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1:59 (목)
紅一點 (홍일점)
紅一點 (홍일점)
  • 송종복
  • 승인 2014.01.22 2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紅:홍 - 붉을, 一:일 - 하나, 點:점 - 점

 푸른 잎 가운데 한 송이의 붉은 꽃 하나면 만족하지 더하여 무엇 하리. 즉 많은 남자 사이에 오직 하나 뿐인 여자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

 일명 일점홍(一點紅)이라고도 하며, 이와 반대로 많은 여자 가운데 남자 혼자 있는 것은 청일점(靑一點)이라 한다. 이 홍일점은 왕안석의 영석류시(詠石榴詩)에서 유래한다. 즉 원래 많이 모인 가운데 한 사람의 미인이 여럿 중에서 특별히 눈에 띔을 비유하는 말이었는데, 오늘날에는 여러 남자들 틈에 낀 한 여성을 칭하는 말이 되었다. 중국 송나라 6대 황제인 신종(神宗) 때 유명한 정치가며 문학가였던 왕안석(王安石, 1021∼1086)이란 재상이 한 말이다.

 그는 재상에 임명되자 부국강병을 위한 이른바 ‘왕안석의 신법(新法)’을 실시하였다. 처음에는 구양수, 사마광, 정이, 소식 등 유명한 문신들의 구법(舊法)에 맹렬한 반대에 부딪쳤으나 신종(神宗)의 적극적인 지지를 배경으로 중단 없이 실행하였다. 이때 풍류로 지은 석류 시에 ‘온통 푸른빛 일색인 가운데 단 한 송이 석류꽃의 아름다움을 들먹이며(萬綠叢中 紅一點), 청춘이 봄의 정취를 느끼는데 더 많은 것이 필요하랴(動人春色 不須多)’며, 녹색 속에 홀로 붉게 핀 한 송이 ‘붉은 꽃’이 제일이라고 칭찬하였다. 이 시의 ‘만록총중 홍일점(萬綠叢中 紅一點)’이란 말의 끝 부분만을 따서 된 말이다. 불타는 붉은 것[석류]는 꽃을 뜻하기 때문에 그것은 곧 아름다운 여인을 말하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임재시화: 壬齋詩話’에 따르면 청주추관인 유부가 기생인 유목소를 일컬어 ‘일점홍(一點紅)’ 이라고 한 것에서 역시 뭇 남성들 사이에 노는 여성을 말한 것으로 홍일점과 같은 뜻으로 해석한다. 즉 남성들만의 딱딱한 모임에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 한 분이 있으면 어색한 분위기가 살아나게 된다는 뜻에서. 여성을 남성들의 놀이 감으로 부른데서 나온 것으로 여성 측에서 보면 그렇게 좋은 표현이 아니라고 본다.

 여하튼 남성사회에서 눈에 띄는 여성을 일컬어 주로 부르는 말인데, 요즘에 와서는 이 말이 한갓 여성을 부추 키는 말이 되며, 뭇 남성을 위해서 교태(嬌態)와 영색(令色)을 지원해 달라는 ‘뉘앙스(nuance)’가 풍기게 된다. 그냥 두어도 되는데 구태여 ‘홍일점(紅一點)’ 또는 ‘일점홍(一點紅)’이라고 불러주는 것은 원래의 뜻과는 달리 무언가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 희생을 해 달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에게는 듣기 좋은 말이 될지 모르나 이 말을 들은 이상 그 이상의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