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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침몰> '살아나온 죄책감에'…자살한 단원고 교감
<여객선침몰> '살아나온 죄책감에'…자살한 단원고 교감
  • 연합뉴스
  • 승인 2014.04.19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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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교원들 "저혈당 쇼크로 쓰러지지 않았다면 배에 남았을 것"
▲ 단원고 교실 모습.
"ROTC 출신 윤리교사…과묵하면서도 책임의식 강했다" 눈시울 

"책임감이 강해 살아나온 죄책감에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다니시더니…."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에서 구조되고 나서 18일 오후 진도 실내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안산 단원고 강모(52) 교감을 동료들은 이렇게 기억했다.

그의 지갑에는 편지지에 손글씨로 작성한 유서가 발견됐다.

강 교감은 유서에서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라고 적었다.

학생 325명과 교사 13명의 인솔 책임자였던 그는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서 구조되고 나서 진도실내체육관에 머물며 제자들과 후배 교사들의 생환을 기다려왔다.

강 교감을 만난 단원고 교직원들은 "교감이 당시 배 안에서 제자들과 후배 교사들을 구하려고 분주하게 뛰어다녔다고 들었다"며 "구조되고 나서도 지병인 당뇨로 저혈당 쇼크가 오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체육관에 남아 구조상황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교직원들에 따르면 17일 낮 후배 교사가 연락해 옷가지를 챙겨 진도로 내려온 부인과 딸에게 "왜 내려 왔냐"며 화를 내 돌려보냈다.

그날 오후 10시께 한 학부모에게서 "뭐 하러 여기 있느냐"며 항의를 받고는 "면목이 없다.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이후 자정 무렵 경기도교육청과 학교 관계자들이 행방을 의심해 경찰에 구조신고를 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목매 숨진 채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공주대 사범대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인 그는 윤리과목을 가르쳤다. 1987년 교사로 임용된 뒤 지난 2년 전 교감으로 승진해 인근 고교에 근무하다가 올해 3월 단원고에 부임해서 한 달 반가량 근무했다.

그와 함께 근무했던 교원들은 그를 정직하고 과묵하며 후배교사를 도울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교육자로 기억했다.

단원고 교장과는 1993년 한 고교에서 4년간 교사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한 교직원은 "말 그대로 도덕군자 같은 사람이었다"며 "저혈당 쇼크로 쓰러지지만 않았어도 배에 남았을 그였지만 구조된 뒤 죄책감에 너무 힘들어하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그렇게 몸을 챙기라고 말했는데도 '아이들 생각에 쉴 수 없다'며 치료 한번 받지 않더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안산에 거주하는 강 교감은 부인과의 사이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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