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01:50 (일)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4.17 2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억의 삼천포 시절(115)
 우리 매점 뒤쪽에는 약간 평평한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는 해마다 진주농고 교악대들이 여름 캠프를 왔었다. 그들은 일주일 정도를 먹고, 자고, 수영도 즐기며 연습도 하곤 했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그 팀의 제일 막내가 고등학교 1학년 어떤 형이었는데 그 형이 심부름하는 모습을 참 많이 봤었다. 나는 해마다 그 형과 만나 친하게 지냈었는데 그 형은 3학년이 되더니 의젓한 교악대 대장이 되었다.

 또 그 장소에는 사천 비행장 파일럿 후보생들이 하계 훈련을 하기 위해 텐트를 치고 지냈다. 모두 우리 점포 단골들이라 나는 한 아저씨와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루는 한가한 시간에 그 아저씨와 매점 옆 평상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내가 “아저씨는 전쟁이 나면 죽을 수도 있으니 위험하겠네요”하고 걱정스럽게 물었더니 아저씨는 내 질문에 정색하며 “우리는 전쟁이 나나, 안 나나 목숨을 하늘에 맡긴 몸이란다”라고 하셨다. “왜 그러냐”고 물었드니 연습을 할때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는 사고가 나기도 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실제로 사천 비행장 소속 비행기가 삼천포 하늘을 날다가 대방 바닷가에 추락하기도 했었다. 나는 아저씨의 말에 공군 아저씨들은 멋있는 것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또 한 번씩 제일 튼튼한 침대 튜브를 선택해 코끼리바위 원정을 나선다.

 수영 한계구역은 불과 50m도 안되지만, 나는 그곳을 금방 벗어나 망망대해로 들어선다.

 중학생이 튜브를 타고 가기에는 버거운 거리였지만, 나는 튜브에 바람이 빠질 적에는 옆 해안가로 수영을 할 수 있도록 옆에 있는 해안선과 거리를 맞추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어쩌다 지나는 갈매기는 ‘끼웃’!하며 나에게 인사를 한다. 누워서 보는 수영장은 까마득하게 보이고, 사람들은 개미같이 작다. 찰랑거리는 파도는 한 번씩 내 뺨을 스쳤다. 너무도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나도 모르게 학교에서 배운 바다 노래가 생각나 큰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창공에 빛난 별 물 위에 드리워 바람은 고요히 불어오누나,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산타루지아, 산안타루지나… 두둥실 두리둥실 배떠나간다, 물 맑은 봄바디에 배 떠나간다… 배를 저어가자 험한 바다 물결 저편 언덕에 산천 경개 좋고, 바람 시원한 곳 희망의 나라로….”

 노래를 부르며 20여 분 정도 튜브를 저어가면 코끼리바위에 다다른다. 잔잔한 파도는 바위하고 무슨 원수인지, 바위만 만나면 박치기를 해 댄다. 그러니 바위에 오르는 것이 여간 신경이 쓰인다. 삐죽한 바위에서 넘어지면 내 몸이 이리저리 갈겨지고 말 것이다. 파도가 쳤다가 밀려가는 틈을 이용하면서 한 발, 두 발 띄면서 바위와 바위를 건너서 땅에 올랐다.

 해수욕장이 까마득한데 수영을 해서 돌아가기에는 힘이 다 빠진 상태다. 그래서 산에 올라 좁은 길로 튜브를 메고 해수욕장으로 들어간다. 가는 길에는 이곳 해변에만 서식하는 희귀한 야생 무화과나무가 있는데, 나는 그 나무를 만나면 열매를 따먹으며 수영장으로 돌아가곤 했다.

 또 나는 서점에서 봐 둔 성문사 만화 전질이 생각이 난다. 그래서 그 만화책을 사기 위해 시내로 들어가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엄마 지금 시내에 들어 갔다 올게”하면 어머니는 “그래라”하고선 뒤돌아 “부진이 너 이리 좀 오너라”하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