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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밝히는 시 - 통점
한주를 밝히는 시 - 통점
  • 채천수
  • 승인 2013.11.17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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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천수(1957~)

   서문시장 가게마다

   하나둘 꺼지는 불

   생선 대가리를 쳐야 먹고사는 친구 놈과

   쉰 중반 피로를 놓고 대폿집에 기대 쉰다.

   나잇살에 따라오는

   그 무슨 통점(痛點) 같은

   신경이 곤두서서 생의 맛이 조여 오고

   경기에 턱턱 받히는

   일과들로 가득한 몸.

   점점 더 헐떡이는 된비탈 숨소리에

   밀리고 휘둘리는 목숨도 짐이다 싶어

   입술을 지그시 물고

   대폿잔에 기대 쉰다.

 약력

경북 대구 출생

199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수상: 대구시조문학상, 한국시조작품상

시조집: `상다리 세 발에 얹힌 저녁밥` `발품`

    `연탄불 연가` `통점(痛點)`

(현) 대구문인협회시조분과위원장, 대구 하빈초등학교장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 한세상을 살아내려고 하면 힘들고 괴로울 때가 많을 것이다. 힘들고 괴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한세상을 살아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 세속적인 삶을 초월한 도인이거나 날 때부터 재벌인 사람일 것이다.

 권력도 없고 돈도 없는 대개의 서민은 힘들고 괴로운 일이 일상으로 일어나기에 늘 걱정하고 고민하면서 살기 마련이다.

시인은 서문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하는 친구와 대폿집에 앉아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사람들은 무척 어깨가 무거울 때다. 학자금 걱정도 해야 하고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자식들 혼수 준비에 대한 걱정도 해야 하고 노령인 부모님의 병원비 걱정도 해야 한다. 이래저래 걱정과 고민이 제일 많은 때가 이 나이 때쯤이다.

 돈은 자꾸만 많이 드는데 경기는 좋지 않아 신경이 곤두서고 온몸이 조여드는 듯한 나날이다. 인생의 된비탈을 오르는 때라 갈수록 숨이 턱턱 막힌다. 어디에 기댈 데도 없고 괴로움을 풀 데도 없다.

그나마 서로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대폿잔을 기울이며 푸념으로 괴로움을 풀고 있다.

 이런 시간이라도 있어야 힘들고 숨 막히는 생활을 견뎌내고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른다.

 산다는 건 대개가 다 거기서 거기다. 누구나 이런 세월을 건너가는 것이 삶이고 인생이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모든 걸 이겨내면서 살아가다 보면 좋은 세상을 만나게 될 때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살 일이라 싶다. <천성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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