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6:24 (목)
SNS가 사람 잡는다
SNS가 사람 잡는다
  • 류한열 기자
  • 승인 2013.11.01 0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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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 한 열 편집국장 직대
페이스북 등 연결로 실생활이 드러나고
삶의 형태 바뀌어도  `본질`은 안 바뀌어

 페이스북 등 SNS가 사람들을 속속들이 묶는다. SNS는 거대한 네트워크 왕국이다. 가입자가 머지않아 13억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주커버그는 자신이 구축한 온라인에서 최고 권력자다. 인구 13억의 중국을 다스리는 시진핑 국가주석과도 같은 권력을 휘두른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아니면 더 대단한 힘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

 요즘 SNS 세상에서 SNS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당연하다. 카카오톡에 그룹채팅을 열어놓으면 시도 때도 없이 울려된다.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생중계를 해대는 데 죽을 맛일 때가 많다. 거미줄같이 쳐진 SNS 관계 속에 더 외로움을 타는 게 현대인이다. 가벼운 엄지손가락 놀림으로 삶을 흩어 놓아도 돌아오는 건 허허로운 잿빛 하늘을 드리우는 경우가 많다.

 SNS 세상에서 사생활은 없다. 모든 게 노출돼 어떤 때는 현기증이 난다. 신상 털기를 당해 삶이 송두리째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현대인들이 자신의 삶을 꼬깃꼬깃 숨겨 놓아도 햇빛에 드러난 보풀같이 반짝인다. 어떤 사람은 카톡에서 상대한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한다. 누가 자랑을 늘어놓으면 괜히 스마트폰을 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있단다. 사서 고생을 하는 꼴이다. SNS가 감정을 지배할 때도 있다. 그것도 긍정 쪽보다는 부정 쪽으로 한참 많이 간다.

 `거제 마티즈` 사건은 참 묘하다. 성행위 동영상이 스마트폰 카카오톡에서 적나라하게 돌아다녔다. 여기에 모자라 차량 소유자의 신상정보까지 버젓이 올라왔다. 꼬리를 무는 피해 여성의 자살 논란과 자동차정비소 직원이 애써 차적조회 시스템에 들어가 차량 번호를 빼내 유포하기까지 SNS에서 옳고 그름도 없이 비수를 쏘아댔다. SNS 부작용 대책을 여기저기서 내놓지만 아마 부작용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면 그때쯤 대책이 탄력을 받을 지 모른다.

 전 세계에 70억 사람이 우글거린다고 볼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SNS에 물들어 있을까. 아마 얽히고 설킨 네트워크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인류는 모든 것이 변하는 속에서 살지만 뒤집어 보면 변화가 없는 속에서 산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다. SNS가 총알같이 변화를 쏘아도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다. 가령 남녀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 눈이 먼다든가 고전을 읽으면 무한한 감동이 쏟는다든가 하는 본질이 어떻게 경박한 SNS에 넘어갈 수 있을까.

 복잡한 미디어 시대에 어쩌면 본질을 좇아 진정성을 추구해야 한다. 인간이 덜 외로워 지려면. 또한 무의미에 뒤덮여 허우적대지 않으려면. 아이들의 구김없는 웃음에서 행복을 찾고, 이웃과 나누는 정에서 삶의 정겨움을 발견하는 이런 진정성은 아무리 SNS로 우리의 감정을 상하게 해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다.

 현재의 디지털 급류에 정신을 못차려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본질을 들고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SNS가 허상이라고 말하면 너무 대책없는 소리일 수 있으나 결코 SNS 같은 게 본질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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