 철종은 술도 줄이고 마음도 잡더니 하루는 운봉에게 결혼할 여인을 데려와 허락해달라고 했다. 자기를 돌봐준 운봉이 허락을 해야 결혼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번은 친한 장애인과 함께 술을 한 잔 하는데 그 술집의 주인이 운봉이와 동석한 장애인에게 “병신”이라 하며 비웃었다.

 운봉은 주인을 타일렀지만, 그는 운봉이마저 무시하며 비아냥거렸다.

 그의 행동에 화가 난 운봉은 주인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멱살을 잡힌 주인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헉헉거렸지만 운봉은 손을 놓아주지 않고 더 심하게 흔들어 댔다. 그 순간 주인 입에서 “삼천포, 삼천포. 나도 삼천포 사람이요. 살려 주시오”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리운 삼천포, 그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운봉은 얼른 멱살을 놓아준다. 그리고 그에게 “같은 고향 사람인데, 왜 나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나”라며 나무랐다.

 그 후 둘은 금방 친해져 버린다. 장애인이지만 그 옛날 골목대장의 기백과 카리스마는 여전히 살아있던 의리의 쾌남, 운봉이다.

 112. 반가운 재회

 나는 1978년 신림동에 와서 결혼을 하게 된다. 셋방살이를 전전하는 가난할 때의 결혼이라 보잘 것 없었지만 아이도 셋 낳고 주간 경향, 보물섬, 소년 경향, 어문각의 클로버 문고 등 일급 잡지사와 출판사에 작품을 연재하면서 인기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다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늘 궁핍했다.

 그 시기 우리나라는 참 역동의 시기였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12ㆍ12 신군부 쿠데타 사건, 광주 민주화 사건 등을 겪으면서 나라에 소용돌이가 쳤고, 다시 차츰 자리를 잡아갔다.

 그즈음에 TV에서는 씨름 경기가 인기 있었다. 이만기, 이준희, 이봉걸 등이 나오는 씨름은 지금의 축구와 야구에 버금가는 인기 스포츠였다.

 이준희 선수가 기술을 걸어 이만기 선수를 넘어트리던 찰나, 이만기 선수가 몸을 순식간에 돌려 역전하면 관중들은 그에게 열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집에서 아이들과 간식을 먹으며 TV를 보고 있는데, 채널을 돌리던 나는 반가운 프로를 보게 된다.

 MBC 같았는데, 사회에서 입지가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하는 프로였다.

 그런데 드라마엔 운봉과 우갑순이 장애를 딛고 결혼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나는 기쁜 마음에 집사람에게 “여보, 내 친구 이야기가 드라마로 나오고 있소”하고 큰소리를 질렀다. 집사람도 신기한 듯 나와 함께 드라마에 빠져 들었다.

 그 계기로 나는 잠시 잊고 지냈던 친구를 다시 기억하게 됐고, 또 수소문해 운봉의 거처를 알게 된다.

 그리고 1985~86년 사이, 나는 만화 후학을 교육하기 위한 ‘관인 반도 만화학원’을 개원하고 운영하고 있을 때이다. 운봉과 연락이 닿았고, 운봉은 자가용을 타고 우리 학원까지 왔다. 차에서 내린 운봉은 운전하는 건장한 청년에게 안겨서 학원 사무실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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