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7:48 (목)
제발 그 입 좀 다물라
제발 그 입 좀 다물라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05.18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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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전무이사
 존중과 배려는 사라지고 거친 언사, 망언이나 막말 퍼레이드가 멈출 기미가 없이 이어지는 게 우리사회의 현주소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 입 다물라"던 지난 TV극 중의 대사가 새삼스럽게 회자되고 있다. 이제는 "제발, 그 입 좀 다물라"로 바뀌어 회자되지만….

 우리는 항시 말을 조심해야 한다. 옛말에 `세 치 혀 밑에 도끼가 들어있다`는 것은 세 치 혀에서 나오는 말 한 마디가 사람을 다치게 하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입과 혀는 근심과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몸뚱이를 망치는 도끼다`란 것도 막말과 망언이 난무하는 현세에 범상치 않은 시사점을 던지는 금언(金言)이다. 망언은 `이치나 사리에 맞지 아니하고 망령되게 말함`이라고 적시한 반면, 막말은 `나오는 대로 함부로 속되게 말함`이어서 또 다른 화근이 된다. 선남선녀와 달리 대중의 이목을 끄는 정치지도자나 공인 등의 말 한 마디는 중량감이 더한다. 멋대로 움직이는 혀가 자칫 자신을 찌르는 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 치 혀를 제멋대로 놀렸다가 곤욕을 치른 인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영어의 몸이 된 사람도 수두룩하다. 지금 우리사회가 그러하지 않은가. 속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풍자(諷刺)와 독설(毒舌)도 지나치면 자신의 등을 찌르는 비수가 되기도 하는데 막말과 망언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은 물론, 이를 애도하는 전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사고발생에서부터 현재까지 어느 것 하나 인재(人災)가 아닌 것이 없는 세월호 참사는 사고 초기를 제외하고는 실종자를 단 한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한 채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이쯤이면 정부 `여당` 공직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고,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달려들거나 때리면 때리는 대로 끽소리 않고 맞아야 할 뿐이다. 그럼에도,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이 엄청난 참사에 가슴 아파하는 많은 국민에게 독설을 퍼붓는 공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무척이나 할 말이 많고, 하고 싶은 짓도 많은 모양이지만 공직자는 연일 헛발질이고, 곁다리들까지 펄쩍거린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목소리는 분명히 아닌데도 그렇다.

 그렇다고 당당한 목소리는 더욱 아니다. 마치 저 높은 곳의 높으신 분에게 제발 저 좀 알아달라고 힘줘 큰 목소리로 외치는 충성 경쟁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강함도, 어떤 것은 독설 수준에도 못 끼는 헛소리를 통해서다. 또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거나 말 몇 마디, 글 몇 줄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기도 했다. 안전행정부 국장은 참사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찍다가, 해경 간부는 `해경이 뭘 잘못했느냐`고 반발하다가, 서울의 한 사립대 겸임교수 등은 페이스 북에 올린 글과 사석에서 한 말이 빌미가 돼 사직했다.

 새누리당 전ㆍ현직 위원들도 그렇다. A의원은 합성 사진을 근거로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선동하는 이들이 있다`고 했고, B최고의원은 정부 비판에 대해 좌파의 정부 전복 작전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전직 C의원은 "이번 사건이 꼭 불행인 것만은 아니다"며 "좋은 공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등 염장을 지른 말들이 이어졌다.

 또 실종자 가족이 모인 곳에서 팔걸이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던 서남수 교육부장관도 문제였다. 이에 청와대 대변인은 "계란을 넣거나 끓여 먹은 것도 아닌데 국민 정서상 문제"란 `계란 라면`은 불을 지폈다. 이게 `오프 더 레코드` 대상이냐는 것도 국민들의 시각이다.

 더욱이 한 매체가 이를 보도, 인터넷과 SNS에 관련 소식이 도배되고 있는데도 비보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세월호 참사 후 불신ㆍ분노의 대상 이 된 언론, `부끄럽고 경멸스럽다`는 한 학생의 편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튼 전해야 할 말은 말을 가려서 하는 매체, 헛소리를 계속 지껄이는 공인 등이 뒤엉킨 우리사회는 `미개한 나라, 미개한 국민`이라는 말이 풍자나 독설, 막말이나 망언, 헛소리가 아닌 직설(直說)이라고 생각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현재의 우리사회로 비취질 정도다.

 `이상한` 어른들의 나라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세월호는 한 척의 배가 아니라 물신주의 문명의 상징이 됐다. 참사 후 매일 새로운 진실, 추악한 현실들이 밝혀지면서 슬픔과 애도는 곧 `앵그리 맘(Angry momㆍ화난 엄마)`마저 `눈물의 절규`를 토할 정도로 분노로 변했다.

 하지만 사람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천재(天災)에도 말을 삼가고 또 삼가야 하는 게 위정자(爲政者)와 공인이 행할 일이 아닌가. 하물며 인재(人災)는 말할 것도 없다. TV연속극의 대사, "제발 그 입 좀 다물라"는 것이 새삼 회자된다는 것은 편법적인 기득권 지키기가 부른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뼈아픈 역사, 성찰과 반성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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