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5:32 (목)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3.2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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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98)
 그리고 덕진이 형은 여권이 나오자, 먼저 일본으로 가서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고, 또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면서 사회활동을 하는 처의 도우면서 세월을 보내게 된다.

 아직도 낙원은 망연(茫然)한가… 그러나 뜻밖에 그렇게 찾아 헤매던 낙원은 가까이 있었다. 벨기에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동화 ‘파랑새’처럼 낙원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집 새장에 있었던 것이다.

 76. 찾아온 낙원

 세상은 많이 바뀌어 갔다. 여지껏 민주 열사로 활약하던 김대중 민주당 총재는 드디어 1998년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다. 그러면서 부인의 사회활동에 제약이 없어진다.

 그리고 1999년에 김대중 대통령은 당을 쇄신하기 위해 당의 이름을 ‘새천년 민주당’이라 바꾸고, 당의 조직을 개편하면서 당시 성공회 총재였던 이제정 총재의 알선으로 덕진이 형의 부인을 새천년 민주당 여성위원장으로 선임한다.

 부인은 임무를 잘 이행했고, 또 다음 해에 있었던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천년 민주당 비례대표로 내정돼 당당히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배지를 달게 된다.

 국회의원이 아무나 되는 직책인가. 대한민국 법령을 만드는 선량들이 아닌가. 국회의원 남편이라는 자리는 가난도 억울함도 차별도 없었다. 어릴 적부터 꿈꿔 온 낙원은 북쪽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먼 곳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곳은 너무나 가까이 있는 아늑한 부인의 품 안 그곳이었다.

 부인은 정부가 개편되면서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던 한광옥 실장의 추천으로 신설된 여성부 초대 장관에 임명됐다.

 국민들은 이 여성장관에 관심을 갖게 되고, 또 장관의 남편에 대해 많은 말거리를 만들어냈다.

 세인들은 덕진이 형 더러 사상이 불순하다니, 집에서 아기만 본다니, 가정부처럼 산다니 해댔지만, 형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안락한 낙원이 자기 때문에 흠집이 나지나 않을까 하는데 더 신경이 갈 뿐이다.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여성이 기관장에 취임하면 취임식장에는 남편들은 자리를 하지 않는 관례가 있는데, 덕진이 형은 부인의 취임식에는 어디든 자리를 빛내주고는 했다.

 해가 거듭 바뀌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고 참여정부가 들어서자, 처의 낙원은 더욱 풍족해 졌다. 이제는 제8대 환경부 장관을 거쳐, 이해찬 국무총리 다음으로 참여정부 세 번째, 여자로서는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된다. 이게 얼마나 기막힌 낙원인가.

 덕진이 형은 가만히 낙원 안에 안식하면 된다. 대학에서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고, 한 번씩 학교나 시민 단체에서 젊은 날에 자기처럼 낙원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곳에 가서 강의를 하며 살아간다. 누가 “OO주의자냐?”하고 물으면 함석현 선생처럼 평화주의자라 말하고 한다.

 학생 시절 고생하며 공부해 서울대에 들어갔고, 또 그곳에서 한 여인을 만나 둘이서 모든 역경을 딛고 낙원에 안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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