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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에콰도르2
오지탐험가 도용복 ‘땅끝을 가다’ - 에콰도르2
  • 도용복
  • 승인 2013.11.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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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브론ㆍ엑손 등 포함… 상위 20개 회사 전체량 30% 차지
▲ 끼또 구시가지의 중심인 독립광장. 라틴아메리타에서 처음으로 스페인에서 독립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공원으로 중앙에 있는 것이 독립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독립기념비이다.
현지서 구입한 캠코더 한시간 지나 말썽

 끼또에서의 첫 아침이 되었다. 어느 도시나 그렇듯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지난 밤 강도 사건이 있고 나서 긴장을 했던 탓인지 밤새 잠 못 이뤄 몸은 천근만근이다.

 어제 밤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캠코더를 찾으려고 호텔 매니저에게 짧은 영어로 사정을 얘기했지만 매니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냥 듣고만 넘긴다. 그러기에 혼자 다니지 마라고 했지 않느냐며 오히려 타박만 들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 남미 에콰도르에서 영어도 못하는 떠돌이가 어떻게 손을 써 볼 방법이 없다.

 캠코더는 어쩔 수 없다지만 함께 빼앗긴 저장된 영상들은 꼭 찾고 싶었다. 페루를 거쳐 에콰도르로 입국하는 여정이 담겨 있어 나름 소중한 자료이다. 에콰도르로 입국하는데 도움을 준 최 사장에게 늦은 밤이지만 전화를 했다. 최 사장은 이곳 에콰도르에서 사업을 하시는 분이라 이 곳 사정도 잘 알고 있으니 무슨 방법이 있으리라 싶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어렵게 통화가 연결이 되니 최 사장은 지금은 업무상 술자리에 있으니 내일 아침 일찍 호텔로 오겠다고 하여 8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체크아웃 준비까지 모두 마치고 한참을 기다려도 최 사장이 오지 않는다. 10시가 지나도록 전화 연락조차 없다. 잠깐 자리를 비워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그새 오려나 해서 움직이지도 못한다.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보니 몇 번 만에 부인이 받아 최 사장이 지금은 교회에 있을 것이란다. 캠코더가 없어 사진도 못 찍으니 혼자 다닐 수도 없고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교회로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 인디오 여인들과 함께한 필자.
 택시를 타고 물어물어 찾아간 한인 교회에는 예배가 한창이었다. 까치발을 들고 최 사장을 찾아보았으나 도통 보이지를 않는다. 예배가 끝나고 나서 목사님께 사정을 얘기하면서 차를 한잔 얻어 마시고 있는데 옆에서 내 얘기를 듣고 있던 한 분이 선뜻 나를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에콰도르에서 조그만 사업을 하고 있는 김경인 집사라는 분으로 훤칠한 키에 편안한 인상을 가진 분이다. “마침 집사람도 한국으로 들어가서 집에 사람도 없으니 저희 집에서 지내시죠.”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강도를 만난 어려움에 도움을 주기로 했던 최 사장은 찾을 수도 없고 한참 낙담하고 있을 때 도움을 주는 귀인을 만나게 되니. 이후 김 집사는 중 남미 일대를 여행하는 모든 일정에 도움을 주는 이번 여행 최고의 은인이다.

 일단 김 집사의 차를 타고 사고 신고를 하기 위해 경찰서로 찾아 갔다. 거리에는 훤칠한 말을 타고 거리를 순찰하는 경찰들이 많이 보인다. “아마 신고를 하셔도 캠코더를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워낙 이런 사건이 빈번한데다 경찰들도 그렇게 적극적이진 않거든요” “도로에 이렇게 경찰들이 많은데 사건이 왜 이렇게 많은 겁니까?” “사건, 사고가 많으니까 길에 경찰들이 많죠. 오히려 경찰이 많이 안 보이는 곳이 치안상 안전한 곳이 많습니다.”

▲ 끼토에 있는 한 교회의 집회 광경.
 김 집사의 말을 듣고 나자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시내에 경찰이 많은 것을 보고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착오였다. 그 많은 여행을 다닌 내가 이런 것도 파악을 못했다니,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경찰서에 가서 어렵게 사건 신고를 하고, 가장 먼저 캠코더를 구입하기 위해 매장을 찾아갔다. 에콰도르가 경제적으로 살기가 나은 국가가 아니다 보니 제대로 된 캠코더를 구하기가 어렵다. 강도에게 빼앗겼던 제품은 HD 녹화가 가능했는데, 여기서는 비슷한 모델은 구경을 할 수도 없다. 개중에 제일 나아 보이는 것으로 하나 구입을 했다.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김 집사와 거리 이곳저곳을 다니며 촬영을 하다 보니 캠코더가 말썽이다. 구입할 땐 멀쩡하더니 얼마 지나지도 않아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다. 다시 구입처로 가져가 교환을 요구하니 직원의 말이 가관이다. 구입해 갈 땐 멀쩡했으니 사용한 내 책임이라 교환이 안 된단다. 판매처가 후진국이지만 제품은 알아주는 글로벌 기업이니 직원 교육도 돼 있으련만 우리의 설명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무조건 우리 책임이니 절대 교환할 수 없다고 한다. 나는 말이 안 통하고 김 집사님은 너무 온화한 분이라 더 적극적으로 어필을 할 수도 없다. 한 시간 만에 고물 캠코더를 제 값 주고 산 멍청이 외국인 고객이 돼 버렸다. 김 집사님도 보시기에 너무하단 생각이 들었는지 어디다 잠깐 전화를 하고 오고, 우리들의 실랑이는 계속 이어졌다.

 20여 분 넘게 이어지던 다툼을 마무리한 건 김 집사님의 전화를 받고 달려온 고향집의 정진수 사장님이었다. 이곳에서 한국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정 사장님은 끼또를 찾는 한국인들의 가이드를 자처하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주는 분이다. 시골 마을의 일 잘하는 이장님 같은 인상에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지고이네르바이젠을 특히 좋아하신단다. 복잡했던 캠코더 매장의 상황은 정 사장님이 오시자 간단하게 종료가 되었다. 캠코더는 교환을 받았고 시작부터 꼬여만 가던 에콰도르의 여행은 이제야 제 방향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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