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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藜杖(청려장)
靑藜杖(청려장)
  • 송종복
  • 승인 2013.10.22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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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 (사)경남향토사/수석부회장
 청려장은 여장(藜杖) 또는 청려(靑藜)라고도 하는데, 명아주의 잎이 돋아날 때 색깔이 푸른색이라서 청(靑)자가 들어가는데, 도교에서 푸른색은 영원함을 상징하고, 장생불사한다 해 신선들이 주로 짚고 다녔다고 전해진다. 최근에는 민속품으로 홍심려, 학정초, 능쟁이, 도트라지 등으로 지역마다 여러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그 반면 지팡이는 자신이 만들어 짚는 법이 없었다. 후한(後漢) 때 유향(劉向)이 밤에 글을 암송하고 있는데 한 노인이 들어와 청려장을 땅에 치니까 불빛이 나 훤해졌다는 지팡이다. 이는 발광(發光)을 하기에 병액(病厄)의 사귀(邪鬼)를 물리친다 해 값진 지팡이였고, 일반 사람은 글에서나 알고 있던 지팡이다. 16세기 초 명나라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청려장을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는 기록이 있고, 민간에서도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 해 효도의 지팡이로 여겼다.

 통일신라 때는 노인에게 왕이 직접 청려장을 내려 건강과 장수를 기리는 예가 있었고, 고려 때 시인 이인로(李仁老)는 이를 베고 누워 있으면 꿈속에 흰 갈매기가 나타나 해 저무는 줄 모르고 희롱을 한다 했고, 조선 초의 정승 박순(朴淳)이 지리산에서 은둔할 때 지팡이 소리만 들으면 온갖 새가 날아들어 지저귀며 수행을 했다고 한다.

 이 청려장은 조선 시대 나이 50세 때 자식이 부모에게 바치는 가장(家杖), 60세 때 마을에서 주는 향장(鄕杖), 70세 때 나라에서 주는 국장(國杖), 80세 때 임금이 내리는 조장(朝杖)으로 장수노인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했다. 지금도 안동 도산서원에는 이황(퇴계)이 사용하던 청려장이 보관돼 있다. 어느 한 70세 노인이 국장(國杖)을 짚고 고을에 나타나면 그 고을의 원님은 나가 융숭히 마중을 해야 했다. 우리 조상들에게 있어 지팡이는 노쇠한 몸을 의지하는 기구였다기보다 명예가 부가된 훈장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빈청이나 상청에 지팡이를 모셔둬 저승에 가서도 짚고 다니도록 해야 했으니 지팡이는 존장(尊杖)의 분신이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대통령께서 100세 되는 노인에게 `청려장`을 지급하며 "구십춘광(九十春光: 노인의 마음이 청년같이 젊음)이란 말이 있듯이 요즘 어르신들은 젊은이 못지않은 마음의 열정을 갖고 계신데 여러분께서 평생 쌓아 오신 지혜와 경험을 활용하시면서 제2의 청춘을 누리실 수 있도록 사회기반 구축을 해 나갔으면 참 좋겠습니다"라고 한 것으로 보아, 우리 사회의 다양한 `청려장`들이 많이 생겨나 어르신들의 보행에 편하게 해주는데 비해서, 자녀들은 건강과 장수에 또한 존경과 효심이 적음을 아쉬워 언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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