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4:31 (금)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4.24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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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120)
 92. 대여점 만화 ‘라이파이’

 만화 황금 시절, 서점과 구멍가게에서 만화가 판을 쳤고, 심지어 껌 한 통 안에 이상호, 신동우 선생님 등 작품이 그려져 있기도 했다.

 그리고 최고의 보급로인 만화 대여점에도 수준있는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성인 잡지에서 연재를 하던 김경언 선생님은 만화 잡지에서 인기를 얻더니 대여점에 책을 출간하면서 인기를 이어 갔다.

 그리고 임수 선생님은 특이한 캐릭터의 서부 만화 ‘텍사스 보안관’, 공상 만화 ‘거짓말 박사’ 등을 출간하면서 최고의 인기를 얻는다. 또 순정 만화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최상록 선생님의 부드러운 선으로 그린 순정 만화가 인기를 얻기도 하고, 박기정 선생님은 두통이를 주인공으로 한 ‘가고파’가 인기를 얻으며 길고 긴 만화 인생길을 열기도 한다.

 이렇게 명작들을 선보이며 만화 대여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을 무렵 엄청나게 재미있는 만화책이 출간돼 대중들에게 선을 보이면서 대여점은 화산에 불을 뿌리듯 전성기를 도래시킨다.

 그 작품이 산호(본명 김철호) 선생님의 ‘라이파이’이다. 라이파이는 22세기를 배경으로 한 공상 만화로, 주인공 라이파이가 머리에 둥근 마스크를 쓰고 줄을 타고 날아다니며, 지구의 대황제를 꿈꾸며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제트단과 잉카제국의 후예인 녹의 여왕에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이다.

 라이파이의 본거지는 강원도 돌산에 위치하고 있고 윤박사가 만든 최신무기 제트기 제비호를 타고 다니면서 파트너인 제비양과 행동을 같이한다.

 그리고 배경은 한국과 잉카제국, 남태평양 등 세계 각지로 바뀌며 눈을 즐겁게 해준다.

 또 주인공 라이파이와 녹의 여왕, 제비양 등 등장하는 캐럭터들의 신비스러운 의상들도 인기를 얻는 데 한몫한다.

 또 그림을 구성하는 구도며, 시원스럽게 움직이는 캐럭터의 몸놀림은 독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고, 무선 호출기, 로켓 벨트, 태양 반사경 등 신기한 과학의 산물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산호 선생님은 그 당시 미국에서 히트한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그리고 일본의 아톰 등을 한데 버무려 한국에 맞춘 슈퍼스타를 만들어낸 것이다.

 독자들에게 신비감을 선사하는 ‘라이파이’는 대여점에 출간 즉시 최고의 인기작이 되었고 대여점에서는 두 권씩 세 권씩 사서 독자들에게 제공하곤 했다.

 라이파이는 박기당, 박광현, 김종래 선생님의 작품과는 차이가 있었다. 세 분 작품은 작품에 한계를 두지만 ‘라이파이’는 사업성이 강한 작품이었다.

 그 작품이 2010년대에 출간돼 그만한 인기를 얻었다면 대단한 호응과 더불어 캐럭터 사업, 영화, 또 TV 방영물로 제작될 수 있는 엄청난 가치의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아톰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작품이 이어져 왔고, 또 영화로 TV상영으로 널리 알려져 온 것에 비하면 ‘라이파이’는 너무 일찍 그 막을 내린다.

 산호 선생님은 좌판을 그만 거둔 것이다. 그것은 큰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아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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