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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송준의 명인열전 한국 불교계의 국보 ‘수안스님’- 중
작가 송준의 명인열전 한국 불교계의 국보 ‘수안스님’- 중
  • 송준
  • 승인 2013.10.20 22: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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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아이ㆍ시골 민가 등 쉬운 그림 속 깊은 경지 담아
▲ 수안 스님은 오는 11월 25일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화 초대전을 열고 있다. 2013년 블라디보스토크 전시회 표지.
11월 25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 선화 전시회
25살 때 석정 스님으로부터 사미계 받아
그림에 한글 시구 많이 담아… 종교색 엷어

▲ 나의노래 표지 뒤.
 ◇ 러시아에서 핀 꽃

 수안 스님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성대히 선화 전시회을 열고 있다. 선화만리(善畵萬里) 인 셈이다.

 스님의 그림은 대부분 착한 그림들이다. 선한 생각과 좋은 느낌을 전해주는 것들이다. 스승 석정은 전통 불화의 범주에서 머물기도 했고 부처님이나 보살과 달마를 많이 그렸지만 그는 반대였다. 수안 스님의 단골 소재는 학이나 해맑게 웃는 아이, 산사(山寺)의 풍경이나 옛날 시골 민가의 풍경, 원색의 꽃과 지천에 널린 소재를 가지고 쉽게 그림을 그린다.

 석정도 자신의 그림에 그림보다 더 멋들어진 서체를 지닌 대부분 한문으로 쓴 글을 집어넣었지만 수안 스님도 예외는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스승은 한문을 애용했지만 수안 스님은 한글을 애용한다는 점이다. 작품에 쓰인 시구(詩句)도 희망과 동심, 자연에 대한 노랫가락이 많고 자신의 시들로 가득하다.

 시심에 북받쳐 오르는 것들을 가슴에 담고 있다가 화폭에 그대로 전하는 것이다. 그러니 종교색이 엷다고 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수안 스님의 가치를 더 높이는 것이 아닌가.

 석정이 작년 말에 입적하고 안 계신 지금 말이다. 이번 러시아 전시회도 그렇다.

 불교가 무엇인지 모르는 그들에게 또한 그림 속 한글 시구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외국인들도 희망과 행복을 주는듯한 느낌의 수안 스님의 선화에 쉽게 빠져드는 것이다.

▲ 모스크바 전시회 도록의 대표작.
 ◇ 러시아 전시회 수안 도록표지 삽입

 지난달 9월 25일부터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통산 두번째 러시아 현지 전시회를 하고 있다. “수안(Cy Aн)”이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덕분에 러시아 정부 초청으로 3박 4일의 여정으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다녀온 상태다. 러시아 정부 초청으로 블라디보스토크 분원에서 열린 수안 스님 전시 개막식엔 관람객이 무려 200여 명 몰리는 대성황을 이루었다. 현지에 사업을 하는 교포들도 상당히 운집을 했던 것이다.

 덕분에 지난해 미술관을 새롭게 리모델링 후 가장 많은 관람객을 기록했다고 전한다. 그만큼 스님의 전시회가 현지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 연해주 정부 초청으로 한 달여간 열리는 이번 전시엔 지역의 특성상 아리랑이라는 상징성이 가득 담긴 수안 스님의 최근작 60여 점이 전시됐다.

 주 블라디보스토크 대한민국 총영사관과 문화체육관광부 해외홍보원이 후원해 도록까지 만들어 주었다. 러시아 연해주 정부 초청이었지만 역시 후원은 한국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블라디보스토크 전시회는 나름대로 의미가 깊다. 한국문화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 소옥아 표지.
 이날 전시회 오픈식을 러시아 국영통신 ‘리아 노보스티(RIA Novosti)’, 국영방송 ‘러시아TV’ 등 러시아의 주요 매체가 경쟁적으로와서 취재에 열을 올렸다.

 수안 스님은 그동안 해외 전시를 통해 한국 선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려왔다. 이런 모습은 그의 선화가 얼마나 대중적이고 한국적이며 세계적이라는 것을 웅변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 시초는 80년대부터였다. 너무 횟수가 많아 연대별로 묶어서 끊어보면 아래와 같다.

 우선 지난 1985년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 초대전을 시작으로 같은해에 모나코 몬테칼로 현대미술전에 입상하는 영광도 얻었다. 두번째 해외전시는 1989년 모나코 몬테칼로 현대미술전 입상을 다시 한번 했고 역시 그해에 모로코 카사블랑카 전시전이었다. 이 해에는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다시 한번 초대전을 가졌고 역시 그 해에 독일 베를린과 쾰른의 전시회였다.

