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2:55 (수)
취중 공무집행 방해 안 돼요
취중 공무집행 방해 안 돼요
  • 김병기
  • 승인 2014.05.28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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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유치관리팀장
 격세지감이다. 29년 전 초임 시절 파출소 야간근무를 할 때 주취자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것은 예사고 근무복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피칠갑을 했다. 그래도 그때는 먹고 살기 바쁜 시절이라 대충 넘어가면서 이해했고 주취자들도 어김없이 다음 날이면 잘못을 뉘우쳤다.

 며칠 전 밤 10시께 아무런 이유도 없이 술에 취해 남의 미용실 천막을 찢고 그것도 모자라 길가에 세워둔 남의 승용차 보닛에 올라가 찌그린 A(36)씨는 신고 출동한 정복을 입은 경찰관에게 “법대로 하라”며 손바닥으로 경찰관 얼굴을 때려 유치장에 입감된 이후에도 변호사를 불러 달라며 난동을 피우다 급기야 보호유치실에 들어가는 행운(?)을 누렸다.

 전날 밤 8시께는 노상에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에 출동한 정복을 입은 경찰관이 벗어놓은 잠바와 신발을 챙겨주자 “니가 뭔데” 등으로 폭언에다 발로 다리를 걷어찬 B(46)씨는 현행범 체포돼 유치장에 왔다.

 올해 1월 1일부터 5월 25일까지 우리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된 유치인은 410명인데 그중 남자가 372명이고 여자는 38명이다. 죄종별로는 살인이 4명이고 강도 1명, 강간 11명, 절도 33명, 마약 13명에 기타가 348명이다. 기타 중에는 현행범이 186명으로 이들 대부분이 술에 취해 업무방해를 하다 출동 경찰관을 상대로 공무집행을 방해한 자다. 물론 술값을 변제치 못한 사기나 가벼운 모욕, 경범죄대상자도 더러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밤새워 유치장 창살을 잡고 흔들다 자기 분에 못 이겨 옷을 벗어 던지며 지린내 풍기는 오줌을 갈기는 주취자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이제는 “날만 새면 모가지를 뗀다”는 협박쯤은 애교로 받아넘긴다. 술이 죄지 사람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 반문하다가도 술이 깬 뒤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르고 있어 가끔 연민의 정을 느낀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사회에는 음주운전 금지는 당연하고 우리 경찰에게는 금주령이 내렸다. 적당히 먹으면 약이 되는 술이지만, 과해지면 나이에 불문하고 딴사람이 되게 만드는 술.

 술을 먹지 않고 경찰관의 공무집행을 방해하기란 쉽지 않다. 맨정신으로 업무방해를 하는 사람은 보았지만 공무집행 방해는 보지 못했다. 술 취한 사람에게 접근할 때 분명히 공무집행을 방해할 대상자이므로 사전 준비된 마음가짐으로 보살피도록 하고,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이들은 다시는 술을 먹고 이웃을 괴롭히고 나아가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준엄한 법의 잣대를 적용해야겠다.

 지난 3월 17일 검찰은 동종전과 없고, 취중 범행이며, 피해정도가 경미하더라도 정복착용 경찰관을 상대로 멱살을 잡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등 직접적인 유형력을 행사할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수사를 천명했다. 정복 경찰관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것이 사회안전망을 확보하고 기초질서를 바로 세우는 국민적 신뢰감 형성의 표현이기에 평소 술만 먹으면 딴사람이 되는 애주가라면 취중에 더욱 조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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