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안현수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 김루어
  • 승인 2014.02.20 20:1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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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숱한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도 24일이면 막을 내린다. 하지만, 안현수 선수에 대한 열광과 환호는 여전히 뜨겁다. 안현수 선수와 그의 아버지의 말에 따라 언론에서 구성하는, 그의 재기 스토리는 대중들 열광을 불러올 만한 드라마적인 요소를 웬만큼 갖췄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에 이어 3월 미니애폴리스 세계선수권대회 3관왕. 2008년 1월 무릎부상. 그로 인한 올림픽 대표 선발전 연속부진. 2010년 12월 소속 성남시청 팀 해산. 2011년 12월 올림픽 출전을 위해 러시아로 귀화. 2014년 2월 소치올림픽에 러시아 대표로 출전 금 1개 동 1개 획득, 게다가 아직 진행형…  
 이 과정에서 그는 빙상연맹 내부의 편애, 구타, 특혜, 파벌싸움, 지도자의 독선의 불이익을 극복하고 화려하게 재기한 스포츠 영웅으로 떠올라 구 조국 한국과 신 조국 러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언론들 보도, 특히 우리나라 언론에 따르면, 대중은 역경을 극복하고 팔 년 만에 성공적인 재기를 한 그를 인간 승리의 표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대중들은 그가 한국 국적을 버리고 러시아로 귀화한 것쯤은 문제도 되지 않는 듯 여긴다. 이는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우리 정서로 볼 때 특이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항구도 혹은 대립구도에서 순결한 영웅은 없다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 다른 목소리들이 그에 대한 열광과 환호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즉, 특혜를 받은 것은 안현수 선수 또한 열외가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때 편애와 파벌의 중심에 안현수 선수가 있어 타 선수들이 선수촌 입소 사보타주까지 벌였고, 대표선발전에서 그가 부상한 데 대한 배려를 않은 것에 대해서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인 진선유 선수 또한 부상으로 대표팀 선발에서 탈락했지만 배려 않고 순위대로 선발했다고 주장한다. 구타문제에 대해서는 가해자라는 혐의를 받아온 전직 동료 국가대표선수가 부정하며 법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어 대중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나는 양쪽 주장 가운데 어느 한쪽에 동조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내 속에 설령 어느 한쪽 주장에 더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 이유는 안현수 이슈가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이미 언론이 이름 붙인 바대로 ‘안현수 현상’이라고 명명될 만큼 문제가 커져 버렸기 때문이다. 현상(現狀)에는 당대 사회의 핫 이슈와 모순과 가치관, 그리고 이데올로기가 압축적으로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여기에는 다가올 변화나 재앙에 대한 조짐 혹은 섬뜩한 경고가 들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현상에 내포된 의미를 세심하게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안현수 현상에는 크게 네 가지 정도 우리시대 이슈가 함유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결과지상주의다, 스포츠분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 분야에 만연한. 만일, 안현수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했으면 어땠을까? 내가 알기로는 안 선수가 2011년 러시아에 귀화했을 때나 이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만 해도 이만큼 여론이 들끓지는 않았다. 금메달이 여론 폭발점이었다는 말이다. 물론, 인간사회에서 경쟁이 없을 수는 없겠고 따라서 순위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 사회는 우승자에 대한 환호가 너무 지나치다. 과연, 우리 사회에 경쟁에서 밀린 후 순위자 혹은 탈락자가 설 자리는 어느 정도 안배되어 있는 것일까?   
 두 번째는 공정성(公正性)문제, 다른 말로 하자면 게임의 룰(rule)문제다. 우리나라는 비록 산업화 출발은 늦었지만 압축 성장을 통하여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회 여러 분야에 그늘을 만들었고 사회 여러 조직에 구조적인 난맥과 부조리를 잉태하여,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그늘과 난맥과 부조리에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 해도 결코 틀린 말만은 아닐 것이다. 안현수 선수가 순식간에 이런 우리사회에 대한 ‘저항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은, 피해를 입은 이들이 그의 성공에 자신을 투사(投射)하여 우리 시대에 묻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 게임의 룰은 공정한가? 라고! 
 세 번째 문제는 애국심(愛國心)에 대한 개념변화다. 지금까지 애국심은 지고지선(至高至善)한 가치였다. 이런 개념으로 보면 안현수 선수가 이적행위를 했다는 데는 이의를 달기 어렵다. 수치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가 딴 메달을 한국에 더하고 러시아에서 빼면, 그 결과는 순위라는 서열(序列)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이번 현상에서는 더 이상은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사실 관계 진위는 차치(且置)하고 한국선수로는 나설 수가 없었다는 반론이 여론대세, 즉 안현수 현상이기 때문이다. 대중은 묻고 있다: 더 이상은 국가가 개인에게 일방적으로 요구만 하여서는 안 된다! 라고…  
 네 번째로는 노마디즘(nomadism)이 눈앞의 현실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노마디즘에 대해서는 논자들 간에 긍부(肯否)로 나뉘어 논란이 분분하다. 긍정론자는 노마드(nomad)는 유목민들처럼 생을 자유롭게 옮겨 다니면서, 새로운 삶과 사유를 통해, 자본권력이나 국가권력에 구속되지 않는 새로운 생존형태를 창출하는 자들이라고 말한다. 부정론자인 나는 작년에 고향(종이신문 2013,2,15/인터넷신문 2013,2,14)이라는 제하 칼럼에서 그 폐해를 지적한 바 있다. 내가 우려하던 폐해 가운데 하나가 이번에, 자기 꿈을 실현하기 위해 러시아로 귀화하여 성공한 안현수 현상이라는 드라마로 나타났다. 개인이익과 국가이익의 정면충돌이다. 이런 가치충돌이 어떻게 정리될지 나는 자못 궁금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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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관 2014-02-26 20:04:17
안현수 외에도 조국이 인재들을 키우지 못해서 이민을 가서 성공해 잘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요
스포츠 분야 외에도 과학자,의사,변호사,예술가 등등 수많은 인재들를 이 나라가 포용하고 키우지 못하고 외국으로 빼앗기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안현수 문제는 국가가 인재 관리를 잘 못한 대표적 케이스지요

효원 2014-02-26 15:51:08
소치 동계 올림픽은 득과 실이 극명히 드러난 대회였던 것 같습니다
안타까움의 이면에 내재된 사연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폐단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던,
하지만 모든 성장은 이런 것을 딛고서 오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긍정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것 같습니다.
단점도 많지만 장점이 더 많은 민족이니까요.^^

강대선 2014-02-24 20:20:03
올림픽이 끝나고
다시 안현수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해 봅니다..
개인이 먼저인지 국가가 먼저인지..
어느 지점에서 절충점을 찾아가겠지요..

그리고 또 변화..
우리의 의식도 하나씩 변하는 모양입니다.
시인님.
몸 건강하시고
좋은 봄날 되십시오..

강대선 2014-02-21 17:16:04
안현수 현상을 바라보며..

우리 안에 자리하고 있는 자화상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애국주의와 성공주의 ...주의들...
사실 그 안에서 안주하기도 하고
때론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혼돈의 사회..미혹..
그래도 길을 찾아 하루를 걸어가고 있습니다.
안현수가 제 길을 찾아가듯이..
모두 자신의 길이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시인님의 글을 읽고
우리 사회를 다시 봅니다.

이 숙자 2014-02-21 17:14:57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순간적인 감정에 가장 단순한 생각을 했던 제 자신을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