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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師表(출사표)
出師表(출사표)
  • 송종복
  • 승인 2014.03.12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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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出:출 - 내보내다, 師:사 - 군대, 表:표 - 나타내다

 신하가 임금에게 자신의 생각을 아뢰는 글인데, 최근에는 선거나 경기에 출전하는 의미로써 사용되며 ‘참여’의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출사표는 삼국지의 ‘제갈량전(諸葛亮傳)’과 양나라 소명태자가 편찬한 ‘문선(文選)’ 등에 실려 있다. 이의 출(出)은 출동한다는 뜻이며, 사(師)는 군사, 군대를 뜻하고, 표(表)는 자신의 뜻을 밝힌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출사표(出師表)는 원래 신하가 적을 정벌하러 떠나기 전에 자신의 생각을 올리던 표문(表文)으로, 나라와 민족을 지키고자 출병할 때 왕에게 공경하는 마음으로 두 손으로 받들어 올렸던 것이다. 중국의 삼국시대(220-280)에 촉한(蜀漢)의 승상(丞相) 제갈량(諸葛亮: 184-234)이 제2대 황제 유선(劉禪)에게 북벌(魏: 위)을 위하여 떠나는 날 아침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출사표’를 올렸다.

 전하는 출사표 내용에 ‘신은 본래 아무 벼슬을 못한 평민으로 남양에서 밭 갈고 있었습니다. 선제(유비)께서는 신의 보잘 것 없음을 꺼리지 않으시고, 귀한 몸을 굽혀 신의 오두막집을 세 번이나 찾으시고(삼고초려: 三顧草廬)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을 물으셨습니다. 이에 감격한 신은 모자란 재주나마 힘을 다해 간사하고 흉악한 무리를 쳐 없애고 한 황실을 부흥시켰습니다. 신은 ‘받은 은혜에 감격하여 먼 길을 떠남에 표를 올리려 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 더 말할 바를 알지 못했습니다’ 후세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울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라고 전해지며 그 원문은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출사표를 던지다’라는 말은 원뜻을 지나치게 변형한 것으로 요즘 선거나 어떤 경기에 뛰어들 때 이 말을 종종 사용한다. 이같이 숭고한 뜻을 내포한 ‘출사표’를 마구사용하며, 이번의 지방선거 입후보자가 ‘입후보’라 하지 아니하고 ‘출사표’를 던진다고 원용하고 있는데, 이는 깊이 성찰할 문제라고 본다.

 오는 6월 4일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전국 각지의 공직자들이 지난 6일자로 156명이나 ‘줄 사퇴’를 하여 ‘출사표’로 던졌다. 경남만 해도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지난달 5일 도지사 출마를 위해, 김정권 경남발전연구원장과 허성곤 경남도 기획조정실장이 김해시장에, 조영파 전 창원시 부시장과 배한성 경남개발공사 사장이 창원시장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이밖에 김성택 의령 부군수는 진주시장에, 윤상기 진주시 부시장은 하동 군수에, 조광일 마산 합포구청장은 산청 군수에 각각 출마하려고 사퇴하여 6ㆍ4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지방선거 지망생의 ‘입후보’가 제갈공명의 ‘출사표’처럼 의미 있는 것이 되어야지, 이에 자칫하면 행정과 의정 양쪽 모두 공백이 되어 그 반대급부로 주민들이 많은 피해를 보지 않나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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