 세 번째 전시회는 지난 1992년 파리 곽온(Kwakon) 박물관 전시회였고 네번째 전시회는 1996년에 열린 중국 대만 태평양문화기금회 전시회였다. 그리고 다섯번째의 전시회는 바로 2001년의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초대전이었다.

 지난 2001년 9월 19일부터 9월 30일까지 러시아연방 문화부와 주러시아 대한민국대사관 문화홍보관에서 주관한 ‘수안 스님 그림전람회’ 행사였다. 이 전시회를 통해 수안 스님은 러시아에서 크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이런 해외 전시회를 통해서 세계적인 선화가로 우뚝 선 것이다. 스승 석정이 하지 못했던 일은 제자인 수안이 대신 해내었던 것이다.

 이번의 러시아 전시회는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수안 스님이 널리 알리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선화의 가치를 서구에서 먼저 인정받고 그 기운을 몰고 한국에 들어와야겠다 생각했기에 그의 전시회는 수안 스님의 평가에 새로운 전기가 될 전망이다.

▲ 나의노래 표지.
 ◇ 피나는 노력의 시인이자 탁월한 경지의 국보 급 선화가

 선화의 대가로 명성을 얻은 그지만 체계적인 그림 교육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공이 만만치 않은 것은 그의 삶의 궤적과도 무관하지 않다.

 고향은 당시 산자수려했던 통영이었다. 여섯 살 때 한의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집안이 기울었고 친척집에 있다가 결국 어머니와 함께 생활을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봇짐 행상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갔기에 늘 혼자서 지내던 시절이었다. 학교의 월사금을 내지 못해 학교에서 집으로 학비를 가지고 오라고 하면 그는 진주의 남강에서 배회를 했다.

 “진주 남강가 모래밭에서 모래탑을 쌓기도 하고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렸던게 전부였지요.”

 아무것도 모르고 자랐던 그 시절 어린나이에 가구점에 취직해 목공일을 했고 그것마저 사장이 죽고 가구점이 망하자 결국 그만두고 있다가 아이스깨끼 장사를 했다. 통을 둘러매고 다녀보았지만 신통한 것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길에서 만난 과거 가구점의 목공기술자를 만나 그 배고픈 시절 그 목공기술자가 잘 아는 연화사의 스님을 만나러 간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홍시와 과자를 얻어먹으려고 절에 다니다는 꼴이 되어 버린 그는 이후 10대 후반부터는 아예 절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지냈고 25살에 해인사에서 석정 스님을 은사로 고암 스님으로부터 사미계를 받았다. 이후 통도사 극락선원에서 경봉 큰스님으로 선사상과 좌선법을 배웠다.

 27살부터 안과의사였던 김광업씨로부터 전각(篆刻)을 배우면서 그림과의 인연도 이때 비로소 시작되었고 28살에 월하 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받아 완전한 스님이 되었던 것이다. 이후 석정 스님으로부터 그림을 배우기도 했다.

 은사인 석정은 불화장(佛畵匠)의 명인이요, 당대 선화의 대가였지만 선화를 제대로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그냥 스승 석정 곁에서 어깨너머로 그림을 배웠을 뿐이었다. 대신 피나는 노력으로 스스로 그림공부를 알아서 찾아 했던 것이다.

 불가에서 인연을 중시하듯이 틈틈히 수안 스님은 발길 닿는 곳을 가서 그곳에 있던 미술의 대가들을 만나 교류를 하였다. 비릿한 갯내음새를 맡으려고 불시에 바닷가 포구를 찾아간 것과 같았다.

 수안보 온천에 가서 하루를 쉬고 근처의 장욱진 화백의 초가를 찾았던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림 초기에 학을 많이 그렸는데 학의 사진을 담기 위해서 카메라 2대를 바랑에 넣고 전국 방방곡곡 안다닌 곳이 없다. 두루미까지 세밀하게 관찰을 했으니 말이다.

 때로는 카메라를 둘러메고 전국의 산야를 뒤지면서 사진을 찍어 그림의 바탕공부를 했고 덕분에 시골에서 소도둑으로 몰려 곤욕을 치룬 적도 있었다.

 이런 와중에 스승의 일도 잘 따라 나섰다. 그래서 공동작업도 많이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바로 스승의 뜻을 따라 행한 일들이었다. 당시 석정 스님은 전쟁통에 훼손된 통도사 사천왕상을 복원하는 일을 맡았다. 스승의 명으로 조각가였던 제자인 수안 스님이 나무를 파면 그 위에 스승인 석정 스님이 탱화를 그려넣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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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2013-10-26 17:51:35
뭉툭한 선화 느낌이 마치 부처님을 닯을 듯 부드럽고 포근하네요. 잘 감상했습니다.