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8:10 (수)
한 주를 밝히는 시
한 주를 밝히는 시
  • 백승수
  • 승인 2013.11.24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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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3
- 백승수 (1951~)

   거울 속엔 모든 것이 오롯이 들어있네

   잃어버린 시간이며 이미 버린 기억이며

   귀찮아 하찮게 여긴 양심良心 같은 것도 있네.

   영화 혹성 솔라리스* 그 기적의 체험으로

   돌아가신 내 부모님 투명하게 재생되고

   못다 한 눈물 어린 말씀 나눌 수도 있다네.

   마음을 비워두면 모든 게 다 보인다지

   나는 언제 내가 될까 절망 어린 생각으로

   뼈저린 이명耳鳴을 듣는 거울 앞에 선다네

 *혹성 솔라리스: 러시아 타르코프스키 감독 영화 작품, 바닷가 같은 우주 정거장에 미지의 생명체가 있어 잠재된 기억을 되살린 관계로 주인공이 자기 때문에 죽은 아내를 현실로 만나 회개한다는 SF영화, 인간은 결국 양심에 의해 자신에 대한 반성을 한다는 주제

 약력

충남 서천 출생

1982 <시조문학> 천료,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시조집: <제2의 돌> <화개마을에서>

1996년 성파시조문학상 수상,

부산교육대학, 부산여자대학, 동부산대학, 동아대학 등 강사와 겸임교수 역임.

(현)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

 지난 일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일이다.

그렇지만 무엇이 잘못한 일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다시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를 깨닫는 일은 쉽지 않다. 대개가 타성에 젖어 별다른 생각 없이 시간의 강물을 타고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시인은 사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주는 거울을 놓고 지난 일들을 돌아보고 있다. 말하자면 거울은 자신을 돌아보는 반성의 도구이자 반성의 시간인 것이다.

양심을 어긴 일도 떠올려보고 돌아가신 부모님도 떠올려보면서 잘못을 돌아보고 있다.

시인은 지난날의 잘못에 대해 통렬한 마음으로 ‘나는 언제 내가 될까?’ 라고 자문하면서 반성의 꼭짓점에 서고 있다.

나다운 나, 더 이상 반성하는 일 없는 나로 산다는 건 지난한 일이다. 누구나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르면서 사는 게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고 일상이다. 하지만 시인은 다시는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한 몸부림으로 거울 앞에 서서 뼈저린 반성의 소리, 이명(耳鳴)을 듣고 있다.

나다운 나, 더 이상 후회하고 반성하지 않을 내가 되고자 고뇌하는 시인의 무거운 목소리가 맑고 투명하게 들려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천성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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