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7 19:49 (수)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1.27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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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59)
 영미는 이곳에서 가을을 맞고 또 봄을 맞으며 2년을 머물게 된다. 그 사이 상처받은 마음은 치료된 듯 보였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외로운 산장, 단풍잎은 쌓이고 풀벌레만 밤을 새울 듯 울어대는 고독한 산장, 영미는 한 번씩 행운의 별을 보고 속삭이던 지난날을 더듬으며 행여 부인에게 끌려갔던 애인이 찾아오지나 않을까 기다리는 마음을 가지고 쓸쓸히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영미는 따뜻한 온돌방에 잠이 들어있는데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떠보니 젊은 중이 자기 몸을 덮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영미는 반항했지만 젊은 중은 영미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웠다.

 한번 고기 맛을 본 중은 수시로 영미 방을 찾았고 이 낌새를 눈치챈 다른 중도 한 번씩 영미 방을 드나들었다. 영미는 절 산장에서 두 명의 중들에게 윤간을 당한 것이다. 영미 마음은 그들을 물리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무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영미의 배는 부풀러 오고 있었다. 뱃속에서 아이가 자라는 것이 표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영미가 아이를 가진 것을 주지스님이 알게 될 때쯤 절의 분위기는 심각해졌다.

 절에 여승이 아이를 가졌다고 소문나면 문제가 생길 것이고, 신도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지스님과 다른 중들은 합심해 영미를 내쫓기로 한다.

 39. 떠돌이 부초가 되어

 영미는 절에서 쫓겨나 옛집을 찾아갔지만 집은 덩그러니 비어있었고 마당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이때 지나던 이웃이 영미를 알아보고 영미의 모습에 눈물 훔치더니 영미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따뜻한 밥을 차려준다.

 영미는 그렇게 밥을 먹고 있는데 어떻게 알고 왔는지 옛날 영미를 욕보인 종놈이 찾아와서 이웃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영미를 끌다시피 영미가 살았던 집으로 데리고 가서 방에 집어넣더니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리고는 자기는 방 밖에서 왔다 갔다 해대는 것이 영미가 보기는 영 불안했다.

 마치 기회를 봐서 자기를 죽이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영미는 종놈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집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발이 닿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정든 집은 나와야 했고, 기거했던 절은 들어갈 수 없고, 부모님이 계신 하늘나라는 더더구나 갈 수가 없다. 영미는 갈 곳이 없어 이쪽 길도 걸어보고 저쪽 길도 걸어본다. 영미는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또 걸었다.

 긴 논두렁 길을 걷고 있는데, 저쪽에서 아이 두 놈이 영미를 보고는 “중년이 아이를 뱄다!” 하면서 작은 돌 하나를 영미에게 던진다.

 영미는 너무 억울하다. 이길저길을 걷다가 배가 고프면 어느 집 앞에서 한 술 얻어먹고, 또 기운이 나면 걷기 시작한다. 어느 동네에 왔더니 멀리 바다가 보인다. 이곳까지 이르자 정말 걸을 기운이 없어 남의 집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누어 버렸다. 온몸에 기운을 빼버리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편한 마음이 잠으로 변해 스르르 잠이 들 무렵 지나던 농부 한 사람이 용하게도 쓰러져 있는 여승이 옛날 자기 땅 지주의 딸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영미를 그대로 뒀다가는 아이도 낳지 못하고 큰일을 당할 것 같았다. 농부는 자기 집 리어카에 이불을 깔고는 영미를 싣고 아픈 환자를 공짜로 치료해준다는 삼천포 시내 보건병원으로 데리고 와 영미를 남겨두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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