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5 21:41 (목)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3.27 2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억의 삼천포 시절(100)
 78. 만화세계

 1956년 ‘밀림의 왕자’의 붐이 차츰 가시자, 삼천포 한내다리 밑에 작고 허름한 만화 대여점이 생겼다.

 나는 어둡고 침침한 그곳에 가기를 꺼렸지만, 어느 날 용기를 내어 들어가게 된다. 벽에는 고무줄로 만화책이 백권 정도 걸려있고, 낡은 의자에 또래 아이들이 5~6명이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그곳엔 박기정 선생님의 ‘가고파’가 있었고, 임수 선생님의 서부 만화도 있었다. 임수 선생님은 ‘거짓말 박사’로 당시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

 내가 그렇게 만화와 인연을 이어가는 사이에 서점에서는 만화전문 잡지 ‘만화세계’가 출간된다. 만화세계는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만화작가는 모두 나오는 것 같았고, 작품도 작가마다 개성 있게 그려져 있었다.

 그 뒤 ‘만화소년소녀’도 출간됐다. 그곳에는 박광현, 박기당 선생님의 작품도 있었는데 특히 박기당 선생님의 작품 중에는 삼천포가 배경으로 잠시 등장해 신기했었다.

 ‘만화학생’과 ‘칠천국’ 등 만화전문 잡지들이 잇따라 나왔고, 잡지에서 연재된 작품들이 묶어져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바야흐로 서점에서는 만화가 제일 판매 부수가 많은 책으로 자리 잡게 된다.

 ‘만화세계’는 ‘밀림의 왕자’로 서점에 만화를 보급할 수 있다는 자신을 얻은 김성옥 사장이 창간한 잡지이다.

 만화세계는 당시 최고의 인기 작가 최상권의 선두로 박현석, 김경언, 김근배, 서봉재, 이병주, 신현성, 임수, 김백송, 정파, 신동우, 김용환, 김기율 등 우리나라에서 이름있는 만화가들이 모이면서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잡지는 삽시간에 다 팔린다.

 월간 잡지는 날짜를 다투는 관계로 여간해서 재판을 하지 못하는데도, 두 판이나 더 찍어 내게 된다. 그리고 3호는 10만 부 넘게 팔려 나갔다. 전쟁이 끝난지 5년 만인 가난한 빈민국에서 월간 잡지가 10만 부 팔렸다면 보통 사건이 아니었다.

 만화세계는 월간으로 부족해 여름방학, 겨울 방학을 기해 임시 중간호를 내기도 한다. 본 잡지 특색은 한 작가가 20쪽 정도를 할애하는데 비해 중간호는 인기 있는 한두 작가에게 집중적으로 60쪽 정도를 할애하는 방식이었다. 50쪽이라면 당시 단행본 한 권 분량인데, 중간호는 2~3명의 작가의 작품이 한 권씩 실리는 셈이었다. 만화세계는 첫해에는 중간호를 6권이나 내어 한해에 18호까지 출간된다.

 만화세계가 천정부지로 히트를 하자, 박광현 선생님은 부산에서 간판을 그리고 있던 박기당 선생님과 규합해 ‘만화소년소녀’를 발행하게 된다. 그러나 만화소년소녀는 3호까지 나오고 중단된다. 그 후 ‘만화세계’에서 편집을 보던 최상권 선생님이 ‘만화학생’이라는 잡지를 만들지만, 이것도 몇 호를 못 넘긴다. 또 ‘칠천국’도 발행되지만 만화세계의 적수가 못되었다. 만화세계는 이렇게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만화 황금시절의 중심 역할을 해나간다.

 만화 잡지에서 연재된 작품들이 단행본으로 만들어져 서점에 보급되곤 했다. 이렇게 서점에서 만화책들은 날개를 단 듯 팔려 나갔다. 만화세계의 독자들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청소년, 어른들까지 넓어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