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7:40 (토)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6.02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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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45)
 골목대장 운봉은 그렇게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경기를 마친 이들이 귀국하자 김포공항에는 환영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또 대통령의 명으로 준비된 차를 타고 당당히 입성, 국민들은 목이 터지도록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청와대의 초청을 받아 박정희 대통령에게 대단한 환대를 받았다. 축제는 끝이 아니었다. 삼천포에 초청받아 내려온 운봉은 고향에서 엄청난 환대를 받고,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도 한다. 운봉은 이제야 고생했던 시름을 잊는 듯 보람을 느꼈다.

 110. 날개 없는 천사

 아득한 옛날 1960년대 중반, 진주의 변두리 약국에 8남매가 있었다. 이 8남매 중에는 둘째 딸이 있었는데, 이 소녀는 가업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간호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집에서 운영하는 약국은 넉넉하지 못해 소녀는 부모님이 약국에 가고 나면 집에서 할머니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할머니는 한 번씩 귀여운 손녀에게 “갑순아. 너는 크면 누구한테 시집 갈려”하고 물으면, 소녀는 “나는 아픈 사람에게 시집갈래요”라고 말했다.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했던 소녀는 자라서 명문 간호학교의 입학시험에 합격했다. 식구들과 친지들의 축하는 물론, 모교에서도 교문에 플래카드를 크게 걸고 축하해줬다.

 시간이 흘러 우갑순 소녀는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햇병아리 간호사가 되어 첫 근무지로 서울의 원호병원으로 발령받고 근무하게 된다.

 원호병원은 6ㆍ25전쟁과 월남전에서 부상을 당한 군인들이 치료를 받고 있었고, 우갑순은 그들을 치료했다.

 그러던 중 우갑순 간호사는 그곳에서 구두닦이 소년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이운봉 중위를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된다.

 우갑순은 이내 구두닦이 소년과 친해지게 되고 또 소년에게서 이운봉 중위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된다.

 소년은 운봉은 의리의 사나이고, 김신조 사건 때 사고로 다쳤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장애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받은 대단한 사람이고, 자기에게 공부를 해야 사람 구실을 한다며 공부를 가르쳐준다고 했다.

 우갑순은 소년이 말하는 운봉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운봉에게 이성으로써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 사실을 눈치챈 소년은 또 운봉에게 우갑순 간호사에게 대한 칭찬을 했다. 소년은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둘에게 좋은 감정을 전했다.

 이제 둘은 환자와 간호사가 아니라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둘은 어느 날 극장 구경을 갔다. 영화 내용은 남을 도와주는 착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운봉과 갑순은 서로에게 “우리는 저 영화의 주인공처럼 남에게 베풀면서 살자”고 다짐했다.

 병원에서는 환자와 간호사의 연애는 허용치 않는 불문율이 있다. 둘의 사이가 가까워지자 병원 간호사들에게 눈총을 받게 된다. 우갑순은 처음에는 떳떳하게 운봉과 어울렸지만, 주위의 눈총이 심해지자 우갑순은 그 병원에서 더 이상 근무할 수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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