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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뿌리째 뽑아야
폭력 뿌리째 뽑아야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4.03.02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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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경남이 전국 규모 3번째다. 반길 일 같지만 조직폭력배 머릿수여서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 전국 조폭 216개파, 5천425명 중 경기도가 가장 많은 31개파 893명에 이어 서울(22개파 479명), 그 다음이 경남(18개파 411명)로 집계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이들을 대상으로 전면전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24년 만이다.

 범죄와의 전쟁으로 많은 폭력조직이 와해됐지만 당시 처벌된 상당수 폭력배가 출소해 조직을 재건ㆍ정비했고 신규 조직도 많이 생긴데다 새로운 활동 방식까지 도입해 이에 대응한 수사 패러다임 확립과 집중 수사가 필요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에 이어 경찰도 100일간 조폭 특별 단속에 나선 것은 조폭과의 전쟁은 합법을 가장한 기업형 지하경제를 겨냥한 측면이 크다. 조폭은 그 동안 변신을 거듭해왔다. 1970년대 산업화 시대에 나타난 갈취형 조폭을 1세대라고 하면, 90년대에는 갈취형과 기업형의 중간인 혼합형 조폭이 유행했다.

 ‘범죄와의 전쟁’으로 지하로 숨어든 조폭은 2000년대 들어 수법이 더욱 다양화, 지능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주가조작과 기업 인수ㆍ합병, 인터넷도박, 사금융 등에 진출하는 이른바 3세대 기업형 조폭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120조 원대로 추정되는 지하경제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른바 ‘제3세대’ 기업형 조폭이 형성한 대규모 지하경제 영역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조폭 기반을 와해하고 ‘합법위장 지하경제’도 뿌리를 뽑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폭이 관여된 기업체와 업소의 탈세, 횡령ㆍ배임 등 ‘합법 위장 지하경제’와 정ㆍ재계 유착 비리 등 ‘불법 지하경제’에 대한 수사 및 범죄수익 환수로 기반자체를 뿌리 뽑는 게 핵심이다. “제3세대 조폭 수사를 위해서는 부장, 검사, 수사관이 ‘토털 사커’와 같이 조폭의 변화에 발맞춰 검찰도 특수ㆍ금융 수사 기법으로 무장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미국 사회학자 수디르 벤카테시는 2008년 펴낸 ‘괴짜 사회학(Gang Leader for a Day)’에서 조폭들이 경찰, 주민대표들과 암암리에 카르텔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공권력을 대신해 ‘사회적 수요(需要)’의 빈틈을 파고든다는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분쟁을 법률 수단보다 해결사를 통해 단숨에 풀어보려는 ‘법보다 주먹’ 식 청부폭력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그는 ‘주먹’을 찾는 사회적 수요가 생기지 않도록 법을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사회도 1세대 조직폭력배가 유흥업소 주변을 어슬렁댔다면 2~3세대는 부동산 분양 및 개발, 대부업체 운영, 도박에서 탈세ㆍ기업비리ㆍ금융범죄 등 합법과 탈법을 넘나들고 있다.

 친구, 조폭마누라, 싸움의 기술, 달마야 놀자 등 조폭을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들이 인기를 끌 정도로 조폭의 존재는 현실이 됐다. 특히 ‘두사부일체’처럼 조폭들이 대학에 진학, 총학생회를 점령한 실제 사건은 조폭들이 진화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영화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이 같은 흐름은 일부 청소년들이 조폭을 꿈꾸도록 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창원의 신흥 폭력조직 아리랑파 두목과 조직원 67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학교 ‘일진’ 출신 고교생 까지 끌어들여 세력을 불리고 합숙 훈련까지 시키는 등 불법금융, 티켓다방 등으로 돈을 뜯어 왔다고 한다. ‘폭력배 예비군’인 공급루트도 확인된 이상 차단해야 한다. 이 같은 조직폭력배에다 골목조폭까지 설쳐대니, 해서는 안 되는 얘기지만 이른바 ‘삼청교육대’가 생겨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그들의 주요 유형은 금품ㆍ자릿세 갈취, 유흥업소 주변 불법영업 신고 협박ㆍ갈취, 재래시장ㆍ노점상 등 영세상인 상대 운영권 갈취와 영업방해, 집단행동을 통한 위력 과시, 공포감 조성 등이다.

 조직폭력배와 달리 단속 사각지대에 있고 처벌도 경미해 그 수가 줄어들지 않는다 한다. 하지만 폭력과 협박으로 서민생활과 경제에 큰 피해를 준다. 그래서 모든 폭(暴)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시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 집중단속에 의한 실적과 성과에 치우쳐 부작용이 적지 않았던 게 과거의 경험에서다. 정부는 “사회악 퇴치”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걸고 있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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