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5:12 (목)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5.25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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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39)
 그러면 나도 다트를 빠르게 던졌다. 아저씨는 그것도 안되니 이제는 판을 아주 느리게 돌렸고 자연히 나도 아주 느리게 던졌다. 내가 이기는 확률은 80% 정도로 지금 돈으로 계산하면 아마 6~7천원 이상 돈을 땄던 것 같다.

 아저씨는 돈을 계속 잃자 정색을 하더니 “이제 네놈이랑 하지 않을 테니 어서 가거라”며 나를 쫓아냈다. 나도 딸만큼 땄으니 계속 앉아 있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야바위 아저씨가 나에게서 잃은 돈을 다른 손님에게서 다시 따야 하니 내가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옷을 털고 일어섰다.

 그러다 몇 시간 후에 그 자리를 다시 찾았을 때 야바위 아저씨는 아직도 뺑뺑이 판을 돌리고 있었고 어른들이 몇 명 앉아 돈을 잃고 있었다. 옆에 쪼그려 앉아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아저씨에게 “다음은 제 차례입니다”하고 말했더니, 아저씨는 나를 알아보고는 “네놈하고는 안 한다, 저리 꺼져라”며 차갑게 정색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어른 한 분이 내가 가엾어 보였는지 “아이들 돈은 돈이 아니요. 한 번 시켜 주시지요”하고 나를 두둔한다. 그러자 야바위 아저씨는 신경질을 내며 “저 아이는 어른을 등쳐 먹는 아이란 말이요”라고 말한다.

 그 말에 나는 모든 것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자 나를 두둔하던 어른은 등쳐먹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듯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106. 써 버린 돈의 환생

 내일은 진주 영남 예술제에 구경을 가기로 한 날이다. 진주에 가면 영화도 보고, 이곳저곳 구경도 하고, 친구 운봉이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신이 났다.

 그런데 옆집 초등학교 선생님인 누나가 살고 있었는데, 그 누나가 또 자기 교실에 붙일 홍보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벌써 5~6번이나 그려줬는데. 그날도 나는 거절하지 않고 그림을 그려 주었다.

 그림을 그리는 중에 누나의 어머니가 방에 들어오더니 참 잘 그린다고 칭찬을 하시며 내 등과 허벅지를 만지셨다. 조금 얹잖았지만 내가 귀여워서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 집은 벌리뜰 지주 중 한 집안이다. 집 주인은 부인이 두 명이었고, 두 부인이 낳은 자식은 10명도 넘는다.

 나는 그 집에서 홍보 그림을 그려주고 나왔고, 다음 날 아침을 먹자마자 어머니는 1000환짜리 지폐 2장을(지금 가치로 2만 원 정도) 주셨다. 그래서 나는 학교 친구인 명철이와 진주로 가서 시내 구경을 다녔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야바위를 만나게 된다. 야바위를 만나면 신이 났다. 돈을 따거나 맡긴 돈보다 값이 더 나가는 선물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야바위는 넓은 판 위에 값비싼 상품을 잔뜩 올려놓고 그 중간에 어른 손톱만 한 크기의 종이 딱지를 쌓고 그중에서 골라 딱지를 펼치면 무궁화 도장이 찍혀 있는데, 무궁화가 하나이면 꽝이고, 두 개면 아주 작은 상품, 세 개이면 중간 상품이고, 네 개이면 아주 큰 상품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야바위 아저씨와 손님의 지능 대결이 아닌, 운으로 결판을 내는 야바위다.

 그래서 나는 저 많은 딱지 안에 상품을 딸 수 있는 딱지가 있을 것 같지 않아 선뜻 돈을 걸지 못하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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