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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모로코
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모로코
  • 도용복
  • 승인 2013.12.0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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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 영화감동 여전
▲ 마라케시를 대표하는 건물인 쿠투비아 모스크.
오아시스 도시 마라케시 성벽ㆍ모스크 등 어우러진 ‘붉은 도시’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들이라면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했던 흑백영화 ‘카사블랑카’를 기억할 것이다. 두 주인공이 작별하는 마지막 장면이 감동을 주는 불후의 명작으로 할리우드가 세계 관객에게 선사해 준 가장 로맨틱한 영화로 꼽힌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됐던 곳이 바로 2차 대전 당시의 모로코다.

 일찍이 아랍의 지배자들 사이에선 미지의 세계로 알려진 모로코는 대서양과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에 접해있어 고대의 정복국가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모로코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지니고 있어 극도의 이국적인 멋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바위와 모래로 된 사막, 사막과 맞물려 있는 높은 산, 산 너머엔 화사한 들꽃으로 물든 벌판, 그리고 그 땅을 감싸고 있는 지중해와 대서양의 바다, 이 모든 자연 환경들이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아프리카와 유럽,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고 신비로울 정도의 자연 환경을 가진 곳이 바로 북아프리카의 모로코다.

 스페인에서 모로코로 가기 위해 스페인의 최남단에 있는 항구도시 알헤시라스로 갔다. 알헤시라스는 지브롤터 해협과 아프리카 대륙으로 가는 거점도시다. 이곳에서 모로코로 넘어가는 배편은 모로코의 탕헤르로 가는 방법과 모로코 북단 해변에 붙어있는 스페인령 세우타로 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탕헤르는 사기꾼도 많고 정신없이 복잡하다는 말을 듣고 세우타로 가기로 했다.

 45분 정도 배를 타고 세우타에 도착. 모로코의 국경으로 이동하니 출입국 사무소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차가 관리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입국신고서를 대신 작성해주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영어는 조금이나마 의미라도 알지만 아랍어는 도통 모르니 답답할 수 밖에. 결국 키 큰 잘생긴 청년에게 부탁을 하고 어렵사리 모로코로 입국.

▲ ‘메디나의 심장’이라는 제마 엘 프나 광장에서 만난 거리의 악사 표정이 익살스럽다.
 국경을 넘어 처음 만나는 마을에 맥도날드 간판이 보인다. 입국하면서 예상보다 시간을 많이 보내 끼니를 걸렀던지라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햄버거 하나를 주문하니 유로도 받지 않고 카드도 되지 않는단다. 당연히 카드 결제가 가능하리라 생각하고 환전을 하지 않았던 탓에 수중엔 모로코 디르함은 한 푼도 없고 여기선 쓸모없는 유로만 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고작 햄버거 하나에 마음 상하고 끼니를 걸렀다.

 카사블랑카를 거쳐 마라케시로 가는 창밖으로 유목민들의 생활이 보인다. 동네 아이들이 많은 당나귀를 타고 물통을 양쪽에 맨 채 줄지어 다닌다. 사막 토질의 영향으로 주변 나무들은 선인장이 대부분이다. 멀리 눈 쌓인 아틀라스 산맥이 보인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들을 지나 마라케시에 도착했다.

 카사블랑카에서 차로 2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라케시는 사하라 사막 가장자리에 위치한 오아시스 도시로 도시 전체가 붉은 흙빛의 성벽과 모스크, 그리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때문에 ‘붉은 도시’라 불린다. 마라케시는 모험과 토속적인 아름다움을 찾는 여행자들이 몰려오는 곳이다. 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마라케시의 구석구석을 다니다 보면 마치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너다 오아시스를 만난 아라비아의 상인이 된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높이 9m에 길이가 12km에 달하는 붉은 흙으로 지어진 성벽에 둘러싸인 메디나의 안에는 아랍문명의 역사를 보여 주는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 중에서도 마라케시를 대표하는 건물이 쿠투비아 모스크다. 굳이 지도를 찾아볼 필요도 없었다. 높은 건물이 없는 메디나에서 77m의 높이로 우뚝 서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건 보인다. 12세기에 지어진 모스크로 예배소가 17개나 있어 2만 5천명의 신도를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첨탑의 가장 높은 곳에서 기도 시각을 알리는 기도의 종 아잔을 울려 사람들이 기도하도록 한다.

▲ 제마 엘 프나 광장의 활기찬 사람들.
 ‘메디나의 심장’이라는 제마 엘 프나 광장으로 향했다. 모로코 사람들의 삶의 채취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수많은 노점상과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나왔는지 신기할 정도다. 수많은 노천식당들이 열리고 사람들은 원하는 음식을 사먹는다. 다양한 철판 요리에서부터 달팽이 요리, 전통 모로코식 소시지 요리도 맛볼 수 있다. 우리 돈 500원 정도면 먹을 수 있는 직접 짜 주는 오렌지 주스도 일품이다. 광장 주변의 전망이 좋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구경할 수도 있다.

 노천식당 주변으로는 뱀 쇼를 하는 사람, 춤을 추는 사람, 마술을 보여주는 사람, 곡예를 하는 사람, 문신을 그려주는 여인,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이야기꾼,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있다. 많은 관광객들 탓인지 사진을 찍으면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수많은 재주꾼들이 수 백 명의 군중들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분위기에 덩달아 흥분이 된다. 옛날에는 죄인을 처형하고 목을 걸어놓았던 공개처형장이었던 제마 엘 프나 광장은 중세 때부터 내려온 메디나의 문화 생활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사하라 사막을 거쳐 북쪽으로 향하던 수많은 대상들을 불러들였던 이 오아시스는 지금은 전 세계의 이국적인 문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많은 여행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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