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5:16 (금)
이동근 힐링스토리-가덕도 외양포 마을
이동근 힐링스토리-가덕도 외양포 마을
  • 이동근
  • 승인 2014.04.06 21: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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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흔적 남은 외로운 섬
▲ 가덕도 천가동에 있는 외양포 마을.
러일 전쟁 포진지ㆍ막사로 쓰인 아픔 간직

 외로운 섬, 가덕도에 머문 외양포마을의 봄.

 삶이 곧 소설이 되는 장소를 거닐었다.

 내게는 비참했던 봄날의 어느 오후. 연일 봄을 맞이하러 수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벚꽃 나들이소식에 그저 피곤하고 분주하기만 했던 내 마음은 더 조급해져 갔다.

 그곳이 낯선 곳이 되었던, 익숙한 곳이 되었던 우선 필요했던 것은 걸어야만 얻을 수 있는 잔잔한 풍경이 있는 공간이었다.

 마음껏 눈물을 훔쳐내어도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법한 장소실체가 보이지 않는 것들 속에서 고민하던 찰나, 그 실체 또한 뚜렷해지기보다 더 흐릿해지는 고뇌의 시간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떠나온 시점에서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아 미안해지는 그런 풍경이 있었다.

▲ 일본의 포진지가 있는 곳에서 바라본 외양포 마을.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외양포 마을.

 버스로는 닿기에는 힘든 곳이며 차를 몰고 가덕도의 대항마을이란 곳에 닿으면 그 너머 산으로 올라가는 소로가 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길. 그곳을 넘어가면 일제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외양포 마을이 나타난다.

 숲으로 둘러싸여 아무것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 서 있는 비석 하나.

 사령부 발상지지(司令部發祥之地)라고 쓰여 있던 비석의 뒤에는 소화 11년 6월(1936)이라고 쓰여 있다.

▲ 100여 년 전의 모습 그대로 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
 일제강점기 그 시간 그대로 여전히 머물러 있는 서쪽 끝의 작은 어촌마을.

 지난 1904년 일본군은 외양포마을 주민들에게 마을을 떠날 것을 명령한다.

 러일 전쟁이 발발하자 이곳에 러시아 발트함대와의 격전을 대비한 포대 사령부를 건설하고 주둔시키기 위함이었다.

 당시 외양포는 많은 주민들이 거주하였으며 양천 허씨 집촌성이었던 마을주민들이 고향을 버릴 수 없어서 떠나기를 거부하자, 집과 세간을 불태우고, 총칼로 위협하여 주민을 강제 이주시켰다.

 100여 년이 지난 근대사의 현장이 먼지가 자욱하게 앉은 것처럼 고스란히 남아있다.

▲ '적산가옥'이라 불리는 집형태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일본군의 포진지 및 막사로 쓰였고, 격동의 시대였던 만큼 치열했던 그 현장이 아직도 잘 보존되어 남아 있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후세들에게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처참했던 시대를 살아온 그들을 생각하며 구석구석 걸으며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 길을 걸으며 그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온 선조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아픔이 깊게 고인 시대의 자취가 남겨진 길을 걷는 것은 당신의 최선일 것이다.

 그들에겐 수치스럽고 되새기고 싶지 않은 뼈아픈 역사 일지라도 그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아픔을 마음으로나마 위로해보는 것은 우리의 몫일 것이다.

 그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소에 닿으면 당신도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 외양포마을에는 30여 세대가 살고있다.

 도무지 웃을 수 없는 삶일지라도, 차마 눈을 뜨고 걸을 수 없을 만큼 어두운 현실일지라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에도 그 과정을 즐길 수 없을 만큼 결과가 두렵더라도 그래도 당신은 끊임없이 이야기 해야 한다.

 나는 비로소 나를 이해해야만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나를 이해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외양포는 그러했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받아들이기에 인정해도 달라질 것 없는 현실을 한 번 더 포기하지 않고 걸어갈 수 있게 다시 마음 끝을 태울 시를 써보라고 했다.

▲ 작은어촌 마을다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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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미 2014-04-07 02:34:54
글과사진을읽다보니 저도 꼭 다녀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