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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추억 전하는 부산 ‘LP 사운드’
음악 추억 전하는 부산 ‘LP 사운드’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3.12.03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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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부르는 LP음반 선율 아날로그 행복에 빠져볼까
▲ 부산 LP 사운드 전용국 대표.
전용국 대표 “듣기 힘든 음반 구해 줄 때 보람 느껴”

 LP 음반(Long-playing record, 레코드판)은 젊은층에게는 새로움이고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다. 클럽 문화를 즐기던 2030세대가 LP 바를 찾고 있다. 그곳에는 따뜻한 음색을 듣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LP 바에서 턴테이블에서 재생되는 음악을 들으면 옛 추억에 젖을 수 있다.

 요즘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든 LP 음반을 찾아 듣는 사람이 많다. 아날로그에 심취한 부산지역 마니아들이 찾는 ‘LP 사운드’(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23-17)가 바로 그런 곳. LP 바와 다른 분위기이지만 들어서면 아날로그 음악이 흐른다. 편한 선율은 피곤한 몸을 받아 주는 것 같고 텅빈 머리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을 것 같다.

 LP 사운드는 음악 감상실이다. 1만여 장의 LP 판이 선반에 가지런히 꽂혀있다. 9천여 장은 창고에 보관돼 있다. 음악을 즐기는곳이지만 LP 판을 팔기도 한다. LP 애호가들이 소장하고 싶은 판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LP 판을 선반에서 빼 턴테이블에 올리는 자체가 거룩한 음악 작업 같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전용국(58) 대표는 LP 음반을 구입하러 유럽의 여러 나라를 다닌다. 3개월에 한 번꼴로 출국한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독일을 찾는다. 한 번에 7천~8천 장을 사들고 들어온다. 많을 땐 1만 장을 들여온다.

▲ LP 사운드 내부 전경. LP 판이 빼곡히 꽂혀있다.
 LP 사운드를 찾는 사람은 대략 400명이다. 이들은 단골이다. 이 중 200명은 골수팬이다. 아날로그 음반을 하루 종일 들어도 행복한 사람들이다.

 음악이 마음 치료에 좋다는 건 상식이다. 음악을 들으면 마음에 생명에너지로 충만해 지고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전 대표는 “디지털 음악보다 아날로그 음악이 절대적으로 치유에 효과적이다”고 자신한다. 더 나아가 그는 “디지털 음악은 되레 몸과 마음을 피로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날로그 음악이 다시 뜰 것입니다” 전 대표의 이 말은 사람은 자연에 더 가까운 데로 기운다는 역설(力說)이다.

 전 대표는 “LP 팬들이 평생 찾지 못한 음반을 구해 줄 때 보람을 느낍니다. LP 판으로 처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감동하는 손님을 보면 나도 따라 감동에 빠지기도 합니다”고 자부심이 배어있다.

 CD가 LP를 대체할 때 LP가 서서히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한 유명 오디오 회사는 CD 플레이어 판매를 중단하고 LP와 턴테이블을 여전히 제작 판매하고 있다. LP 음반의 자연음은 언제까지나 사람들의 곁에 있을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많다. LP 판을 헝겊으로 닦아 턴테이블에 올리는 작업은 귀찮아도 그 짧은 기다림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 LP 사운드가 보유하고 있는 진공관 300B 앰프와 탄노이 오토그래프 레드15 스피커.
 영국에서는 LP 음반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엘튼 존과 같은 인기 스타들은 여전히 LP 음반을 고집하고 있어 아직도 영국에서는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수요가 늘면서 6년 전 0.1%에 그쳤던 영국의 LP 음반 판매율이 0.8%까지 늘었다.

 젊은이에게는 새로운 ‘음악의 숲’으로 안도하고 40~50대에게는 추억의 선율을 전해 줄 LP 음반을 꺼내 들어보면 어떨까. “아직도 집에 턴테이블이 있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옛날에 없애 버렸다”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을 들으면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온라인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지난 10월 20일부터 11월 3일까지 2주간 LP 판을 재생하는 턴테이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중고 턴테이블 판매량도 20%, 중고 LP 판 판매량도 95% 증가했다. 아날로그 시대 향수에 빠지려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다. 중고 LP 판 거래도 증가하고 있다.

 LP 사운드에 앰프는 ‘진공관 300B’ (개인 제작), 스피커는 ‘탄노이 오토그래프 레드 15’가 있다. 아날로그 음악을 듣기에 더없이 좋다.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23-17, 051-518-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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