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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게 웃던 어린 꽃 25명 발인식 눈물바다
해맑게 웃던 어린 꽃 25명 발인식 눈물바다
  • 연합뉴스
  • 승인 2014.04.2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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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침몰 세월호의 단원고 희생자를 위한 임시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외국인들이 헌화 후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조문행렬
안산 등 11곳서 엄수

 ○… 23일 오전 7시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손녀 박모 양의 발인 예배를 마친 할머니는 운구차로 향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을 힘겹게 내딛으며 울부짖었다.

 운구차에 실린 고인을 향해 묵념을 하고 지인들이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에도 할머니는 손녀를 먼저 보낼 수 없다는 듯 운구차를 붙잡고 절규해 지켜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앞서 열린 발인예배에는 박양의 가족과 교사, 다른 학교 친구 등 60여 명이 참석해 박양의 영면을 기원했다.

 박양에 이어 최모 군의 시신이 장례식장을 빠져나갈 때 이곳은 또 한 번 눈물로 젖었다.

 최군의 아버지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교복을 입고 해맑게 웃는 최군의 영정을 터벅터벅 뒤따랐고 주변에선 울음과 탄식이 뒤섞여 터져 나왔다.

 이곳에서는 이후에도 김모 양과 장모 양, 백모 양, 한모 양의 발인식이 40여분 간격으로 진행됐다.

 안산장례식장(2명)과 군자장례식장(2명), 안양장례식장(1명), 세화병원(3명), 온누리병원(1명), 단원병원(3명), 한사랑병원(3명), 산재병원(2명), 한도병원(1명), 사랑의병원(1명) 등에서도 이번 사고로 숨진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장례가 치러져 이날 하루에만 11곳에서 학생 25명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지난 21일 구조대가 사고 당시 승객이 많이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월호 3층과 4층을 수색해 시신 23구를 수습한데다 일부 학생의 장례절차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사망자 시신은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 42구가 안산시내 12개 병원과 장례식장에 안치됐으며 현재까지 48구의 장례절차가 마무리됐다.

 ○… 분향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해 출근길 합동분향소를 찾은 직장인, 사업장 문을 잠시 닫고 달려온 자영업자 등 슬픔을 나누기 위한 많은 시민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조문객들은 방명록에 이름을 남긴 뒤 ‘근조’ 리본을 겉옷에 달고 한 줄로 고인들의 영정이 모셔진 분향소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는 ‘후배님들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하는 아들 딸 미안해’라는 글귀가 적힌 조화 60여 개가 늘어서 있었으며, 체육관 한쪽 벽면에 마련된 대형제단 양쪽에 설치된 모니터 2대에서는 고인들의 사진과 이름이 반복해서 상영됐다.

 조문객들은 한 손에 국화 한 송이를 들고 조화와 모니터 앞을 지나 제단 앞에서 희생자들의 사진과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묵념했다.

 일부 조문객은 ‘죄송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말을 되뇌며 눈물을 훔쳤다. 발길이 이어질수록 분향소를 채우는 흐느낌도 커져만 갔다.

 단원고 교복을 입은 선후배들도 삼삼오오 고개를 떨군 채 분향소를 찾았다.

 조문을 마친 단원고 1학년 남학생은 “뭐라 할 말이 없다. 사고 이후 뉴스로만 소식을 접하다가 엄마와 함께 분향소에 나왔다”며 황급히 분향소를 떠났다.

 친구들 손을 꼭 붙잡고 온 1학년 여학생 3명은 “그냥 선배들 보러 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은 조문에 앞서 ‘언니 오빠들 너무 보고 싶어요. 꼭 살아서 웃는 모습으로 봤으면 좋겠어요’라는 글을 메모지에 적어 분향소 출입문 앞에 붙였다.

 출근이나 생업을 잠시 미뤄두고 분향소를 찾은 시민도 많았다.

 한 유치원 교사는 “임시 분향소가 차려졌다는 뉴스를 보고 아이들을 먼저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왔다”고 했으며, 한 상점을 운영하는 40대 여성은 “남 일 같지 않아서 가게 문도 열지 않고 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합동대책본부는 임시합동분향소를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시민을 위해 누구나 추모글을 보낼 수 있는 휴대전화번호(010-9145-8879)를 준비했다.

유병언 비자금계좌 확보
자금흐름 역추적

 ○… 세월호 선사의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비리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23일 청해진해운 관계사 임직원과 유 전 회장 측근 등의 비자금 의심 계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로 알려진 유 전 회장 일가의 컨설팅 회사를 비자금 조성 통로로 주목하고 자금 흐름을 역추적하고 있다.

 인천지검 세월호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 전 회장 일가를 포함해 관계사 임직원 등의 2천만 원 이상 현금 거래 계좌 40여 개를 확보하고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계좌 중 수억 원의 현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거나 관계사 임원이 다른 계열사 법인과 직접 현금 거래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이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해운업계 공무원 로비 자금으로 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40여 개 계좌 정보에는 유 전 회장 일가 소유 계열사 10여 곳의 법인 계좌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유 전 회장 일가가 만든 S컨설팅 회사도 주목하고 있다. 청해진해운의 관계사들로부터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아 비자금 조성과 땅 투기 등에 활용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이 회사는 서류상 회사로 알려졌으며 등록 주소도 서울시 서초구 염곡동으로 유 전 회장 자택과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익위해 구조 변경

 ○… 세월호 침몰의 여러 원인 가운데 ‘구조 변경’이 유력한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선박 구조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조선업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선박을 건조할 때는 안전성이 철저히 고려되지만, 구조 변경이나 안전검사 때는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박 구조 변경이나 안전검사 때는 선박 건조과정 수준의 노력이나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선주들이 선박을 새로 건조할 때는 투자 대비 최상의 안전성을 도모하는 반면, 구조 변경이나 안전검사 때는 수익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침몰한 세월호가 구조 변경을 통해 화물량과 승선 인원을 늘리면서도 화물을 과적하고 안전과 직결되는 평형수(밸러스트)는 도리어 줄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밖에 선박 검사를 하는 한국선급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 안전검사 과정에 선주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등도 건조 이후 단계에서 선박 안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다.

▲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8일째인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km 앞 사고 해상에서 해경 대원들이 수색 및 구조활동을 하려고 작전지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자꾸만 바뀌는 시신

 ○…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의 시신 신원이 바뀐 사례가 또 확인됐다. 벌써 세 번째다.

 경기도교육청은 23일 오후 2시 당초 장모 군으로 알려진 시신의 신원이 정모 군으로 확인됐다는 상황보고를 해경을 통해 접수했다.

 18일 오전 5시 45분 진도 해상에서 발견된 이 시신은 6일간 제 부모를 만나지 못한 채 24일 수원연화장에서 화장될 예정이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오후 2시께 해경으로부터 장 군의 시신과 유족 간 DNA 검사 결과 ‘불일치’ 판정이 나왔다는 상황을 접수했다”며 “이 시신의 신원은 정 군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당국의 부실한 시신확인 절차에 두 집 유족들은 모두 겪지 않아도 될 상처를 또 한 번 받았다.

 무려 6일간 정군을 장군으로 알고 슬픔을 나눈 유족과 선후배, 친구 등은 아직 행방이 묘연한 장 군을 다시 하염없이 기다리게 됐다.

 시신 신원이 바뀐 사례는 이번이 세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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