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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무형문화재 지정기념 선서화 특별전 여는 남해 망운사 성각 스님
부산시 무형문화재 지정기념 선서화 특별전 여는 남해 망운사 성각 스님
  • 박성렬 기자
  • 승인 2013.10.28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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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하루같이 참선 수행 선 예술의 선적 의미 갖춰
▲ 부산광역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19호 선화보유자로 인정 받은 성각 스님.
선(禪)미술의 세계와 실상
  산과 함께 사노라면 어느덧 내 모습은 ‘山’이 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리해 나 자신을 표현하다 보니 산자 (山字)를 그리는 것이 내 수행생활의 전부가 돼 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됐다. 보통의 산은 꽃도 피고 잎도 피어 색상을 나타내나 나와 하나가 된 산은 오직 수묵의 산일 뿐이다.

 선서화(禪書畵)의 대가 성각 스님(망운사 주지, 원각선원 선원장)의 첫 일성이다. 스님은 어느덧 내 모습 산이 되고 있음을 실감하면서 ‘산 없는 내가 없고 나 없는 산이 없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산사에 머물면서 산과 가까이해 온 세월이 어느덧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뒤돌아보면서 소회를 풀어 놓았다.

 그랬다. 성각 스님은 30년 세월을 하루같이 참선수행을 통해 오직 수묵담채로서 선화를 그려내는 화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스님의 선화작품은 언제나 자연과 나를 하나 되게 하는 동화(同和)의 세계, 즉 내면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속박에서 자유의 세계를 찾아 뛰놀게 하는 소박한 마음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스님의 작품은 고(苦)에서 낙(樂)을 구하기보다 속박의 쇠사슬을 풀어 절대자유의 세계에 훨훨 날고 싶어하는 욕구가 충만하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그것은 자연과 대립해 겪는 고통을 자연과 동화하며 화합하는 마음에서 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망운사의 산사를 지키는 것이었고 그러면서 산과 성각은 점차 하나가 돼가고 있음을 느끼며 그러한 마음은 마침내 수묵의 길잡이가 되고 있었다. 주로 산, 달마, 동자의 행복한 미소, 분타리카 피었네, 관음보살상 등 작품세계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의도적 표현이 아닌 무심코 표현돼 마음이 담기고 있을 뿐이다. 언뜻 보면 정제성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참된 표현주의의 양식을 운필묘사로써 자기형성(自己形成)을 추구하고 선 예술의 선적 의미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

 ◇ 선(禪)미술의 표현양식

 선서화는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등을 표방, 진공묘유(眞空妙有)의 활약상이다. 신체적 표현, 언어적 표현, 조각, 회화, 서예, 음악 등의 제 예술의 본성은 어디까지나 진공묘유인 것이다. 선화 역시 예배의 대상으로 삼는 불화와는 달리 감상의 대상으로써 스스로가 그 대상(불법)인 수행을 통한 담마인 깨달음의 참맛을 몸소 채화해 붓끝의 필치로 담아내는 선 예술의 세계를 감상의 대상으로 음미하는 데 그 맛깔이 스며드는 것이다. 그래서 선화의 주제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선화 가운데서는 달마상을 빼놓을 수 없다. 달마상은 눈과 귀를 크게 표현해 당당한 이 세계의 주인공으로서의 자유자재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역점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선화는 피안성(彼岸性)과 성(聖)의 부정을 특질로 하고 있으며 피안의 미(美)가 아닌 차안(此岸)의 미(美)를 모티브로 한다. 또한 균제의 미를 깨뜨린 불균제의 미를 특질로 해 파격적인 성격을 살필 수 있다. 그리고 선 미술은 남성적 의지적 미를 바탕으로 한 특징이 있어 이는 선화의 주체가 고난을 극복, 자유자재한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미적 감각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화는 채색을 부정해 수묵화로 전환된다는 특징을 지니게 된다. 그것은 선이 주체적으로 대상화를 부정하는 일원적인 부단의 향상, 수행의 원심(願心)으로 일관해 이뤄낸 결과 그 이미지를 수묵으로 나타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한편으로 ‘백지의 예술’이라 부른다.

 한용운 선사의 ‘조선불교유신론’에 보면 조선불교의 혁신을 위해 선(禪)불교의 주체성 회복을 위해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던 불상ㆍ불화들을 모두 불태워버려야 된다고 말했던 것처럼 이는 ‘단하소불’의 고사에 의해 선 미술이 발전할 수 있었던 사실과 맥을 같이 하므로 더욱 선화로서의 특징을 잘 형성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불 가운데 연꽃 피었도다”… ‘무형문화재 초대전’

KNN 월석 아트홀서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산ㆍ동자 주제로 선화ㆍ달마도 등 100여 점 선봬

 부산에서 오는 11월 1일부터 10일간 매우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다. 무형문화재 선화 초대전이며 선화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6일 망운사에서 성각 스님을 만났다. 산사에 머물면서 산과 달마, 동자상, 분타리카 등을 먹으로 담아내고 있는 성각 스님이다.

