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3:03 (금)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5.21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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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37)
 처음 확인할 땐 진짜 매듭된 가닥이지만, 그 후 매듭 가닥과 다른 가닥을 다시 섞고는 매듭이 된 두 가닥을 골라내 밑 부분은 왼손으로, 윗부분은 입에 물고 남은 한쪽을 오른손으로 잡아서 힘껏 당겨 보이며 사람들에게 확실히 확인시켜준다.

 그러나 다시 섞을 때의 매듭 가닥은 가짜다. 매듭이 아닌 가닥의 밑 부분을 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이와 다른 손으로 잡은 가닥을 잡아당겨도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속인 후에 사람들이 가짜 매듭 가닥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알 정도로 슬쩍슬쩍 여섯 가닥을 또 섞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흥분하며 “이거다”, “저거다”하고 큰 소리를 낸다. 어떤 성질 급한 구경꾼은 벌써 가닥을 잡고는 이것이라고 해댄다.

 그러면 야바위 아저씨는 “돈을 내고 확인하시오”라고 말한다. 그러면 가짜 매듭을 잡고 있는 구경꾼이 흥분하며 돈을 꺼내 엿판 위에 자신 있게 내려놓는다.

 그러면 야바위 아저씨는 슬그머니 그 돈을 자기 주머니에 넣고는 구경꾼이 잡고 있는 가닥을 빼준다. 매듭인 줄 알았던 가닥은 손에서 외줄이 되어 나온다. 다른 사람들도 매듭 가닥이 아니자 실망하고, 가닥을 잡았던 구경꾼은 돈을 잃고 탄식을 한다.

 다음 판이 또 시작된다. 나는 야바위에 모든 신경을 바짝 세운다. 그리고 진짜 매듭 가닥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눈을 떼지 않고 추적한다.

 드디어 아저씨는 속임수 순서를 마치고 손에 쥔 여섯 가닥을 사람들에게 내보이며 매듭을 찾아보라 한다.

 그때 나는 여태껏 봐온 진짜 매듭을 잡고는 “아저씨 이것입니다”하고 소리친다.

 구경하던 어른들은 내가 엉뚱해 보인다. 그러나 진짜를 잡힌 야바위 아저씨는 당황하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내가 잡고 있는 매듭에서 손을 놓기를 유인하지만 나는 끝까지 그 가닥을 놓지 않았다.

 그러자 아저씨는 “너 돈은 있느냐!”하고 윽박지른다. 그러면 나는 “예, 돈 있어요”하면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보여준다.

 그쯤 되자 아저씨는 “네가 돈이 없는 줄 알고 너에게는 게임을 하락하지 않았다, 그러면 다시 해보자”하고서 이번 것은 무효로 하자는 것이다. 나는 자신 있었기 때문에 “그래요, 다시 해요”라고 말하고 잡고 있던 가닥을 놓아 준다.

 야바위 아저씨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나는 진짜 매듭에 끝까지 눈을 떼지 않았고, 아저씨는 역시 순서를 다 마친 후 나에게 여섯 가닥을 내밀며 진짜 매듭을 찾아보라고 한다.

 나는 이번에도 진짜 매듭을 집는다. 그러면 주위 사람들은 다시 엉뚱한 매듭을 잡는 내가 신기한 듯 쳐다보고, 야바위 아저씨는 두 번이나 진짜를 잡혔으니 당황한다. 그리고 그제야 이 녀석이 우연이 아닌 것을 알아차린다.

 진짜 매듭을 잡힌 아저씨가 쩔쩔매고 있는 사이는 나는 돈을 엿판에 던져 놓고는 “아저씨 어서 보여주세요”하고 큰소리를 쳤다.

 아저씨는 결국 내가 잡고 있는 가닥을 뽑는다. 손에서 빠져나오면서 다른 가닥이 딸려 나온다. 내가 매듭 가닥을 잡은 것이다. 사람들은 “와!”하고 탄성을 내뱉는다.

 아저씨는 아무리 내가 진짜 매듭을 잡았다 해도 큰 꽈배기 엿은 줄 수가 없다. 그 엿은 아저씨의 장사 밑천이다. 그것을 주고 나면 더 이상 장사를 못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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