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밝히는 시
한 주를 밝히는 시
  • 옥유림
  • 승인 2013.12.01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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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고모
 막내 고모

- 옥유림 (1963~)

   새벽부터 한밤까지 풋나물 친구 삼아

   오래된 시장 골목 꼼꼼히 지키더니

   새처럼 날아가셨다 마침표만 남긴 채

   흙 묻은 지폐 몇 장 통장에 넣을 때마다

   무얼 그리 꿈꿨을까 남긴 돈이 태산이다

   한평생 맞고 산 시간 흔적 없이 숨긴 채

   선물은 고사하고 꽃 한 송이 못 받았다

   하소연 하시던 말씀 마지막이 될 줄이야

   수많은 국화 속에 앉아 잃은 웃음 되찾았다

 약력

경남 거제 출생

2006년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2006년 <부산시조> 신인상

(현)부산금정초등학교 교사

예전 사람들은 참 살기가 힘들고 어려웠다. 특히 여자들은 더 살기가 힘들고 어려웠다. 게으른 남편이나 술주정을 하는 남편,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에게도 여자들은 참고 살아야 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되어 있었다. 결혼하고 나면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하는 것이 여자들의 운명이었다. 이혼하는 일은 수치스러운 일이었고 집안의 망신으로 여겼다.

그러므로 친정으로 돌아오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늘 남몰래 눈물 흘리면서 살아야 하는 게 약한 여자들의 삶이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막내 고모가 바로 그런 여자다.

추우나 더우나 괴로우나 서러우나 풋나물을 팔기 위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시장 골목을 지키며 한평생을 살아온 막내 고모.

늦게 자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 밥하고 뒤치다꺼리한 뒤 시장으로 나가 늘 잠에 시달리며 살았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알싸해진다.

세탁기도 없고 더운물도 없고 고무장갑도 없던 불편한 시절, 얼음물에 맨손으로 빨래하고

밥하던 시절을 건너왔을 막내 고모.

남편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남에게 내색하지 않고 살아온 그 가슴속은 어떤 빛깔이었을까?

통장 속에 든 돈이 태산이라고 한 걸 보면 돈 모으는 일로 모든 괴로움을 다 잊고 살았던 것이었을까?

자식들이 자라고 난 뒤 남편의 폭력을 벗어나 혼자 살아가기 위해 돈을 모아 왔던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힘들게 모았던 그 돈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막내 고모는 눈을 감고 말았다. 꽃 한 송이 받아보지 못하고 살아온 분이 돌아가신 뒤에야 웃음을 찾고 꽃 속에 앉아 있다는 게 몹시도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이렇게 살다 가는 게 인생이라면 얼마나 한스러운 일인가? 막내 고모가 바뀐 세상에서는 활짝 웃고 살았으면 좋겠다.

<천성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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