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2:02 (토)
총리 지명 철회에 대한 소회
총리 지명 철회에 대한 소회
  • 박태홍
  • 승인 2014.06.02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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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홍 본사 회장
 시골 고등학교에서는 S대 법대에 합격만 해도 그 학생의 이름이 적힌 축하 플래카드를 학교 앞 정문에 내다가 걸었다.

 그러다 사법고시에라도 패스하게 되면 동네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그만큼 현 사회의 사법고시 합격은 조선 시대의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한 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에 그만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경쟁률이 치열한 만큼 합격하고 나면 출세의 길도 훤히 열린다. 연수원을 나오고 시보를 거치고 나면 판ㆍ검사로 임용, 법을 다스리는 관직에 오르는 것이다.

 법이란 국가의 강제력이 뒤따르는 온갖 규범이다. 이 때문에 판ㆍ검사의 임용도 까다로워 사법고시 합격자 중에서도 소수정예요원으로 발탁되는 것이 관례라 할 수 있다.

 검사로 임용, 대법관까지 역임한 안대희 씨가 국무총리 내정자로 지명됐다.

 안 총리 후보 지명자는 1980년 서울대 행정학과에 재학 중 제 17회 사법고시에 합격, 만 25세 최연소 검사로 임용, 그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그 뒤 서울중앙지검 특수 1ㆍ2ㆍ3 부장을 거쳐 대검찰청 중앙수사 과장, 부장을 역임하고 2006년 대법관에 취임, 2012년 퇴임하기까지 7년 간 대법관 생활을 해 왔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도와 새누리당 정치쇄신 특별위원장을 맡아 승리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때부터 안 후보자는 인선이 있을 때마다 법무장관, 감사원장, 안기부장 등의 요직 하마평에 오르는 강직하고 청렴한 새 인물로 부각돼 왔다. 이같이 강직과 청렴이 안 후보자 이름 뒤에 따르는 것은 그동안의 공직생활을 잘 해왔고 특히 대검중수부장 시절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 불법 정치자금을 수사, 차떼기 대선자금을 밝혀내는 등 강도 높은 수사로 얻어진 값진 노력의 대가라고 볼 수 있다.

 연이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현 충남지사 안희정 씨를 나라 종금사건으로 구속시키는 강직한 검사로 평가받으면서 국민검사라는 칭호까지 얻는다.

 대법관 임용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를 가뿐하게 넘긴 안 지명자이기에 이번 총리 지명도 별 탈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도하 언론은 물론 지방언론까지 안 지명자에 대한 전관예우에 대해 연일 떠들며 문제 삼았다.

 안 후보 지명자는 전관예우의 수혜로 5개월간에 16억여 원을 벌어들였다는 게 문제다. 이 수치라면 1일에 약 1천여만 원을 벌어들였다는 것이고 이는 국민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소득이기 때문이다.

 안 총리 지명자는 지난 2005년 조세형사법이란 책을 펴낸 조세법 전문가다. 전문가답게 많은 수임료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 형사사범은 수임하지 않았다. 2013년 7월 안 지명자가 법률사무소를 내고 변호사를 개업해 벌어들인 수임료 16억 원 중 5억여 원을 국가 세금으로 냈고 6억 원은 아파트 구입비로 사용했으며 4억 7천만 원은 불우아동시설 등에 기부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안 지명자의 실제 수익은 아파트 구입 자금으로 사용한 6억 원 남짓이 된다. 그리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5억 원이 의혹의 쟁점이기도 하다.

 이 모두를 야당에서는 청문회의 논쟁거리로 삼을 것이 예측돼 왔었다. 그리고 대법관 이후의 직함인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장으로서 조세 사건을 맡은 것이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안 총리 내정자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온 법조인이다. 그것도 조세형사법을 집필한 정도로 조세 전문가다.

 오늘날의 사회는 다양하다. 어떤 분야에서라도 전문가는 최고 대우를 받는다. 정치ㆍ경제ㆍ문화ㆍ체육 등도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IT분야의 전문가는 일반인들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최상의 대우를 받거나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 대가를 받는다. 안 내정자가 5개월 동안 벌어들인 16억 원과 IT 전문가들이 벌어들이는 돈의 차이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다만 안 내정자는 전관예우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틀에 박혀 있기 때문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그리고 결국 안 내정자는 지난 21일 총리직을 자진해서 사퇴하고 내려왔다.

 사퇴의 변은 그럴 듯 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봐왔던 강직과 청렴 외에 뭔가 다른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안대희 총리 지명은 국민의 명령과도 같은 것이다. 대통령을 국민들의 손으로 뽑았기 때문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일어날 사소한 여ㆍ야의 논쟁점을 피하기 위해 또는 국가와 가족의 안위를 위해 대통령의 부름, 즉 국민의 명령을 거부한 안 내정자는 그동안 우리들이 알고 있었던 청렴하고 강직한 국민 검사가 아니지 않은가? 실로 안타깝기 짝이 없고 허탈하기까지 하다. 다음 총리 지명자는 어떤 인물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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