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7:22 (금)
勿忘草(물망초)
勿忘草(물망초)
  • 송종복
  • 승인 2014.04.08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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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勿:물 - 말다, 忘:망 - 잊다, 草:초 - 풀

 봄여름에 피는 푸른빛의 작은 꽃이다. 꽃이 한 대롱에서 뭉쳐서 핀다. 애틋한 꽃말을 가진 이 꽃은 사람들에게 아련한 마음을 갖게 한다. 실제로 이 꽃의 꽃말은 한 남자가 연인에게 물망초를 꺾어주고 죽어가며 한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물망초의 용어는 14세기 영국의 헨리 4세가 문장으로 채택하면서 유명해졌다. 이는 영어의 ‘forget me not’을 번역한 것이고, 영어이름은 독일어의 ‘페르기스마인니히트(Vergissmeinnicht)’를 번역한 것이다. 즉, 중세 독일의 한 기사(騎士)인 ‘루돌프’와 금발의 미녀 ‘펠타’는 서로 깊이 사랑하는 사이였다. 어느 날 그들은 행복에 젖어 서로의 손을 잡고 ‘도나우’ 강가를 산책하다가 강둑의 잔디 위에 앉아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문득 펠타는 강가 벼랑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푸른 꽃을 보게 되었다. “어머! 저 꽃을 보세요. 곱고 사랑스러워요. 저도 언제까지나 저렇게 고운 모습으로 당신의 사랑을 받고 싶어요.”

 펠타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던 루돌프는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좋아. 펠타! 내가 영원히 당신을 사랑한다는 표시로 저 예쁜 꽃을 꺾어 당신에게 줄께” 루돌프는 펠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위험하다고 만류하는 그녀에게 자신이 기사임을 강조해 달래고는 이내 꽃을 따러 벼랑 쪽으로 다가갔다. 그가 한 손으로 바위를 잡아 가까스로 몸을 의지한 채 다른 한 손을 뻗어 꽃을 꺾어들고 몸을 돌리는 순간, 잡고 있던 바위 언저리의 흙이 무너지며 벼랑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루돌프! 루돌프!” 루돌프는 낙상으로 거센 격류 속에 빠져 들면서도 펠타의 애타게 울부짖는 소리를 듣자 “나를 잊지 말아줘(Forget me not)!”하고 그녀를 향해 외치며 손에 쥔 꽃을 펠타에게 힘껏 던졌다. 그리고는 도도히 흐르는 강물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고 말았다. 강가에는 펠타의 통곡 소리만이 어두워 가는 주변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그녀는 사라진 애인을 생각하면서 일생 동안 그 꽃을 몸에 지니고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꽃말이 ‘나를 잊지 마세요’가 되었다. 이처럼 ‘로멘스’와 ‘엘레지’의 운명이 결부되면서, 여인들에게 충절과 인내의 상징으로 그 꽃을 그리워한다.

 지금도 물망초를 인용하는 꽃말에는 물망초 노래, 물망초 영어, 물망초 옷, 물망초 학교, 물망초 집, 물망초 후원, 물망초 여행 등 수없이 많으나, 인륜을 말하는 불망초 부모, 물망초 자식, 물망초 부부, 물망초 형제 등 꼭 필요한 말에는 물망초를 사용하지는 않고, 한갓 상술에 젖은 말로만 인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로보아 현실은 황금만능주의에 실리를 두고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있다. 반면에 윤리나 도덕에는 이를 사용하는 실례(實例)가 없고 보니 새삼 세파가 험악하다는 것에 탄식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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