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선수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 우현준 기자
  • 승인 2014.04.24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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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현준 체육부 기자
 얼마 전 성남시민축구단을 지휘하고 있던 박종환 감독이 선수 폭행으로 자진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씁쓸한 퇴장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16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균관대와의 연습 경기가 벌어지던 때였다. 대학팀을 상대로 K리그 클래식 소속 성남이 0-2로 전반전을 마쳤고, 이에 박 감독이 미드필더 김성준과 김남건에게 손찌검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연습 경기 다음 날인 17일 성남 공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구단은 즉시 조사에 나섰고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박 감독은 조사 과정에서 폭력행위를 일부시인하며 결국 지난 22일 자진사퇴했다.

 사실상 해임이라고 봐야 하는 이번 사태는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행위에 대한 정당화 논란에 휩싸여있다.

 대다수의 젊은 지도자들은 이러한 박 감독의 행위를 강하게 비난했다. 선수에게 질타하는 지도방식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어야 할 반 인륜적인 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반면 연륜 있는 지도자들은 박 감독의 처지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선수에게 나쁜 감정으로 그러한 행위를 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선수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그러한 행동을 유발했을 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폭력을 정당화시키려 한 박 감독의 모습이다.

 순간적인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그러한 행위가 벌어졌다 해도 그 즉시 선수에게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거나 사과를 했어야 한다고 본다. 폭력은 어떤 방법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나 폭력을 행사했다면 사과를 해야 하는게 아닌가? "꿀밤이든 귀싸대기든 사랑해서 그런 것이지 미워서 그랬겠나"는 박 감독의 이야기는 자칫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얼마 전 취재를 위해 만난 한 유소년 지도자는 박 감독 밑에서 2번이나 선수생활을 했다. 그는 이번 소식을 듣고 잘됐다는 이야기를 했다. 스승에게 그런 말을 하기는 힘들 텐데 당시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짐작이 갈 정도였다.

 알게 모르게 축구인들 사이에 오르내리는 박 감독의 이력은 거의 대부분 사실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번 일로 박 감독뿐만 아니라 폭력을 행사하는 모든 지도자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도자로 변신 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선수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와 융합이라고 한다. 박 감독이 부진했던 선수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융합할 수 있었다면 이번 일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비슷한 시기 부천FC에서도 골키퍼 코치가 선수를 구타한 것이 알려지며 축구계 구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피해 선수 등 관련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부천 코치의 구타는 상습적이었다. 그러나 부천은 해당 코치의 사임과 최진한 감독에 대한 경고로 징계를 끝냈다.

 부천은 "무분별한 억측과 사실과 다른 부분의 확대를 우려한다"고 했지만 최 감독이 구타 장면을 방관했다는 보도 등 남아있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 감독은 과거 경남FC에서 감독으로 활약한 적이 있어 주변의 눈을 의심케 했다. 평소 신사다운 이미지로 알려졌던 최 감독이기에 그 충격은 더했다. 해당 코치도 경남에서 코치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그랬던 걸까? 안타까운 스포츠계의 한 단면이다.

 어린 시절 기자도 잠시나마 선수폭력에 시달렸다. 초등학교 시절 축구가 좋아 축구부에 가입하자마자 구타를 당하는 아이들을 보며 부모님께 알리고 다음날 바로 그만뒀던 기억이 있다. 사실 당시에 그만두게 된 것은 부모님의 만류 때문이다. 조금 맞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축구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 축구를 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이 폭력이라는 잘못된 방식의 훈련에 대한 두려움보다 조금 더 컸던 것 같다. 헌데 지도자들은 그 순수한 마음을 단지 못 한다는 이유로 폭력으로 해결하려 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어쩌면 홍명보ㆍ박지성보다 더 뛰어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들이 그러한 부조리에 꿈을 접거나 꾸지도 못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랬다면 한국축구에는 크나큰 손실 아닌가?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한 유관기관들의 폭력 재발방지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도자들이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근복적인 인식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실천해 좀 더 발전하는 한국 스포츠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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