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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인제도, 이대로 좋은가
성년후견인제도, 이대로 좋은가
  • 정창훈
  • 승인 2013.10.28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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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행정학 박사
 성년후견인제도는 만 19세가 돼 성인이 됐지만 질병ㆍ장애ㆍ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을 위한 제도이다. 성인이 됐지만 공법상, 사법상 의사 결정이 곤란한 사람들에 대해 그 불충분한 판단능력을 보충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손해의 방지를 목적으로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는 장애인 부모단체를 포함한 많은 관련 단체들이 의기투합해 ‘성년후견인제도 도입을 위한 추진연대’를 결성하고, 자비를 들여 외국의 제도를 견학하면서 국회에 법안을 발의하는 등 10여 년 각고의 노력 끝에 ‘성년후견인제도’ 시행을 위한 민법 개정안이 2011년 2월 18일 국회를 통과돼 중증 장애인 부모들의 숙원을 이루게 된 것이다.

 개정 전 민법은 심신상실과 심신미약자에 대한 후견제도가 재산적 법률행위의 영역에 한정해 친족이 법정 대리인이 되고 금치산(한정치산)자가 될 경우에는 행위능력을 박탈하거나 한정시키고 후견인이 재산보전 문제에 대해 부당 거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보았다.

 개정된 민법에서는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등으로 이용대상자 및 범위를 넓히고, 3가지 유형의 법정후견제도를 도입해 신상보호에 중점을 두었다. 후견인은 친족과 법인을 포함한 제3자로 확대했다. 피후견인 본인의 의사를 반영하는 절차를 추가하고, 가정법원이 전문성과 공정성을 고려해 후견인을 선임하게 된다. 가정법원에서는 먼저 본인의 의사를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고 다음 본인의 건강, 생활, 재산현황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가족, 친척, 친구, 자원봉사자 또는 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사회복지사 등의 전문가 중에서 적합한 자를 후견인으로 선임하게 된다. 만약 후견인으로 선정된 사람이 불성실하게 수행하면 법원은 직권으로 후견인을 변경하는 감독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성년후견인 제도가 시행되면서 인천, 대구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와 직능 단위로는 법무사협회, 세무사협회와 사회복지사 협회에서 성년후견인 양성교육이 실시하고 있다.

 성년후견인 제도가 실시된 이후 실제로 선임된 사례로서 지적장애 3급인 김모 씨는 이웃에 사는 지인이 핸드폰 개통 시 명의를 빌려달라고 하는 부탁을 해서 자신의 명의로 핸드폰을 개설해 줬으나 지인이 통신료를 내지 않아서 김모 씨는 통신료 미납으로 연체료 160만 원을 물게 돼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복잡한 사무나 계약과 관련된 일은 처리할 능력이 불가능한 김모 씨에게 가정법원에서는 시민 유모 씨를 성년 후견인으로 선임하고 일상생활 수행, 병원진료,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대리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것은 일부분이고 새로운 제도가 시행 된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내용을 알고 있는 국민들도 많지 않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 도입된 성년후견인제도는 종전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의 문제점을 보완시킨 발전된 제도이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는데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중 가장 부각되는 것으로는 비용의 문제를 들 수 있다.러 소송을 진행하려면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 비용처리 문제를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성년후견제의 이용대상 중 저소득층을 고려해 ‘성년후견사업’ 수행기관을 민간에 위탁해 후견인 모집과 교육ㆍ선임ㆍ추천ㆍ관리감독 등 후견에 관한 업무 일체를 민간기관에서 대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독일은 성년후견인에게 지급하는 수임 비용을 지방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성년후견제와 관련된 비용 중 ‘소송에 드는 비용’에 대해는 본인의 요구에 따라서 법원이 일부를 지원하도록 하면서 ‘후견인 보수’는 피후견인의 재산에서 지급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후견인을 다수의 전문가를 배정하면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피후견인은 이 제도의 이용이 곤란하게 될 것이다.

 이 제도를 시행 중인 선진국 대부분은 비용문제를 국가가 부담하거나 민간에 위탁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구체적인 준비도 전혀 없이 법원에서 모든 업무를 수행하도록 제도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또한 사전홍보를 통해 국민들이 이 제도에 대해 미리 알고 이용하도록 하는게 아니라 종전의 제도처럼 중증 장애인 부모의 사망 등 후견인제도 이용 사유가 발생하는 대상자만 이 제도를 이용하도록 축소 운영하려 하고 있다.

 성년후견인제도는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잠재적인 이용 대상자이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되려면 제도에 대해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홍보가 필요하며 신상에 대한 후견업무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인권침해 소지를 방지해야 한다. 또한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그들의 복지를 보충할 수 있는 후견인을 어떻게 양성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폭넓은 교육 커리큘럼 및 관리체계 등도 구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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