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9:23 (토)
관상(觀相)
관상(觀相)
  • 박태홍
  • 승인 2014.02.24 2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태홍 본사 회장
 관객 9백만 명을 끌어모은 영화 관상은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영화 관상은 조선시대의 시대적 배경과 재미있는 줄거리가 맞물린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문종과 단종 그리고 세조(수양대군)로 이어지는 역사적 배경과 그 시대를 풍미한 김종서와 한명회간의 대립갈등을 잘 묘사하면서 관상쟁이 한 사람을 등장시켜 관상이라는 명제를 설정한 것이 이 영화의 성공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가까운 거리의 역사와 잘 알려진 인물들을 골자로 픽션화 한 한재림 감독이 김내경(송강호 분)이라는 관상쟁이를 등장시키면서부터 시작된다.

 시골에서 붓이나 만들어 팔던 김내경이 기생 연홍(김혜수 분)에 의해 한양으로 올라와 살인사건을 관상 하나로 범인을 잡게 되면서부터 이름을 떨치게 되고 임금의 귀에까지 이 소식이 전해진다. 병약한 임금은 김내경에게 역심을 품은자를 골라내라는 명을 내리게 되면서 이 영화의 줄거리는 숨가쁘게 이어진다.

 수양대군(이정재 분)과 김종서(백윤식 분)의 대립각에 이은 한명회(김의성 분)의 책략 등이 김내경이라는 관상쟁이를 중심으로 흥미를 더해가는 그런 영화다. 사람의 얼굴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미래를 꿰뚫어보던 관상쟁이 김내경도 자기 아들의 미래는 내다보지 못하는 넌센스도 이 영화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단종을 몰아내고 수양대군을 왕위에 오르게한 책략가 한명회도 이 영화의 등장인물이다. 한명회는 두 딸을 장순왕후와 공예왕후에 오르게끔 했고 4번에 걸친 공신책봉을 받은 세조치정에 크게 기여한 당대의 훌륭한 정치가였다.

 훗날 갑자사화때 연산군의 생모 윤비의 폐사에 관련했다 해서 부관참시를 당하는 낭패를 겪기도 했지만 세월이 지나 신원되기도 한다. 이와 맞서 계유정난에 의해 목숨을 잃게되는 김종서 또한 당대를 풍미한 훌륭한 장군이며 정치가였다.

 세조 역시 조카의 왕위를 찬탈하지만 중앙집권체제의 왕권 강화와 함께 국태민안을 위한 정치를 펼쳐온 것 또한 역사적 사실이다. 이 같은 모든 역사적 사실, 그것도 사실적 인물들을 등장시켜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었던 관상은 흥미를 더할 수 밖에 없었다. 관상이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중에 얼굴에 나타난 성격이나 컨디션 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학문적으로 설명한 것을 말한다.

 상은 형상이 있으나 마음은 형상이 없다. 그러나 유형의 상은 무형의 마음에 의해 지배돼 변화한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도, 환해지는 것도, 찌푸려지는 것도 무형의 마음에서 유형의 상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관상학에서는 부귀빈천을 정하는 요소는 상에 의하지만 그 상을 형상화하는 것은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그 마음이 선량하면 빈천한 상이라도 부귀할 수 있고 그 마음이 불량하면 부귀할 상이라도 도리어 빈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 인간사에서는 흔히들 “그 사람 인상이 참 좋다”라던지 “그 놈 장군감이네” 등 사람의 얼굴 즉, 상을 보고 앞날을 내다보는 말들을 많이 하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삼성그룹의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도 신입사원 채용시 관상가를 심사위원으로 두기도 했다 한다. 이에 힘입은 탓인지 몰라도 삼성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섰으며 한국재계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 이회장의 관상학 찬양은 무시만은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고 이병철 회장의 사람보는 안목 사람의 마음을 읽는 혜안 등은 오늘을 살아가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필요한 상식이 아닌가 싶다. 특히 이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 이 같이 관상학에 대한 조예가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윤진숙 전해양수신부 장관 해임 경질이나 윤창중 대변인의 되돌릴 수 없는 실수 등을 미연에 막을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노파심이 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윤 전 장관의 엉뚱한 언행, 또는 기름유출 현장에서의 얼굴 찌푸림과 코막음 등은 무형의 마음에서 유형의 상으로 옮겨간 심신의 변화여서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더 아프게 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능통한 외국어 실력만큼이나 관상학에서도 조금만 조예가 있었더라면 윤 전 장관이 모래밭의 진주가 아닌 것을 사전에 알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