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17:12 (목)
지사와 대통령론
지사와 대통령론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03.23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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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개의 길이 있다.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다. 어느 길을 갈 것인가. 풀이 더 우거지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더 적은 길. 시인은 그 길을 택한다. 그리고 말한다.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한 그것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고 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경남에도 변화의 길을 마다하지 않는 정치적 DNA가 살아 꿈틀거린다.

 그 대통령의 길을 택한 전두환, 김영삼, 노무현 등 3명은 권좌를 차지했다. 그 후, 경남도정은 대통령론에 불을 지핀 ‘도지사’ 4명이 20년째 이끌고 있다. 전직으로는 김혁규, 김태호, 김두관 전 지사다. 현직은 홍준표 경남지사다.

 김혁규 전 도지사는 2003년 12월 임기 도중 자리를 내놓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포스트 대통령’은커녕 정치인으로서의 생명력은 끝난 상태다. 미스터리란 당적 이적, 사기 혐의 피소 소식 등 안타까움만 더하고 있다. 김태호 전 지사는 우여곡절 끝에 총리로 지명됐지만 광화문 나들이부터 구설수에 오르는 등 총리청문회에서 낙마했다. 하지만 2선 국회의원으로 탁월한 정치력은 인정받고 있다. 이어 야권연대로 경남지사직을 거머쥔 김두관 전 지사, 그는 “이장에서 대통령까지”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지사직만 중도 사퇴한 꼴이 됐지만 야권의 잠룡이다.

 이 같이 경남도정은 대권을 꿈꾼 전직 지사들의 부침(浮沈)에 따라 요동쳤지만 지금 상황은 그 때와 달리 전국에서 도지사 대통령론의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경남은 그 DNA를 두고 논란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를 향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려면 경남지사 출마를 포기하라는 타 예비후보들의 주장이다. 물론 지난 사례인 중도사퇴가 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판은 급변했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광역단체장 선거에는 여야를 불문, 잠룡들이 총동원된 상황이다.

 그들 중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정몽준 의원만이 당선 후 중도사퇴는 없다고 밝혔을 뿐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문수 경기지사, 제주지사 선거에 나선 원희룡 의원, 야권의 안희정 충남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등 후보군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대권 행보를 묻는 질문에 관망한 자세를 취했던 지난날 광역단체장 출마자들과는 달리, 대권 도전에 대해 공개적이고 당당하다. 물론, 정면승부를 걸어 유권자에게 강한 이미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지지도 호소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는 수도 있을 것이다.

 이같이 지방선거는 서울, 경기 인천, 충청권은 물론, 호남까지 중진들의 전쟁터며 영남권 광역단체장인 홍준표 경남지사도 그중 한 명의 잠룡이다. 이 같은 현상은 중앙→지방→중앙, 또는 지방→중앙을 거친 그들이 지방시대를 이끌, 이른바 세방화(世方化, Glocalization)시대란 증좌다.

 지역과 국가경계의 틀을 벗어나 세계도시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발전을 추동(推動)할 수 있는 핵심역량 즉, 지역인재를 발굴ㆍ육성ㆍ배출하는 게 최고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인재육성만큼 중요한 과제는 없다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각 분야에 걸쳐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현재의 인재들이 경남도 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고, 또 그들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고 북돋워줘야 경남의 발전은 가속화될 것이다. 사람이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은 인재가 현실의 난관을 타개하고 미래를 이끌어 가는 데 주도적 역할을 말함이다. 세계적 기업도 뿌리를 지탱하는 것은 공장이 아니라 인재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은 ‘인재제일주의’를 기업 이념으로 삼고 있다. 중견, 중소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어디 기업뿐인가. 국가 또한 마찬가지다. 세종대왕이 인재 육성을 중요시한 사례가 한글창제다. 세종대왕이 아껴 곁에 둔 정인지ㆍ성삼문 등 여덟 학자들이 왕의 명을 받아 창제한 것 아닌가. 그에 못지않게 세방화 시대에는 더욱 직관력이 뛰어난 정치적 인재와 지도자가 요구되는 시대다. 춘추전국시대 ‘관자(管子)’는 “하나를 심어서 하나를 거두는 것은 곡식이고, 하나를 심어서 열을 거두는 것은 나무이며, 하나를 심어 백을 거두는 것은 사람이다(一樹一穫 穀, 一樹十穫 木, 一樹百穫 人)”며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남은 여든 야든 정치적 인재, 그 DNA의 꿈틀거림이 타 지역에 비할 바 아니다. 김태호 의원이든, 김두관 전 지사든, 현 홍준표 경남지사든, 경남지사 출신의 대망론은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또 6ㆍ4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될 지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경남도민들은 둥지를 차지하려고, 또는 지키려는 새보다는 변화의 나래를 펴 대권을 꿈꾸는 새, 정국을 주도하는 “통 큰 새”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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