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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사공 솜씨는 풍랑 심할 때 안다
뱃사공 솜씨는 풍랑 심할 때 안다
  • 권우상
  • 승인 2014.05.22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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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삶은 시련과 고통 뒤따라
어려워도 때를 기다려야
현명한 삶의 지혜 필요해

 복궁자가 서문자에게 질문을 했다. "나는 당신과 같은 나이인데 사람들은 당신만을 출세시키고 같은 가문인데도 당신만을 존경하고, 용모도 비슷한데 당신만을 사랑하며, 똑같은 말을 하는데도 당신 말만 받아들이며, 행동이 같은데도 당신만이 성실하다고 하고, 똑같이 벼슬을 하는데도 당신만을 존귀하게 여기며, 똑같이 일을 하는데도 당신만이 부자가 되고, 이윤을 남게 합니다. 그리고 내가 입는 것은 거친 베옷이며, 먹는 것은 보잘 것 없고, 사는 곳은 작은 초가집이며, 외출할 때는 걸어 다닙니다. 그러나 당신이 입은 옷은 비단옷이며, 흰 쌀밥에 고기 반찬이고, 사는 것은 크고 화려한 기와집이며, 외출할 때는 네 필의 말이 끄는 사두마차를 타고 다닙니다. 당신은 덕이 나보다 뛰어나다고 스스로 생각합니까?"

 이 질문에 대해 서문자가 대답했다 "나도 이렇게 된 까닭이나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네. 자네가 일을 하면 막히고, 내가 일을 하면 순조로이 잘 트이니 이것은 아마 덕행이 좋고 나빠서 나타난 효험이 아닐까 싶네? 그런데도 자네는 자네의 모든 것이 나와 같다고 말을 하니 자네는 낯가죽이 매우 두껍구먼."

 복궁자는 대답할 수가 없어 집으로 돌아가다가 도중에서 동락선생을 만났다. 동락선생은 복궁자의 말을 듣고 "내가 당신의 부끄러움을 없애 주겠습니다. 나와 같이 서문자에게 다시 가봅시다" 하자 복궁자는 같이 갔다. 동락선생이 서문자에게 "당신은 어째서 복궁자를 모독함이 그토록 심했소. 그 까닭이 무엇인지 말해 보시오"하고 물었다.

 서문자는 "복궁자는 자기가 시대나 가문, 나이, 용모, 말, 행동이 나와 같지만 비천함과 존귀함 그리고 가난함과 부유함이 나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나도 이렇게 된 까닭이 무엇인지 그 실정을 알 수가 없네. 그것이 자네가 일을 하면 막히고 내가 일을 하면 순조롭게 잘 풀리니 그 원인은 아마도 덕행이 좋고 나빠서 나타난 효험이 아니겠나"고 대답하면서 "그런데도 자네는 모든 것이 나와 같다고 말을 하니 낯가죽이 두껍다고 말해 줬습니다"하고 말했다.

 동락선생이 그 말을 듣고 나서 말했다. "당신이 좋고 나쁘다고 말한 것은 재주와 덕행상의 차이를 가리킨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좋고 나쁘고를 말한 것은 이런 것과는 다릅니다. 복궁자는 덕행은 좋지만 운명이 나쁘며, 당신은 운명은 좋지만 덕행은 나쁩니다. 당신이 앞길이 잘 트여 출세한 것은 좋지만 덕행은 나쁩니다. 당신이 앞길이 잘 트여 출세한 것은 지혜로워서 얻어진 것이 아니며, 복궁자의 앞길이 막혀 고생한 것은 어리석어서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은 운명에 있는 것이지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당신은 운명이 좋은 것을 스스로 뽐내며 복궁자는 덕행이 좋은 것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니 당신들은 모두 그렇게 된 이치를 모르고 있소" 그러자 서문자가 "선생님께서는 그만 하십시오. 나는 감히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고 했다.

 복궁자는 집에 돌아온 이후 거친 베옷을 입고서도 여우나 담비의 가죽옷 같은 따뜻함을 느꼈고, 보리밥이나 조밥을 먹으면서도 쌀밥과 같은 맛을 알았으며, 작은 초가집에 살면서도 큰 궁전같은 집에 사는 것 같음을 느끼면서 죽을 때까지 의기양양하면서 영화로움과 치욕이 다른 사람에게 있는지 아니면 자기에게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살았다고 한다.

 동락선생이 그 이야기를 듣고서 "복궁자가 오래도록 잠들어 있었는데 한마디의 말에 깨어날 수 있었으니 정말 쉽게 깨달았도다"고 말했다 한다. 행복과 불행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열자`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흔히 운동선수가 시합이나 경기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면 스타니 천재니 하면서 영웅시한다. 그러나 운동에는 천재가 없고, 영웅도 없다. 운동경기의 승패는 당일 그 사람의 대운-연운-일운-시운의 길흉에 유운(流運)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운동경기는 운에 따라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것이기에 왕이나 영웅은 없다.

 능숙한 뱃사공의 솜씨는 풍랑이 심할 때 안다. 삶에는 시련과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어려워도 때를 기다리며 현명하게 대처하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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