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7:31 (목)
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타지키스탄
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타지키스탄
  • 도용복
  • 승인 2014.04.17 2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랜 내전 평화 갈구 ‘메아리’
▲ 타지키스탄 사람들에게 당나귀는 중요한 수입원이다.
긴장 감도는 광활한 대지… 당나귀ㆍ목화로 생계 유지

 중앙아시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파미르 고원을 병풍삼아 광활한 대지를 누볐던 유목민의 나라 타지키스탄은 남한 면적의 한배 반 정도 되는 중앙아시아의 가장 작은 공화국이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독립을 선언했지만 곧바로 내전에 들어가 지금까지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오랜 내전으로 자유와 평화를 갈구하고 해발 3천m 고지대의 높고 푸른 초원과 광활한 사막이 공존하는 땅이다.

 타지키스탄은 1991년 구소련이 붕괴한 후에 현 정부와 이슬람 근본주의와의 내전이 발발해서 1997년 평화조약이 체결될 때까지 많은 기반시설들이 파괴됐다. 내전으로 5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100만 명 정도가 난민이 돼서 러시아나 우즈베키스탄, 멀리는 파키스탄까지 건너갔다. 현재 타지키스탄 사회가 안정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불안감이 많이 남아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국도 쉽지 않다. 국내에는 타지키스탄 대사관이 없고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등 인근 국가에서 받아야 한다. 타지키스탄은 4개의 주로 된 나라이지만 주의 독립성향이 강해서 사실상 4개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주를 넘을 때마다 허가증을 지녀야 하고, 이곳을 통과하는 모든 사람들은 여권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나라를 여행하는데도 여권을 지녀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거의 모든 국경에는 러시아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 타지키스탄 사람들이 즐겨하는 오락은 투견이다.
 최근 중앙아시아지역에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위협을 느낀 러시아가 타지키스탄의 부채를 일부 갚아주고 러시아 주둔 기간을 연장했고 최근에는 2042년까지 아무런 보상 없이 연장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다보니 국경을 넘어가는데 검사가 무척 까다로운 편이다.

 타지키스탄은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을 통틀어서 가장 가난한 국가이다. 2011년 GDP가 700달러 정도밖에 안된다. 자국에서 일자리가 없다보니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등 해외로 나가 일하고 있는 노동자가 7명 중에 1명 꼴이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외화 덕분에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젊은이들이 외국에서 돈을 벌어 가족들에게 보내면 가족들이 생계를 위해 생필품을 구입해서 결국에는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이 국내에 모이는 게 아니라 다시 외국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자생적인 경제발전이 어렵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도 살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요즘 시대에도 지방의 경우에는 현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물으면 ‘당나귀’라고 대답한다. 당나귀가 많은 짐을 운반할 수 있고, 또 산악지대도 별 문제 없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지키스탄은 목화도 수입원 중에 하나인데, 이 목화생산을 하고 노동자들이 하루에 받는 일당이 1달러도 안되고, 게다가 땡볕에서 하루 종일 허리를 굽히고 일하는 중노동이라 옛날에는 노예들이 전담했던 것을 지금은 목화 수확철이 되면 어린이들도 학교를 쉬고 수확을 돕는다고 한다.

 타지키스탄은 이슬람 국가이긴 하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오히려 이곳 정부는 이슬람 근본주의를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보기 때문에 경계를 한다. 그래서 이웃 아프가니스탄에 비해서 사람들이 자유롭고, 특히 여자들은 아프가니스탄과는 달리 전통 옷을 입어도 얼굴을 가리거나 남자들이 피하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타지키스탄에 50년 만에 불어 닥친 한파로 100여 명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한파도 계속되는데다가 국제 식량가격이 상승되는 바람에 식량가격이 3배 이상 오르고, 비축된 에너지도 없어서 전국적으로 전기 공급도 제한된다. 수도권 마저도 하루에 전기가 몇 시간 밖에 공급되지 않아서 주민이 난방과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 타지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유목민과는 달리 농경민족의 전통이 강하기는 하지만 파미르 고원 일대의 사람들은 유목이 주업이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사회 문제가 대두되기도 한다. 타지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마약 통과국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제조된 마약이 러시아로 이동하는데 타지키스탄이 중간 통과지로 이용되고 있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거금이 생기는 일이니까 타지키스탄 사람들에게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약이 타지키스탄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그래서 정부가 마약사범을 찾는데 공을 많이 들이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수송 방법들도 다양해서 이불솜 안에 넣기도 하고, 석류나 과일 속을 빼내고 안에 넣기도 하고, 구두 뒤축이나 심지어는 봉투를 삼켜서 위 속에 넣어서 나르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전 구소련시절에 KGB로 불렸던 비밀경찰들도 많고 외국인에 대한 검문검색도 심한 편이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움이 많긴 하지만 사람사는 세상에서 오락이 없을 수는 없는 법. 타지키스탄에서 가장 인기있는 오락은 투견이다. 타지키스탄은 유목민 시절부터 양떼를 지키던 개를 용감하고 용맹스럽게 단련을 시켜서인지 투견이 아주 인기가 많다. 송아지만한 개들이 서로 목덜미나 귀를 물고 피 튀기며 싸우는 것을 보면 비위가 약한 사람은 웬만해서는 보기 힘들지만 이곳 사람들은 아주 열광적으로 투견을 즐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