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3:47 (수)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 정창훈
  • 승인 2013.10.21 21: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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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김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행정학 박사

 삶의 어느 한순간도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있었겠는가마는 결혼식을 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기욱이와 연주에게 아버지와 어머니는 진심으로 축하를 한다. 설렘과 기쁨 못지않게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해보니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단다. 아버지도 살아오면서 잘 했던 일도 있고 그렇지 못한 일도 있지만 아버지 어머니가 살아온 방식이 그렇게 잘못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몇 가지 당부의 말을 하려고 한다.

 너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항상 잊지 말거라. 금반지나 다이아몬드가 비싼 이유는 희귀하고 쉽게 변질되지 않기 때문이다. 너희들처럼 아름다운 인연으로 하늘이 맺어준 부부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없는 유일한 존재란다. 서로가 보석처럼 귀하게 여겨야 한다.

 무엇보다도 건강해야 한다. 바쁜 일과 속에서도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을 게을리하지 말고 몸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최상의 상태가 되도록 유지해야 한다. 일상에서 항상 몸을 스트레칭 하는 것을 잊지 말거라.

 매일 컴퓨터와 휴대폰에 매달려 있는 아버지와 같은 너를 볼 때 한없이 안쓰럽다. 컴퓨터를 가까이할 수밖에 없겠지만 가능하면 컴퓨터 앞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특히 집에서는 독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라. 아버지가 쓴 시집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너는 어릴 때 유달리 책을 많이 읽었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내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도 잘 썼단다. 다시 일상의 일들을 기록하고 정리하고 관리하길 바란다.

 1+1=2이고, 2-1은 1이 되는 현실에서 너희들은 자기만의 생활방식이 있었고,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왔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생각하기에 너희들은 1+1=1,004로 만들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각자의 개성과 창의로움이 잘 어울리면 삶의 희망이 되고 행복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이제부터는 따로 살 것인데 처음에는 의무로, 나중에는 네가 좋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양가를 찾아 새로운 일가친척들과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양가의 대소사에도 꼭 참석해 가풍을 배우고 익혀 다음 후손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한세대의 부모가 돼야 한다. 너희가 누리는 일상의 즐거움과 기쁨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부부가 누리는 은혜와 축복은 양가 부모와 조부모 세대의 헌신과 노고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손자 손녀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혹 살다가 싸울 일도 있을 것이다. 어릴 때 아버지와 엄마가 싸우는 것을 목격했을 것이다. 이제는 부부싸움의 형태도 많이 변했을 것 같다. 싸울 때는 싸우되 싸운 뒤에는 무조건 네가 먼저 입을 열어 미안하다고 하고 화해를 하거라. 아버지도 그렇게 했다. 마음이 얼마나 가벼운지 모른다. 아무래도 남자가 여자보다야 강자이니까.

 아버지는 어린시절 철공소, 정비공장 등에서 막노동과 용접공으로 일을 한 것이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으며 그런 경험이 오늘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낮에는 현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항상 책을 놓지 않고 공부해 이제는 대학교수로 또 다른 꿈을 디자인하고 있단다. 운명은 인간을 단련시킬 수도 있고 좌절시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다가온 운명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개척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우리는 어릴 때부터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단다. 너무도 이른 나이에 너는 홀로서기를 했고 동생 또한 그렇게 길을 가도록 할 것이다. 부모는 부모의 길을, 너희들은 너희들의 길을 가야 한다. 이따금 부모가 너희에게 손길을 내밀 수도 있고, 너희가 부모에게 손을 내밀 수도 있겠지만 결국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가장 멋진 길을 갈 수 있도록 둘이 하나가 돼 최선의 노력을 다하길 바란다. 그 길에서 누리고 베풀 수 있는 기쁨과 환희의 순간들을 항상 세상과 함께해야 한다.

 여행경비는 항상 적금을 들어서 마련해야 행복할 것이다. 보너스를 타서 바로 여행경비로 쓰면 행복하지 않단다. 여행적금은 양가 부모님의 여행도 생각해주면 좋을 것이다. 기분 좋은 제안이지 않니?

 아버지 어머니는 너를 부르면 “네 아버지!”, “네 어머니!” 하며 명랑하게 대답할 때가 늘 좋았다. 결혼 후에도 그렇게 해다오. 이제 아들은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한 가정의 가장이 된다. 책임이 무겁다. 그러나 누구든 완벽하긴 어렵고 그저 엎어지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배우고 익히면서 열심히 살면 될 것이다.

 내일부터 우리 아들이 조금은 달라질 터인데 어떻게 변할까. 궁금하다. 그러나 달라지더라도 너무 빨리 변하지는 말거라.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음을

    모아 행복하게 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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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석 2013-10-24 00:49:19
교수님께서 아드님에 보내는 편지 매우 감동깊게읽었습니다~마음이 찡하게울립니다.그리고 아드님의 결혼 축하드리며 행복하게 살기를기원드립니다~~^^이계석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