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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겠지 문화’가 만든 위험한 사회
‘괜찮겠지 문화’가 만든 위험한 사회
  • 성수원
  • 승인 2014.06.04 2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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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원 안전보건공단 경남동부지도원장
 지난 4월 16일 아침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 국민들은 멘붕 상태다. 실제로 재해를 당한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부모, 가족, 주변 이웃들 또 반복되는 뉴스를 시청하는 일반 국민들까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우려될 정도이다.

 29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해훼리호 침몰사고(1993년), 사망자를 32명 낸 성수대교 붕괴(1994년), 502명이 사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1995년), 192명이 희생된 대구 지하철 참사(2003년), 그리고 학생 등 승객 476명이 탑승한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까지…. 세계 경제 10위권 국가라는 한국사회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대형사고는 기본과 원칙을 지켰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임이 이번 사건에서 또 드러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짧은 기간 압축 성장을 통해 외형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에 걸맞은 내실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돌진형 압축 근대화를 하면서 절차와 과정을 무시해도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성장 지상주의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았고 그 원인에는 한국적 위험 사회의 독특한 세 가지 문화적 인식 구조가 있는데 첫 번째는 ‘잘되겠지’하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 두 번째로 ‘위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비겁한 태도’라는 대책 없는 모험주의. 세 번째는 ‘나는 괜찮겠지’라는 자기 예외주의다. 근거없는 낙관주의와 모험주의가 결합해 잠재적인 위험의 폭발성을 가중시키고, 여기에 자기 예외주의가 더해져 안전불감증을 낳고 있다고 판단된다.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고,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의 모습을 돌아봤을 때 우리에게는 어떠한 변화들이 있었는가? 과연 안전 불감증이 사라졌는가? 정말로 이제는 기본 질서 지키기와 안전문제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2013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9만 1천824명이 다치고 이 중 1천929명이 숨졌다. 사망자만 놓고 보면 세월호 사고와 같은 참사가 매년 6번 이상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안전문화가 바뀌는 새로운 전환점이 돼야 한다.

 올해부터 우리 공단에서는 사업장 스스로 사업장 내 유해ㆍ위험요인을 파악해 개선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산재보험료를 인하해 주는 ‘산재예방요율제’를 실시하고 있다.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제조사업장 사업주가 ‘사업주교육’을 받고 자체 ‘사업장 산업재해예방 계획서’를 제출해 인정을 받을 경우 산재보험료를 10% 인하해 주는 제도이다. 또 ‘사업주교육’을 받고 ‘위험성 평가’ 인정을 받으면 산재보험료 20%를 인하해 준다.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 매뉴얼, 절차가 있어도 나 스스로가 지키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이제 기업을 하는 경영진은 ‘안전=경영’이라는 방침을 확고하게 세워야 할 것이며, 근로자들은 ‘설마, 대충대충, 나중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위험을 볼 수 있는 눈과 실천을 통해 안전이 생활의 습관화가 돼야 하며 후진적인 대형 인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 국민의 전반적인 시민 의식을 높여야 한다.

 이제 정부에서 법으로 규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또 정부에서 혜택을 주기 때문에 하는 그러한 수동적인 안전이 아니라, 나와 누군가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고 사랑하기 위해 실천하는 능동적인 안전이 우리 산업현장에 뿌리를 내리기를 기대하며 또한 안전교육을 통해 의식 수준을 높이는 것도 병행해 중ㆍ장기적으로 전 국민이 기본과 원칙을 소중히 여기는 우리나라가 되길 간절하게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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