 산을 감싸고 있는 동자가 환한 미소를 짓는다. 단순한 먹선 몇 가닥으로 표현된 동자의 얼굴이지만 맑은 웃음은 감상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밝은 해처럼 떠오른다. 망운사 주지 성각 스님이 몇 해 전 머리카락, 눈썹 등을 묘사했던 동자승이 지금은 더욱 생략돼 파격적이다.

 선 몇개 뿐이다. 하지만 보는 이에게 더욱 깊이 있게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 바로 내면의 힘이자 진공묘유, 바로 선화(禪畵)의 힘이다.

 지난 5월 8일 부산광역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19호 선화보유자로 인정을 받은 성각 스님이 이를 기념해 전시회를 연다. 부산경남 대표방송 KNN 초대전으로 KNN 월석 아트홀에서 오는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선서화특별전의 주제는 ‘禪의 선물, 여래에 품에 들다’.

 주로 산과 동자를 주제로 한 선화와 달마도 등 100여 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선화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성각 스님의 선화에는 특별한 힘이 느껴진다. 성각 스님은 한때 만화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했다. 현재 한국만화가협회 부회장으로 유명한 캐리커처 화가로 활동 중인 조원행 목원대 교수가 바로 스님의 제자였다. 지금은 한국캐리커처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성각 스님은 동국대 불교대학원 선학과를 졸업하고 문화예술대학원 불교미술학을 전공했다. 부산대학교와 동의대학교에서 강의도 맡았다. 스님이 첫 전시회를 연 것은 지난 1995년 부산MBC가 주최한 ‘광복50주년 기념 초대전’을 시작으로 2011년 서울 예술의 전당 초대전 ‘분타리카 피었네’를 통해 더욱더 세상 사람들에게 선화의 깊은 내면을 알리게 됐다. 성각 스님 또한 선화를 그리는 데만 머문 것이 아니라 한ㆍ중ㆍ일 선화의 차이를 연구하고 여러 학자들의 논문을 엮어 ‘선화’를 학문적 경지로 승화시켰다. 그 결과 우리나라 최초의 선화보유자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이번 전시회에 대해 스님은 “불교의 가르침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이웃 종교인 비불자 누구나 동감할 수 있는 미소를 그리고자 했다. 산이 갖는 모습을 글자 에 담고자 했다. 선화를 보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미소짓고 산의 향기를 느끼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성각 스님은 망운산 깊은 산속에 위치한 망운사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부산에 원각선원을 마련해 재가자들을 대상으로 불교대학을 운영하며 활발한 포교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또 매년 전시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을 꾸준히 도왔다. 이런 공로로 지난 2008년 정부로부터 옥관 문화훈장을 수훈하고 2011년 포교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선화가의 이면에는 치열한 구도행과 경전탐구, 그리고 도심사찰에서의 포교원력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스님께 불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선화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리라 기대하면서. 답은 달랐다. “요즘 세상이 각박하다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풍족한 시대입니다. 마음이 각박한 것이지요.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고 마음을 돌아보면서 산다면 우리는 지금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수행은 마음을 고요한 바다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항상 수행하고 기도하는 불자들이 되길 바랍니다.”

성각 스님은?

 성각 스님은 선이 고운 외모를 지녔다. 말투도 조곤조곤하다. 항상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미소를 머금고 있다. 스님에게는 몽둥이(棒)를 내려치거나 고함(喝)을 지르는 옛 선승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언제라도 넌지시 차 한잔 권하는 모습이 어울린다. 그런 스님은 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강조한다.

 “모든 것은 마음이 짓는 것입니다. 선을 공부하고 화두를 공부해서 성불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 먼저 내가 변하겠다는 발심(發心)이 필요합니다.”

 ‘너무 먼 곳을 보지말고, 중간 것에 얽매이지 말고, 앞의 것에 집착하지 말자.’ 성각스님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스님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력은 망운사 주지와 부산 원각선원 선원장이다.

하동 쌍계사 고산 스님 법어

成覺스님 人間文化財 祝賀 法語

禪墨鍊磨 三十年에 文化人間能成就라

滴水不息能穿石이요 成覺今日火中蓮이로다

日日勤修無生忍하야 頓覺自性本有佛이로다

一超卽入如來地하야 自度他度淨國土어다

참선과 붓글씨를 연마한지 삼십 년 만에

인간문화재를 능히 성취한지라

방울물도 쉬지 아니하면 능히 돌을 뚫고

쉬지 않고 노력한 성각 스님은 오늘에 불 가운데 연꽃처럼 피었도다

날마다 부지런히 무생인을 닦아서

몰록 자성인 본래부처를 깨칠 지어다

한번 뜀에 곧 여래의 지위에 들어가서

자기도 제도하고 다른이도 제도해서 국토를 청정케 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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