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20:04 (화)
여행작가 이동근 힐링스토리- 내 생에 단 하루의 봄날인 것처럼
여행작가 이동근 힐링스토리- 내 생에 단 하루의 봄날인 것처럼
  • 이동근
  • 승인 2014.01.06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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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너와 소통하는 통로
▲ 당신도 친구들과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대구 대봉동)
11년간 4개 카메라로 수백개 여행기 기록

 아프지 않았다면 사랑이 아니듯, 나의 지나간 시간도 그랬다.

 봄이 오면 잎이 돋고, 여름이 되면 매미가 울며, 가을이 오면 낙엽이 졌고, 겨울이 오면 눈이 내리는 것이 당연한 순리인 듯 살아왔으며 살아가고 있다.

 내 인생에서 흘러간 과거라고 부르는 기억 속에서 나는 단 하루를 보내더라도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에 대해 애절하고 절박할 만큼 간절했었는지 되새기면 혀끝이 씁쓸해질 만큼 아쉬움이 밀려오기도 했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나는 서른의 중간 지점에 서 있다.

 자연스럽게 흘러온 시간이라고 생각하기엔 후회되는 일들도, 아쉬운 기억들도 참 많은 그런 청춘을 보냈다.

 단 한번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해본 적도 없었으며, 무언가 목표를 설정하고 살아본 기억도 없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듯 보이지만 사실, 시간은 누군가에게 그리 공평하지는 않다. 사람의 능력으로 단 일 분 후의 일조차도 예측할 수 없고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도 않기 때문이다.

 철없던 이십대를 넘어 삼십대에 접어들며 나는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현실이라는 높고 높은 허물어지지 않는 벽 앞에서 그저 이 순간마저 흘러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작하기도 전에 예측할 수 없는 실패라는 두려운 결과만을 걱정하고 있었다. 때로는 무모하라고 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과 내가 만들어가는 미래는 지금의 이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됐다면 그것이 얼마나 간절한지 깨달았다면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하기 전에 당신의 십 년 후를 생각해보길 바란다. 사람에게 있어서 청춘이 진다는 것은 육체의 고단함이 아닌 마음의 청춘을 뜻하는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을 위해 써야 할 책임감이 동반된다.

▲ 독자들과 함께 걸었던 경남의 원도심.
 

 “홀로 있다는 것은 고독함…

 고독함은 홀로 있기에 찾아온다.

 짙은 어둠에 물들어가서…

 그 어둠이 손끝부터 물들고 영혼으로 물들어가면…

 짙은 고독에 몸서리치고…

 밝은 빛을 찾아 주변을 둘러본다.

 어둠이 너무 깊기에.

 한줄기의 빛이라도 너무 밝아 보이고…

 침묵하는 외로움이 나를 향해 속삭인다.

 누군가 나의 고독을 달래주기를…

 누군가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기를….”

 

 외로움, 그것은 그저 견뎌내는 것이 아닐까?

 스물다섯의 나에게 우연히 작은 똑딱이카메라가 쥐어졌고, 처음에는 그저 카메라 셔터 소리가 정말 좋아서 참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그 카메라를 손에 쥔 지 11년이 됐다. 그동안 나는 10만 컷이 넘는 사진을 찍었고, 수백개의 여행기를 썼으며 두 권의 책을 출간했고 다양한 전시회를 개최했다.

 카메라를 배운 적도 없으니 무엇이 잘 찍는 사진인지 잘 찍힌 사진인지도 몰랐다.

 렌즈는 어떤 것을 써야 하는지는 여전히 관심이 없다. 그저 한번 손에쥔 카메라는 정이 들어 새롭게 바꾸는 일도 없었으며 1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내 손을 거쳐간 카메라 수는 네 개가 고작이었다. 정이 든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했지만 이 카메라의 모든 장점을 온전히 다 사용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없음이 핑계였을 뿐이었다.

 나는 여행작가이며 여행에세이스트이다. 어떤 장소에 의미를 두기 시작하면서부터 세상의 낯선 시간에 머물러 있던 것들에 대해 의미를 갖게 되기 시작하면서 나의 여행은 더 풍족해졌고 만족스러워졌다.

 흔하게 놓여져 있는 사소한 것에서 나의 외로움을 마주했고, 그 외로움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생기기 시작했고, 빈털터리처럼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는 굶주린 영혼에 생기가 돋는 기분이었다.

 전라북도 군산의 철길마을에서 적었던 글이 있다. 때때로 그 기분을 떠올리는 것은 기록해 놓은 사진을 볼 때보다 적어놓은 글을 다시금 들춰볼 때였다.

▲ 여행자로 살아오며 내가 늘 가지고 다니던 카메라.
 

 “우리를 열병처럼 앓게 하는 사랑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장소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눈앞의 세상이 바뀌고 모든 일상이 변화한다.

 한 걸음 두 걸음 옮길 때마다 낯선 선택을 강요받고 그 선택에 따라 세상은 어느 한 쪽으로 길이 열린다.

 당신을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길을 가르쳐주는 지도와 나침반도 없다.

 가슴은 쉬지 않고 뛰고 기쁨은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간다.

 그리고 그런 여행이란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언젠가 끝이 난다.

 여행이 끝나면 피로함과 추억만 남는다.

 사랑도 그렇게 지나가버리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이제는 떠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느 순간 또다시 짐을 꾸리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우리 인생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다.

 우리는 묵묵히 살아가야 한다.

 시간이 좀 지나면 나쁜 일 보다 좋은 일을 더 자주 기억하게 된다.

 텅 빈 침묵은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로 조금씩 채워지고 뾰족하기만 하던 슬픔의 모서리도 점점 닳아 무뎌진다.”

 나에게 여행이라는 것은 반복되는 삶을 일탈할 수 있는 의미가 아니다.

 여행은 내게 더 열심히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 갈 수 있는 계기이며 그 이야기들을 통해 당신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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