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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ㆍ방ㆍ지ㆍ추ㆍ마ㆍ고ㆍ피의 진실
천ㆍ방ㆍ지ㆍ추ㆍ마ㆍ고ㆍ피의 진실
  • 송종복
  • 승인 2013.11.11 21: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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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사)경남향토사 수석부회장
 조선시대에 성씨는 양반만이 가질 수 있었고, 천민(상놈)은 성(姓)이 없었다. 그런데도 천ㆍ방ㆍ지ㆍ추(축)ㆍ마ㆍ고(골)ㆍ피가 성씨(姓氏)였다면, 반대급부로 이들은 분명히 양반의 성씨라는 반증이 된다. 뿐만 아니라 역사상 개국공신, 부원군, 정승, 관찰사 등 고관대작을 지낸 분들이 많다. 이들 성이 양반인 것은 ‘조선씨족통보’를 통해 입증된다. 전 국민이 성을 갖게 된 것은 갑오경장(1894)부터이며, 1909년 일제에 의해 호적법(민적법)이 정리되면서 천민들은 주인의 성을 쓰거나 직업과 발음이 비슷한 성으로 호적을 등록해 공식적으로 전 국민이 성을 갖게 됐다.

 이 7대 성을 살펴보면 천만리는 임란 때 전공을 세운 명나라 장수로서 조선에 귀화한 사람이고, 방유령은 대사헌ㆍ이조참판ㆍ경상도 관찰사를 지낸 분이며, 이순신의 장인도 방진(보성군수)이다. 지용수는 고려 일등공신ㆍ충무공이다. 조선 태조(李旦) 첫 사돈은 찬성사인 지윤, 인조대왕의 사돈은 한성판윤인 지계최로서 왕의 사돈이 천민일 수가 없으며, 광복군 총사령관도 지청천장군이다. 마천목은 조선 개국공신ㆍ영의정을 역임하였고, 피득창은 조선 개국공신ㆍ병조판서ㆍ전라도 감사를 역임하는 등 높은 관직에 오른 인물도 많으며, 다른 성씨에 비교하면 과거 급제자도 많았는데 천인의 성은 과거에 응시도 못하는데 어찌해 천인의 성씨란 말이 나왔을까? 이들 성을 천인의 성이란 하는 자는 무식한 자의 소치이다.

 또한 ‘위키백과’나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에 의하면 천ㆍ방ㆍ지ㆍ축ㆍ마ㆍ골ㆍ피는 ‘한국 성씨와 관련 없는 유언비어’라고 돼 있다. 이 7대성은 ‘한글만 알고 한자를 모르는 무식함에서 퍼진 속설이다. 天ㆍ方ㆍ地ㆍ丑ㆍ馬ㆍ骨ㆍ皮는 천대받던 직업을 지칭하는 말이었고, 千方ㆍ池ㆍ秋ㆍ馬ㆍ葛(高)ㆍ皮는 양반성씨이다. 천시 받던 직업은 하늘-天(무당업), 본뜰-方(목수업), 따-地(지관업), 소-丑(소백정), 말-馬(말백정), 뼈-骨(뼈백정), 가죽-皮(가죽백정)란 뜻이며, 일제의 민적법 시행 때 주로 유명 성이나 주인 성을 호적으로 만들어 갔으며, 양반성인 ‘千ㆍ方ㆍ池ㆍ秋ㆍ馬ㆍ葛(高)ㆍ皮’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천민은 기본적으로 성씨에 대한 기록이 없다. 천민이 성씨를 가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특정 성씨를 가진 사람의 조상은 천민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신분제가 폐지되고 1909년 민적법(호적법- 일제의 민족분열정책으로 호주는 가족의 분가ㆍ결혼ㆍ입양 등의 신분 변동을 승인할 권리)이 시행됨에 따라 김ㆍ이ㆍ박ㆍ최ㆍ정 등 흔한 성씨로 숨어든 노비, 백정, 종놈의 후손들이 자신의 신분을 ‘캄푸라치(camouflage)’하는 의미에서 ‘천방지축’(天方地軸ㆍ허둥지둥 함부로 날뜀)에 착안해 입지보전책으로 퍼트린 낭설이다. 이같이 특정 성씨에 대한 비하는 갑오경장 전에 30%에 불과했던 성이, 갑오경장 후에 100%가 되면서 ‘똥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욕하는 식이라고 보면 된다.

 원래 천민은 성씨 없이 돌쇠, 떡쇠, 꺽세, 개똥이, 향단이 등 이름으로만 불리 왔는데, 한말 족보를 위조하거나 일제가 민적법 시행 때 성씨가 없던 상민, 천민들에게 원하는 성씨의 호적을 다 주었는데, 그 때 가장 인기 있던 성씨가 흔하면서도 유명한 ‘김ㆍ이ㆍ박’ 등이었다. 일제가 성이 없던 밑바닥 천민(노비)계층에게 그들이 신청하는 대로 유명 성씨의 호적을 준 것은 조선의 양반성씨들이 씨족별로 단결하는 것을 방해하고, 노비를 양민으로 시켜서 수탈의 대상을 늘이기 위한 식민통치정책의 일환이었다. 따라서 현재 품성과 생김새가 천한데, ‘성씨는 양반이다’ 떠드는 사람들은 양반집의 돌쇠이거나, 그 마을 개똥이었을 확률이 높으니, 그 사람의 성품과 행동으로 보아 양반과 천민을 판단해야 될 것으로 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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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문 2014-01-15 13:34:39
어쩐지! 저의 직계조 영의정 윤필상님의 셋째 사위분도 현감'지준'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요상한 낭설이라고 생각했는데..그 연유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