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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鳴鼓(자명고)
自鳴鼓(자명고)
  • 송종복
  • 승인 2014.05.20 2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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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 (사)경남향토사연구회/회장
 自:자 - 스스로, 鳴:명 - 울다 , 鼓:고 - 두드리다

 낙랑군에 있었다는 전설적인 북을 말하며, 적군이 침범하면 저절로 울렸다고 하여 자명고라 하는데, 이 북 때문에 두 연인이 죽는 관계로 충성과 열녀에 많이 인용했다.

 고려 인종 때 김부식의 <삼국사기> 제 14권 `고구려 본기` 제 3의 대무신왕 15년 조에 의하면 한(漢)의 무제가 한반도 대동강 일원에 낙랑군을 설치해 통치했다. 고구려 대무신왕에게는 고민이었다. 낙랑을 정벌하자니 `자명고(自鳴鼓)`라는 북이 있어 우리가 쳐들어가면 스스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구려가 낙랑을 공격하려고 하면 자명고가 스스로 소리를 내서 낙랑이 만반의 준비를 해 대항함으로 정복할 수 없었다.

 이에 왕이 고민하고 있을 때 호동왕자(好童王子)가 왕에게 말했다. `아버님, 제가 낙랑에 직접 가서 자명고를 없애 버리겠습니다!` 하지만 자명고를 없애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병사들이 물샐 틈 없이 자명고를 지키고 있었다. 다행히 고구려의 호동왕자는 낙랑군의 낙랑공주(樂浪公主)를 만날 수 있었고, 낙랑공주는 씩씩한 호동왕자가 마음에 들었고, 호동왕자도 또한 예쁜 낙랑공주를 좋아해, 둘은 연인관계가 됐다.

 어느 날 걱정근심을 하고 있는 호동왕자에게 다가간 낙랑공주는 그 연유를 물었다. 호동이 말하기를 `나는 고구려 왕자인데 낙랑의 자명고를 부숴야 하니, 어찌 도와 줄 수 없습니까?" 이 말을 들은 낙랑공주는 자명고를 부수면 아버님을 배신하는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왕자를 배신하는 짓이다. 이의 쌍갈래에 처한 공주는 사랑을 선택하고는 몰래 자명고를 찢었고, 이어 고구려의 기습공격을 받은 낙랑은 멸망하고 말았다. 공주가 배신한 사실을 알게 된 낙랑군의 태수 최리는 딸인 낙랑공주를 죽였고, 공주의 죽음을 알게 된 호동왕자는 전쟁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낙랑 공주를 이용했다는 죄책감에 빠져 죽고 만다. 이가 바로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볼 수 있다.

 적국(敵國)의 왕자와 공주로서 둘 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았으나, 한 명은 사랑을 위해 나라를 버리고, 또 한 명은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목숨을 버렸다. 이같이 남성은 충성이요 여성은 열녀가 돼야 희대의 영웅이요 후대에 표상이 되는 것이다. 요즘 세월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이런 역사를 몰라서인가 안 배워서인가 궁금하다. 최소한 인륜은 알아야 되지 않나 싶어 자명고를 언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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