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2:37 (목)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5.01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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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25)
 96. 선생님의 꿈

 만화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업가도 아닌 직업은 무엇이 있을까? 아니 만화가면서 동시에 사업가인 작업은 무엇이 있을까? 해저관광 사업이 부도난 후 산호 선생님은 이런저런 구상을 해봤을 것이다.

 1960~70년대에는 만화판에는 사이비 만화작가라는 것이 있었다.

 작품을 창작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출판사와의 인연으로 거래를 맺고, 스토리는 스토리작가에게, 그림은 무명 만화가에게 의뢰해 원고를 제작하고 작가명을 자기 이름으로 출간해 작품을 내면서 만화가 행세를 하는 식이었다.

 이제 그런 부류의 직업은 찾아볼 수 없지만, 요즈음은 ‘OO기획사’라는 회사 이름을 붙이고, 스토리나 그림을 의뢰해 작품을 만든 후 OO기획사 작품이라 하면서 출판하는 것이 있다.

 20여 년 만에 귀국한 산호 선생님은 그런 식으로 거대한 작품을 만드신다.

 작품 이름은 ‘대 쥬신 제국’이고, 스토리는 어디서 어떻게 따왔는지는 모르지만, 한국 역사의 정설에 없는 고조선의 지도자들의 이름이 줄줄이 등재되고, 학교에서 들어보지도 못한 또 다른 한국 역사가 펼쳐졌다. 마치 중국의 이야기가 우리나라 역사가 되고는 하는 것처럼 어디서 근거를 두고 편찬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대단한 스케일과 구상이었다. 그리고 그림도 예사롭지 않았다. 중국의 아주 뛰어난 화가들이 그린 듯 마치 영화처럼 웅장하고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이 책은 산호 선생님이 편찬하고 그린 것으로 돼 있고, 동아 출판사에서 발간됐다.

 그것뿐만 아니다. 얼마 후에 한국사의 중요 인물 지도자 108명의 거대한 존엄상을 그려 놓고 전시장에서 거창하게 전시를 했다. 나도 초대를 받아 전시장에 갔었는데 작품들이 마치 사진기로 찍은 듯 데생이 정확하고 그림의 외진 곳까지 자세히 그려져 있었다. 나는 그 웅장한 스케일의 작품을 보고 감탄에 감탄을 연발했었다.

 산호 선생님은 브레이크 없는 불도저였다. 엄청난 꿈을 꾸고, 또 그 꿈을 실현하고 있는 분이었다. 그 이후 ‘대한민국 통사’라는 그림 집을 만들었고,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그것에는 한민족의 시조 단군 조선 이야기도 엮어지고, 한민족의 군사 ‘치우천황’도 나오고, 이순신 장군도, 고종 황제도 등장한다. 이 책은 한국 역사를 다시 쓰는 듯한 대 작업이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다물넷’이란 출판사를 두고 원고 제작은 물론, 책 제작도 직접 하고, 또 인터넷 판매까지 나서고 있다.

 만화가 행사 때마다 제비양이 디자인한 개량 한복을 멋있게 입고, 아름다운 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사랑하는 제비를 대동하고 대중들에게 가식을 부려대는 산호 선생님, 그것쯤은 봐줄 수 있는 것이지만, 가식이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

 한 사업가가 기획사를 만들어 연구원을 동원해 자료를 수집하고, 화가들을 동원해 그림도 그리고, 책을 제작해 판매하는 것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그러나 중국의 일급 화가들이 거창한 그림 솜씨로 산더미처럼 그려놓은 그 그림을, 내가 다 그렸다는 식의 가식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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