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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과 공약 가리자
공약과 공약 가리자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03.16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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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경남지사를 비롯한 도내 단체장 후보들의 선거 공약은 향후 4년간 경남을 이끌어갈 이정표이자, 유권자의 평가기준이 되는 답안지다. 후보입장에서는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고 표심(票心)을 자극할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재원확보 방안도 없는 사업제시 등 6ㆍ4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실성 없는 공약들이 남발되는 것은 그런 연유일 것이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올수록 말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황당한 공약들이 수두룩하다. 또 같은 당 예비후보끼리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등 도민들을 짜증나게 한다. 엉터리 공약으로 표를 호소한다면 유권자를 얕보는 행태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지방자치를 외치면서 각 지자체의 특성이나 주민 의견을 무시한 선심공약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실행 가능한 현실적 정책을 구체적 재원 조달 방안까지 같이 내놓아야 제대로 된 공약이다. 난립하는 축제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또 다른 각종 행사를 공약하고 대통령의 후광을 노린 듯, 실체도 밝히지 않고 ‘알아서 해석하라’는 박심에 이어 당내 경선을 앞두고 당원들의 표심을 잡으려고 ‘친박’ 코드에 편승하기 위해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향도 잦다.

 이런 가운데 창원시는 광역시 승격 공약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통합 후유증으로 마산, 창원, 진해가 겉돌고 “통합의 잉크도 마르지 전에 광역시 승격”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융합을 위한 치유책이 우선이고 340만 경남도민들의 정서는 안중에도 없이 ‘프레임’을 노렸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도 하지 못하는 “경상남도 평양사무소” 설립추진 공약 등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쏟아지는 공약이 기초, 또는 광역단체장이 추진해야 할 것인지, 정부의 정책으로 추진돼야 할 것인지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헷갈린다. 황당한 공약에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포퓰리즘 공약이다.

 전국 곳곳에서 출마자가 쏟아내는 선심공약은 벌써 춤을 추고 있다. 무상버스 공약은 논란의 중심이 되었고 박정희 시(市) 공약 등 강약각색이다. 실천 불가능한 공약을 내놓는 것은 혼란만 줄 뿐이다. 공약이 실천되지 않을 때 유권자들이 받는 상실감은 의외로 크다. 2012년 대선에서도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전향적인 복지 공약이 제시됐으나, 예산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공염불에 그칠 공약이 적지 않다. 따라서 실천 가능하면서도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공약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또 많은 사업비가 소요되는 프로젝트는 반드시 재원확보 방안까지 제시해야 한다. 유권자도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후보평가의 첫째 잣대여야 한다. 이는 후보들에 대한 꼼꼼한 정책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부적절한 언어사용 등 차별화를 위한 상대방 때리기가 역풍마저 우려될 정도로 도를 넘은 것 같고. 점입가경이다. 또 말이 지방자치 선거이지 계파 및 정국주도권 싸움터로 점철되어온 게 지난 정치사이고 6ㆍ4지방선거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지방’도 ‘자치’도 보이지 않는 선거인 듯하다. 이런 정치 놀음에 부화뇌동하는 듯, 일부 언론의 행태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제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에 한술 더 떠서 ‘교두보’니 ‘전초전’이니 하는 전투 용어를, 또는 ‘피 튀기’는 등 잔악한 용어를 사용, 지방선거의 초점을 승패로만 몰아가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정치와 언론이 이럴진대 지방자치가 온전하게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연목구어(緣木求魚)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4년 전 지방선거 때 톡톡히 재미 봤지만 재정난을 몰고 온 ‘3무1반’, 즉 무상급식ㆍ무상보육ㆍ무상의료와 반값 등록금 같이 찬반 논란을 일으킨 프레임의 선거공학에 앞서 포지티브 한 선거전이 요구된다. 유권자는 ‘밝고 맑은 눈’으로 떨어지면 집안이 망하겠지만 당선되면 자치단체를 거들 낼 자는 배제시켜야 한다. 도덕경에 만족을 알면 치욕을 당하지 않는다는 지족불욕(知足不辱)은 자리가 탐나 너도나도 뛰어들 일이 아니고 허언(虛言)은 더욱 안 된다는 경책이다. 실현 가능한 ‘진짜 공약’과 허무맹랑한 ‘가짜 공약’은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 부채의 불길을 잡고, 탄탄한 지방경제를 구축해야 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기도 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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