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8 08:19 (목)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 최경탄
  • 승인 2014.01.20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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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삼천포 시절(54)
 34. 백사 만난 아이들

 1950년대 삼천포에는 백사의 전설이 있었다. 백사는 영물이라 산속에서 백사를 만난 사람은 온전치 못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빠르면 도망가면 백사는 빠르게 따라오고, 느리게 도망치면 느리게 따라와서 꼭 사람을 해친다고 한다.

 그래서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백사를 만나지 않길 바랐다. 삼천포 시내 옆에 있는 각산은 해발 600m 정도의 낮은 산이지만 그 무렵에는 등산객이 없어 하루에 불과 10여 명 정도밖에 오르지 않는 인적이 드문 산이라 천연의 신비가 많았다. 산 전체는 50㎝~70㎝ 정도의 잔솔로 심어진 민둥산이라 나는 이 잔솔이 재작년에도 잔솔이고 작년에도 잔솔이고 또 그 해에도 잔솔이라 각산의 소나무는 자라지 않는 소나무인 줄 알았다.

 산에 오르면 이름 모를 풀이나 꽃나무가 즐비했고, 나비며 곤충들이 많아 채집이란 채집은 이곳에서 다할 수 있었다.

 산허리에 오르면 지름이 20㎝ 정도의 하수구에서 실개천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가재와 개구리가 살고 있었다. 그곳 개구리는 검은 점과 붉은 점으로 생긴 껍질이 두꺼운 개구리와 참개구리인데도 온통 황금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산등성이 풀밭에는 여치가 떼를 지어 살고 있어 우리는 잡고 싶은 만큼 잡을 수 있었다. 이 여치를 잡아 여치 집을 만들어 집에 걸어 놓으면 여치들은 높고 예쁜 소리로 울어 참 듣기가 좋았다.

 각산 산꼭대기를 넘어 뒤쪽으로 가면, 돌이 물처럼 흐르는 듯한 돌밭이 있는데 이곳에는 칡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어 우리는 칡밭이라 불렀다. 칡밭 아래는 일본 사람들이 심어놓은 히노키(노송나무) 밭이 있는데 이곳은 각산에서 유일하게 큰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곳이었다. 이 히노키 밭에는 뿔 달린 곤충과 진귀한 곤충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각산 꼭대기에는 한 평쯤 될만한 돌이 비스듬히 하늘을 향해 놓여 있는데 이 바위에 용의 발자국이 찍혀 있다. 용이 이곳에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 흔적이 선명하다. 이 발자국은 손바닥 크기만큼 커서 누가 봐도 용 발자국임을 알 수 있다.

 어느 날 우리 팀은 칡을 캐러 가기 위해 도시락과 괭이ㆍ호미들을 가지고 각산으로 올랐다. 산등선을 넘어 칡밭으로 가서 이곳저곳 칡을 서너 뿌리 캐고 또 한 뿌리는 큰 바위 밑에 좋은 땅에 칡이 있어 파기 시작했다.

 칡의 종류는 두 가지인데 한 가지는 알 칡이고, 또 한 가지는 나무 칡이다. 알 칡은 오돌토돌한 살 부분이 많아 나무 칡보다 맛있었다.

 이번에 파기 시작한 칡은 땅이 좋아 알 칡 같았다.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데 갑자기 운봉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큰 바위 쪽을 보고는 “백… 백사다”라고 하는 것이다.

 큰 바위 밑에 작은 구멍이 있고, 그 구멍에서 하얀색의 뱀이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우리를 보고 있었다. 바위 속에 있던 뱀이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밖으로 나와 우리의 행동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백사의 전설을 알고 있었던 우리는 모두 매우 놀라 짐도 챙기지도 못하고 서둘러 도망치기 시작했다. 한참을 도망가다 뒤를 보니 다행히 따라오지 않았다. 그래도 백사가 어떤 요술을 부릴지 모르니 산 위를 향해 계속 달렸다.

 이때 아이들이 달리고 있는 길 앞 땅속에서 괴물이 갑자기 튀어 올랐다. 주위의 풀잎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그 바람에 놀라 나뒹구는 아이도 있었다. 나는 0.1초의 순간에 백사가 요술을 부린 줄 알고 더 놀랐다. 공중으로 튀어 오른 괴물은 저만큼 앞에서 땅에 내리더니 또다시 하늘로 솟아오르고 내리고 하면서 삽시간에 저 멀리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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