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5:30 (토)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5.06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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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26)
 한국 만화 100년사에 존경받을 만한 김용환, 김성환 선생님은 자신이 그리지 않은 작품을 자기가 그렸다고 말한 적이 없다.

 미국의 만화계도 하나의 캐릭터로 시리즈가 많다고 해도 매 작품마다 누가 스토리를 썼고 누가 데생을 하고 누가 펜터치를 했는지 일일이 기록한다.

 1959년 발표돼 3년에 거쳐 34편이 제작된 김산호 선생님의 ‘라이파이’가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1966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기 전까지 선생님의 이름으로 출간된 수백권의 작품 중 ‘라이파이’에 버금가는 작품이 없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미국에서의 작품 생활은 미국 만화계의 스타일과는 달랐지만, 개성 있고 독특한 작품들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선생님은 순수한 작가의 모습이었다. 그것도 몇 년뿐이었지만….

 그 후 사업을 하다 20년 만에 귀국해 무명의 화가들이 그린 ‘대 쥬신 제국’이나 108분의 존엄상, 대한민국 통사, 한민족 그림역사 등을 자신의 작품이라고 내놓았다.

 그리고 동북아 지방의 옛 역사를 짜집기해 새로운 역사를 꾸미고 방대한 자료 수집과 역사 편찬을 하면서 선생님은 민족사 연구가가 되기도 한다.

 개인이 혼자 한다면 100년도 더 걸릴 작업을 왜 선생님은 혼자 다한 것처럼 행동할까? 만약에 선생님 말씀대로 그 방대한 작업을 혼자서 해내셨다면 사람이 아니라 만화의 신이다. 혹 자신이 만화의 신이라 자칭하시는 것일까?

 다른 이에게 어떻게 보이든 선생님은 그 방대한 작업을 주관하는 리더일 뿐, 진정 사업가라면 작품 한 장, 한 장을 그린 화가의 이름을 밝혀야 하고 또 자료 수집에서 참고된 문서들과 동원된 인원들의 이름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선생님은 기획가, 제작가로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 그 길만이 라이파이를 사랑하는 독자를 기만하지 않고 2008년에 받은 옥관 문화훈장에 먹칠하지 않는 길이다.

 97. 사쿠라 보시 집 넷째 딸

 사쿠라 보시는 일본말이고, 우리 말로는 화어(花魚)로 불리는 이 가공 제품은 생선을 재료로 한 제품 중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최고급 상품 중 하나였다.

 어느 집안에서 일본 강점기에 만들기 시작하면서 일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불렀는데, 삼천포 사람들은 여전히 이 제품을 ‘사쿠라 보시’라고 부른다. 사쿠라 보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삼천포의 한 집에서만 만들어지고 있었고, 또 삼천포 명품으로 팔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해 동네 사람 외는 구경도, 맛볼 수도 없었는데 이제는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외지에서도 주문해 맛을 볼 수 있게 됐다.

 서울에서도 널리 알려진 생선 가공식품 쥐치포는 이 사쿠라 보시를 응용해 만든 제품이다. 쥐치는 포로 만들기 전에는 맛이 없어 어부들은 쥐치를 잡으면 밭에 거름으로 뿌리곤 했는데 쥐치포를 만들면서 고급 어종이 됐다.

 그러나 사쿠라 보시는 재료 자체부터 삼천포, 여수, 남해에서 잡히는 새우, 도미, 학꽁치, 복어 등 최고급 어종을 선택해 포를 만들기 때문에 쥐치포와 사쿠라 보시를 견준다면 그 가격이나 맛은 비교가 안된다.

 나는 ‘사쿠라 보시’ 그 이름 들어도 먼저 떠난 그 집의 넷째 딸 금선(가명)이가 떠오른다.

 1950년대 사쿠라 보시 집에는 아들이 없었다. 그래서 주인 부부는 아들을 낳기 위해 계속 자식을 낳았는데 아들은 태어나지 않았고 딸이 7명이나 태어나 이 집은 칠 공주 집으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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