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8:20 (금)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5.22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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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38)
 그러나 사람들이 보고 있고, 또 이 아이는 장 보러 온 시골뜨기가 아니라 동네 아이라 함부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인지 야바위 아저씨는 가락엿을 손에 잡히는 대로 한주먹 쥐고 나에게 넘어주고는 “자, 이것으로 다른데 가서 놀아라”하면서 날 엿판에서 쫓아낸다.

 아저씨에게는 한주먹이지만, 나에겐 두주먹이 가득 찼다. 돈보다 열 배나 많은 엿을 받은 나는 기분 좋게 그곳을 나온다. 그리고 그 엿을 온종일 먹고, 골목대장 아이들을 만나면 나눠 주곤 했다.

 105. 뺑뺑이 돌리기 야바위

 나는 매듭 가락 뽑기는 정복했다. 야바위 아저씨에게 가락엿을 두 주먹 얻어먹었으니 다시는 그쪽으로 갈 수 없다. 그래서 내 얼굴을 모르는 다른 야바위꾼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번에 발견한 야바위는 뺑뺑이 돌리기다. 지름이 25㎝ 정도의 원판에 흰색 40%, 빨간색 40%, 두 색이 만나는 중간은 푸른색으로 각각 10%로 나눠 색칠돼 있다.

 게임 방법은 원판을 돌린 후 15㎝ 정도 길이의 다트를 내가 정한 색깔에 꽂는 것이다. 즉 손님이 돈을 내고 “빨간색에 꽂습니다”하고 다트를 집으면, 야바위 아저씨가 원판을 돌리고 손님은 원판을 향해 다트를 던진다. 다트가 빨간색에 꽂히면 손님은 낸 돈의 2배를 받아가게 되고 실패하면 야바위 아저씨가 돈을 가져가는 게임이다.

 그러니 손님이 돈을 딸 확률은 40%이다. 손님 입장으로는 한 번 해볼 만하고, 야바위 아저씨는 한 판에 10%는 자신의 몫이 되니 장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님은 10번을 시도해도 1~2번밖에 타지 못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나는 손님들이 돈을 잃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꽤 재밌어 보여 야바위 아저씨에게 돈을 걸고는 다트를 받아 쥐었다. “빨간색에 꽂습니다”라고 말하자, 아저씨는 원판을 돌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돌고 있어서 빨간색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 충분히 보였다. 참 쉬운 일이다. 그래서 빨간색을 보고는 다트를 힘껏 던졌다.

 그런데 결과는 어긋났다. 다트가 흰색에 꽂혀 있는게 아닌가. 왜 그럴까. 조금 긴장한 나는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흰색을 골랐다. 그러나 내 다트는 빨간색에 꽂혀 있었다. 또 돈을 잃은 것이다.

 나는 왜 그런지 추리를 하다가 이유를 알아내게 된다. 내가 빨간색을 보고 던졌지만, 다트가 내 손에서 떠나 원판을 향해 날아가는 순간 빨간색 바탕이 움직여 반대쪽으로 가기 때문에 반대편인 흰색에 꽂히는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곤 아저씨에게 한 번 더 하겠다고 돈을 내밀었다.

 그리고 나는 빨간색을 정하고 원판이 돌아가는 사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다트를 빨간색이 아닌 흰색을 향해 힘껏 던졌다.

 빨간색을 보고 던지면 흰색이 꽂히니 반대로 흰색을 보고 던지는 것이다. 다트가 원판에 꽂히고 원판은 멈추자, 다트는 내 생각대로 빨간색에 꽂혀 있었다. 처음으로 돈을 따게 된다.

 나는 신이 났지만, 아저씨 인상은 굳어진다. 다시 판이 시작됐고 결과는 마찬가지로 내가 이기게 됐다. 아저씨는 이 영악한 녀석이 천천히 돌리는 것을 잘 찍는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원판을 빠르게 돌려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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