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1:51 (목)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5.2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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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36)
 104. 야바위 아저씨 등쳐먹기

 1950년대 중반.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중학교 시절은 동네 아이들 다 불러놓고 어울려 다니던 골목대장 팀이 있던 시절이다.

 그때는 어른들에게 야단 맞을 짓을 많이 하고 다녔는데도, 직접 혼난 적은 없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다 부모님 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우리 어머니, 어버지는 동네에서 덕이 많고 선하다고 이름나신 분들이다.

 그러니 동네 어른들은 그 집 아들이 나쁜 짓을 좀 하더라도 부모를 보고 참기도 했고, 또 정 화가 나면 나 대신 어머니와 아버지를 찾아가 내가 어떤 짓을 했는지 말하곤 했다. 그래도 어머니와 아버지는 항상 내 편을 들어주셨다. 그리고 나는 개구쟁이였지만, 성적은 항상 ‘우’인 상위 학생이라 동네 사람들은 나를 나쁜 아이로 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시절 장날이 되면 삼천포 인근 시골 사람들이 삼천포 시내로 몰려왔다. 그 사람들은 모두 흰 두루마기와 바지 치마를 입고 있어 삼천포 시내가 온통 흰색 물결을 이뤘다. 그래서 예전 한국을 찾는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민족을 보고 ‘백의민족’이라 불렀던 것 같았다.

 나는 장날만 되면 신이 났다. 삼천포 시장은 동쪽과 서쪽에 두 곳이 있는데, 두 시장을 잇는 대로변은 온갖 잡상인들이 도로를 점유했다. 그래서 장날에 학교가 파하면 골목대장 아이 한두 명을 데리고 시장 구경에 나선다.

 호랑이 껍질을 펼쳐놓고 껍질에 붙어있는 살점, 뼈, 털을 조금씩 분리해 파는 장사꾼, 납작한 붓에다 3~4가지 물감을 찍어 오색 글씨나 그림을 그리는 장사꾼, 크림이나 만병통치약을 파는 장사꾼, 옛날 서적을 펼쳐놓고 파는 장사꾼, 별의별 장사꾼들이 다 모여있어 구경거리가 많았다.

 그리고 엿판에 엿을 늘어놓고 야바위를 하는 엿장수를 만나면, 그 아저씨가 촌사람들의 돈을 거둬들이는게 재밌어, 그곳에 오래 머물면서 지켜봤다.

 엿장수 야바위 아저씨는 떡판처럼 넓은 엿을 잘라서 팔기도 하고, 15㎝ 정도의 가락엿을 팔기도 하고, 60㎝ 정도의 굵은 꽈배기엿을 전시로 갖다 놓고 있었다.

 야바위 아저씨는 손에 25㎝ 정도의 굵은 흰 줄을 여섯 가닥 쥐고 있는데, 두 가닥은 밑부분이 실로 묶여 매듭지어 있고, 다른 네 가닥은 그냥 하나의 독립된 줄이다. 아저씨는 이 여섯 가닥의 밑 부분을 잡고 있으면서, 손님들에게 매듭이 된 두 가닥을 잡으면 굵은 꽈배기엿을 주고, 매듭 가닥이 아닌 사람에게는 가락엿을 준다는 것이다. 지금 가치로 따지자면 가락엿은 500원, 굵은 꽈배기엿은 1만 원 정도로 무려 20배 차이가 난다.

 여섯 가닥 중에 두 가닥은 매듭이 있는 가닥이니 눈을 감고 뽑아도 3번 뽑으면 한 번은 매듭 가닥을 잡을 수 있는 확률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님들은 뽑을 때마다 독립된 가닥만 잡고는 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하루종일 가닥을 뽑아도 매듭 가닥을 뽑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왜 그럴까? 나는 한참이나 그 야바위 아저씨의 행동을 살피다가, 문득 야바위 아저씨가 손님을 어떻게 속이는지 알게 된다.

 야바위 아저씨는 처음에는 여섯 가닥을 모두 밑부분까지 사람들에게 펼쳐 보인다. 그리고는 두 가닥이 매듭이 묶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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