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8:55 (목)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3.17 2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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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92)
 밀림의 왕자의 아류 작품은 한국에서만 나온게 아니다. 일본에서도 밀림을 배경으로 한 비슷한 그림, 비슷한 내용의 작품들이 3~5가지나 쏟아져 나와 한동안 한국과 일본은 아프리카 만화로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이 밀림의 왕자는 한국에서도 서점용 만화가 히트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고, 또 김성욱 사장은 밀림의 왕자가 첫 출판된 다음 해에 만화 전문잡지 ‘만화세계’를 출간함으로써 한국에 본격적인 만화 붐을 일게 한다.

 71. 위험한 놀이

 요즈음 어린이들에게 위험한 놀이가 무엇이 있을까? 컴퓨터가 개발되고, 아이들은 손에는 핸드폰이 쥐어지고, 집집마다 자가용과 아이들은 한두 명이 고작이라 부모들이 수시로 챙기기에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1950년대에는 집집마다 아이들이 3~5명씩 있었고 모두 궁핍했다. 또 집에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것들이 없어 대부분 밖에서 노는 시간이 많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이 밖에서 놀다가 시간이 되면 자연히 집에 돌아오는 것을 알기에 아이들이 잠시 없어져도 찾질 않았다.

 또 6ㆍ25전쟁의 잔해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아이들은 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실제로 내 주위에는 총알을 가지고 놀다가 폭발 사고로 팔 한쪽을 잃은 형도 있었다.

 그때는 놀이 중에 화약을 터트리는 놀이가 인기였다. 두꺼운 종이에 밥알만 한 크기의 화약을 백알 정도 붙여놓고 그것을 구멍가게에서 팔았는데, 아이들은 그것을 사서 하나씩 뜯어내 화약총에 장전하고 ‘탕’하고 쏘기도 하고, 또 총이 없을 적에는 화약을 돌 위에 올려놓고 다른 돌로 내려치면 화약이 ‘탕’하고 터지는 것을 보고 놀았다.

 한 번씩은 안경알만 한 납작한 돌 두 개를 구해 그 사이에 화약을 집어놓고, 고무줄로 두 돌을 칭칭 묶어, 해가 지고 동네에 어둠이 깔리면 으슥한 골목길에 숨어 있다가 우리보다 2~4살 많은 누나가 지나가면 화약을 넣은 돌을 그 누나 다리 밑을 향해 높이 던졌다.

 길을 가던 누나는 갑자기 ‘탕’하고 화약 터지는 소리가 나면, 놀라서 껑충껑충 뛰다가 돌이 날아온 곳을 향해 “어떤 문디 자식들이 이런 못된 짓을 하노. 손목아지가 팍 부러져라”하면서 온갖 욕을 다 쏟아 놓고는 다시 가는 곳을 향해 간다.

 우리는 이 광경이 너무 우습지만 웃음을 참아야 했다. 웃다가 우리가 어디 숨어 있는지 들통 나면, 누나는 우리 뺨을 한 대씩 때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화약을 사면 그런 짓들을 하면서 놀았는데 한 번은 현역 시장 집에서 이 화약 폭발 사고가 나서 삼천포 시내가 들썩한 적이 있었다.

 나는 놀 적에는 동네 아이들을 몽땅 모아 팀을 만들어 놀거나 시장 집 손주 재우와 벌리뜰 지주 외손자 건이랑 셋이서 잘 어울려 놀았다. 그런데 시장집 화약 폭발 사고 때에는 다행히 내가 개입되지 않았다.

 그 사건 경위는 시장 집에서 손주 재우와 건이와 또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은 세 친구가 화약을 사와서 무슨 생각이었는지 작은 병에 화약을 채워 넣기 시작한 것이다.

 이 아이들은 병에 화약을 다 채웠는데, 화약이 몇 개 더 남아 있었다. 세 아이는 남은 화약알을 다 집어넣기 위해 젓가락으로 병 안에 있는 화약들을 꾹꾹 눌러대다가 그만 병이 터져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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