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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루마니아
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루마니아
  • 경남매일
  • 승인 2014.03.1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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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큐라ㆍ집시의 땅 ‘유럽 최빈국’
▲ 차우셰스쿠의 묘 - 강력한 독재정치를 하던 차우셰스쿠는 혁명으로 처형을 당하고 남루한 묘지만 남아있다.
사회주의 흔적 여전… 여행 땐 떠돌이 개ㆍ집시 주의해야

 다뉴브강을 끼고 불가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루마니아는 우리에게 썩 친숙한 나라는 아니다. 구소련이 붕괴되면서 루마니아도 사회주의 체제를 벗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빈곤한 동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최빈국에 속한다.

 1980년대 말 이후 공산주의에서 벗어난 뒤에도 아직 뚜렷한 성장산업을 키우지 못했고 정치체제 역시 아직 과도기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하지만 수도 부크레스티의 시내 모습은 여느 다른 유럽의 도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내를 가로질러 가다 보면 한국 브랜드 간판이 많이 보인다.

 휴대폰과 자동차 등 한국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 루마니아 시장점유율 1위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브랜드들이 한국 회사인지를 아는 사람들은 아주 드물어서 삼성, LG, 기아, 대우 등의 회사가 한국기업이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루마니아에는 아직도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일 정도로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기쁨의 도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민궁전이다.

 지금은 루마니아의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차우셰스쿠가 북한의 인민문화궁전을 보고 와서 지은 건물인데 미국의 펜타곤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건물이라 한다.

▲ 국회의사당. 미국의 펜타곤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건물이다. 이전의 명칭은 ‘인민궁전’으로, 차우세스쿠가 북한의 인민문화궁전을 보고 와서 지은 건물이다.
 동서남북 사면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똑같고 높이만 80m에 이르는 아주 웅장한 모습을 자랑한다.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리며 강력한 독재정치로 루마니아 정권을 쥐고 흔들던 권력자의 단면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인민궁전으로 들어가는 광장의 대로에는 루마니아의 41개의 주를 상징하는 41개의 각각 다른 모양의 분수들이 멋들어지게 늘어서 있다.

 차우셰스쿠는 북한의 김일성 정권에 버금가는 독재정권이었는데 실제로 차우셰스쿠와 김일성은 둘이 다 살아 있었을 때에는 형님 동생 하는 사이로 지냈다고 한다. 차우셰스쿠는 1970년 초에 루마니아 대통령이 돼 통치를 하면서 유럽에서도 땅이 비옥하기로 이름난 루마니아에서 백성들이 굶주림으로 시달리게 되고 공산당 간부들은 비만으로 인해 콜레스테롤을 낮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차우셰스쿠는 국민들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거미줄 같은 조직망으로 비밀경찰 조직을 운영했다.

 차우셰스쿠 정권은 1989년 12월에 갑자기 허물어졌다. 마냥 순종하기만 하던 인민들이 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감옥에서 차우셰스쿠 대통령이 잡혀있을 때 식사로 계란프라이 하나와 우유 한 잔을 주니까 국민들의 혈세로 호의호식하던 차우셰스쿠는 그런 대우를 참을 수가 없어 “너희는 국부, 국모를 이런 식으로 대접하느냐!”며 경비병에게 호통을 치자 경비병이 하는 말이 “각하 우리 국민들은 이것 조차도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고 한다. 결국 차우셰스쿠는 처형을 당했고 지금은 아주 남루한 묘지만 남아 권력의 무상함을 실감케 한다.

 루마니아에서 유명한 것이 바로 드라큘라 백작이다. 드라큘라 백작은 터키의 침략에 대항해 나라를 지켰던 민족적 영웅이었으나 포로를 처형하는 방법이 워낙 잔혹해서 소설을 통해 흡혈귀로 묘사됐다. 지금은 이 흡혈귀 드라큘라의 주 무대인 브란성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루마니아의 제1의 관광명소이다. 하지만 흡혈귀의 괴기스러움과 음침한 분위기를 생각하고 찾아가면 크게 실망할 수 밖에 없다.

 브란성을 들어가는 입구에는 드라큘라를 상품화한 각종 기념품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드라큘라나 뱀파이어의 브랜드가 붙어있는 와인, 티셔츠, 가면이나 뿔 모양의 머리띠 등이 성을 들어가기 전부터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형적인 중세 유럽의 성의 모양을 하고 있는 브란성은 괴기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고 자연과 어우러진 하얀색 벽에 붉은 지붕이 아름답기까지 해 드라큘라라는 이름만 아니라면 유럽의 어느 한적한 시골에 소풍 온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 소설 드라큐라의 무대가 된 브란성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드라큐라의 무서운 이미지와는 달리 전혀 으스스하지 않고 동화 속의 성처럼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루마니아를 여행하면 특히 조심할 것이 2가지가 있다. 루마니아는 2차대전이 끝나고 도시가 재정비되면서 일반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이 와중에 버려진 개들이 야생에서 번식을 계속해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돼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모양이다. 2006년 1월에도 루마니아 일본 교류협회장이 개에 물려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다른 문제는 집시인데 보통 ‘집시’하면 유럽을 떠도는 낭만적인 보헤미안들을 떠올리기 쉬우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2차 대전 당시 히틀러 정권의 유태인 학살과 더불어 집시청소가 자행되면서 서유럽의 집시들이 동유럽으로 많이 유입이 됐고, 루마니아 공산정권시절에 선전정치의 일환으로 집시들을 받아들이는 정책이 시행되자 많은 집시들이 루마니아에 정착하게 됐다.

 지금은 이들 집시 중에서도 루마니아에 동화돼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일부 집시들도 있으나, 대부분의 집시들이 그들의 습성대로 구걸을 하거나 소매치기 등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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