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 장소에는 사천 비행장 파일럿 후보생들이 하계 훈련을 하기 위해 텐트를 치고 지냈다. 모두 우리 점포 단골들이라 나는 한 아저씨와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루는 한가한 시간에 그 아저씨와 매점 옆 평상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내가 “아저씨는 전쟁이 나면 죽을 수도 있으니 위험하겠네요”하고 걱정스럽게 물었더니 아저씨는 내 질문에 정색하며 “우리는 전쟁이 나나, 안 나나 목숨을 하늘에 맡긴 몸이란다”라고 하셨다. “왜 그러냐”고 물었드니 연습을 할때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는 사고가 나기도 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실제로 사천 비행장 소속 비행기가 삼천포 하늘을 날다가 대방 바닷가에 추락하기도 했었다. 나는 아저씨의 말에 공군 아저씨들은 멋있는 것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또 한 번씩 제일 튼튼한 침대 튜브를 선택해 코끼리바위 원정을 나선다.
수영 한계구역은 불과 50m도 안되지만, 나는 그곳을 금방 벗어나 망망대해로 들어선다.
중학생이 튜브를 타고 가기에는 버거운 거리였지만, 나는 튜브에 바람이 빠질 적에는 옆 해안가로 수영을 할 수 있도록 옆에 있는 해안선과 거리를 맞추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어쩌다 지나는 갈매기는 ‘끼웃’!하며 나에게 인사를 한다. 누워서 보는 수영장은 까마득하게 보이고, 사람들은 개미같이 작다. 찰랑거리는 파도는 한 번씩 내 뺨을 스쳤다. 너무도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나도 모르게 학교에서 배운 바다 노래가 생각나 큰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창공에 빛난 별 물 위에 드리워 바람은 고요히 불어오누나,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산타루지아, 산안타루지나… 두둥실 두리둥실 배떠나간다, 물 맑은 봄바디에 배 떠나간다… 배를 저어가자 험한 바다 물결 저편 언덕에 산천 경개 좋고, 바람 시원한 곳 희망의 나라로….”
노래를 부르며 20여 분 정도 튜브를 저어가면 코끼리바위에 다다른다. 잔잔한 파도는 바위하고 무슨 원수인지, 바위만 만나면 박치기를 해 댄다. 그러니 바위에 오르는 것이 여간 신경이 쓰인다. 삐죽한 바위에서 넘어지면 내 몸이 이리저리 갈겨지고 말 것이다. 파도가 쳤다가 밀려가는 틈을 이용하면서 한 발, 두 발 띄면서 바위와 바위를 건너서 땅에 올랐다.
해수욕장이 까마득한데 수영을 해서 돌아가기에는 힘이 다 빠진 상태다. 그래서 산에 올라 좁은 길로 튜브를 메고 해수욕장으로 들어간다. 가는 길에는 이곳 해변에만 서식하는 희귀한 야생 무화과나무가 있는데, 나는 그 나무를 만나면 열매를 따먹으며 수영장으로 돌아가곤 했다.
또 나는 서점에서 봐 둔 성문사 만화 전질이 생각이 난다. 그래서 그 만화책을 사기 위해 시내로 들어가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엄마 지금 시내에 들어 갔다 올게”하면 어머니는 “그래라”하고선 뒤돌아 “부진이 너 이리 좀 오너라”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