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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동근 힐링스토리-나에게 따뜻한 건 눈물뿐이었네
여행작가 이동근 힐링스토리-나에게 따뜻한 건 눈물뿐이었네
  • 이동근
  • 승인 2014.02.02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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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린 경험서 얻은 깨달음
▲ 나에게 여행이란 인생을 살아내는 것이다. (목포 갓바위)
잃어버린 소중한 노트로 배워 “모든 것에 애정 쏟아야”

 한참을 말없이 어느 자리에서 서성이던 때가 있었다.

 우리의 짧은 인생에서 살아가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곧 삶을 배워가는 것이며, 그 하루에서 당신이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음을 가만히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나는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 이동근 여행에세이 ‘너 1825일의 기록’ 발췌

▲ 풍경 속에 깃들다. (전라남도 목포)
 여행할 때 가방 안에 우선 목록으로 들어가는 것은 노트와 펜이었습니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들을 기록하기 위함이지요.

 차를 타고 가다가 멋진 풍경 앞에 나만의 생각들이 떠오르면 무릎 위를 받침대 삼아 노트를 올려놓고 써내려 가기 시작합니다. 기록들은 대부분 그 당시 느낌 그대로를 전달하기 위해 수정을 하지 않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내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에 써먹지는 못할 그런 문장임은 틀림없습니다.

 3년 정도, 3권 정도의 노트를 썼습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싸고 종이 재질은 좋지 않은 그런 노트이지요. 그래서 도서관 책상 위에 올려놓고 방치하더라도 누가 가져갈 걱정도 없었습니다. 내 지나쳐온 시간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소중한 노트를 전라도 취재 도중 잃어버렸습니다. 그때의 심정이란… 여행에서 돌아온 일주일 동안, 그저 망연자실해 있었습니다. 여행용으로 항상 메고 다녔던 백팩 중, 물건도 많이 들어가고, 잘 잃어버리지 않는 구조에 튼튼하고 디자인 또한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단 한 번도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기에 방심을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따라 난 항상 가방의 중간 부분에 넣어 두었던 노트를 제일 앞쪽 지퍼 쪽에 넣어뒀어요.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후, 한참을 잃어버린 지도 모르고 있다가 짐을 정리하며 노트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어디서 흘렸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기에 체념하고 포기해야 했습니다. 노트를 우연히 주운 어느 행인이 휴지통에는 집어넣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훔쳐보기라도 했다면, 웃기고 유치하더라도 노트를 쓰던 주인의 마음이 이랬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것이 나에겐 작은 위안이 될 것 같습니다.

▲ 사랑하는 존재들에게 애정을 쏟으며 살아내는 삶이 아름다운 삶이다. (하당 평화광장)
 당신도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겠지요.

 그것이 무엇이든, 난 당신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우리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잃어 본다는 것은 손해가 되는 일만은 아닌 듯합니다.

 그 쓰라린 경험으로 인해 우리는 조금 더 내가 가진 모든 것들에 애정을 쏟게 되니까요.

 애정이라는 단어 안에는 ‘아끼고 보살핀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습니다.

 소비되는 물건인 경우에는 쓰지 않고 보관하는 것보다 그 목적에 따라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 바로 애정을 쏟는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조금 더 관심 두기, 조금 더 기다리기, 조금 더 참기, 조금 더 어루만지기, 조금 더 믿기이지요.

 우리는 경험 안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닫습니다.

 그냥 흔한 노트 하나 잃어버린 일에도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을 깨우치며 살아가고 있듯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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